뉴욕 2019 _ 다시 Day 01 Travel

2016년 1월의 마지막날, 뉴욕에서의 10개월간 방문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하루 앞둔 그때, 나는 조금 복잡한 심정이었다. 아쉬움과 후련함, 성취감과 섭섭함이 뒤섞인 감정이, 그 날 마지막 일정의 발걸음을 10개월간 출퇴근한 연구실 건물 앞으로 자연스럽게 향하게 만들었다. 아직 연구에 대해서 뭔가 미숙할 때 이곳에 왔다는 아쉬움과, 연구 기간에 비해서 미진한 성과, 첫 해외에서의 체류 경험 중에 겪어야했던 어려움이나 적응에 낭비된 시간들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날 그 장소에서 서서, 나는 내 학위 과정이 끝나기전에 다시 이곳에 올것만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그리고 또렸하게 들었다. 난 살아오면서 제법 예감이 들어맞는 좋은 경험을 많이 해왔다. 그리고 그 날로부터 정말로 정확히 3년하고도 하루가 지나서, 그 장소에 다시 도착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예상치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한 이유로 지도 교수님의 추천과 학교의 지원을 받아서 다시 뉴욕에 오게되었다. 이전에 머물렀던 그 교수의 그 랩실에서. 내가 박사과정 중에 진행하고 있던 몇몇 연구 주제와 함께 공동 연구를 할 만한 것들이 있어, 여기서 배우고, 또 공동 연구를 새로 시작할겸 오게되었다. 두번째 방문 연구원 경험의 시작인데, 사실 국내에서 학석박을 다 하는 대학원생으로선 (주위를 살펴봐도) 과분한 기회인것 같다.

지난번 보단 짧긴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여행을 즐기러 온 것은 아니라서, 평일엔 출퇴근을 한다. 다만 한국에서보단 조금 여유롭게 이른 저녁에 퇴근하고 저녁 이후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한국에서 겪던 불규칙한 수면장애는 여기 도착한 첫날 시차문제로 인해 말끔히 해결되는 행운이 따랐다. 한국에서 워낙 밤에 활동하다가 미국에 오고나니 뒤바뀐 낮밤이 오히려 여기와서는 그대로 아침형 인간의 생활 패턴이 되었다. 아침 7시에 상쾌하게 기상을 하고, 자정 즈음엔 잠이 쏟아져 푹 숙면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낮시간의 능률과 집중력도 훨씬 좋아서 이제 겨우 일주일 되었지만 하루하루가 알차다.

사실 처음 도착한날 뉴욕은 끔찍하게 추웠다. 뉴욕의 겨울 날씨가 이번 한국의 겨울 날씨보다 따듯해서 조금은 기대를 하고 코트만 가져 왔지만, 하필 도착한 날은 영하 15도에 가까운, 여기서도 보기드문 한파였다. 다행히 그날 이후로 계속 기온이 올라가 지금은 낮에는 영상 12-15도까지 올라가는 완연한 봄 날씨. 외투를 벗고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아파트는 5명이 독방을 침실처럼 각자 쓰고 부엌과 화장실과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 나를 빼고 나머지 4개의 방에 각기 다른 인종이 묵고 있는건 정말 다양성의 도시라는걸 실감하게 한다. 게다가 나 빼고 모두 여자 게스트들이라는 것도 이 도시가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도시라는 풍문이 진짜인가 싶게 만들기도. 이런 2명 이상의 쉐어하우스는 살면서 경험해본 적이 없었지만, 서로 조심만하면 꽤 쾌적한 환경이라는걸 배우고 있다. 그래도 통근시간을 최대한 줄이고자 연구실에서 도보로 10분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던건 이전에 머물면서 이사를 4번이나 했었던 충분한 경험 덕이 크다.

확실히 두번째 방문이라서 그런지 심적 여유도 그렇고, 익숙함도 더하다. 3년전 대부분의 맴버들이 그대로 같은 랩에 있고, 모두 고맙게도 날 기억해주고 (상대적으로 지난번보다 짧게 머물것에도 불구하고) 새 랩 식구가 온 것 마냥 살갑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정말 신기한것은, 3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몇주전에 왔다간것만큼 내가 적응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금방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역시 첫 체류기간이 워낙 길어서 그랬던게 아닐까. 아마 평생 다시 이 도시에 올때마다 이 익숙함은 다행스럽게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지난번 체류기간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간 뒤 3년간, 딱히 뉴욕에 다시 가고싶다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두번째 도착해보니 그런 생각을 내가 그간 안하고 있던게 아니라 나는 무의식중에 이 도시를 굉장히 그리워하고 있었다. 첫날 갑자기 그런 감정들이 밀려 들어와 제법 놀랐다.



















덧글

  • 나녹 2019/02/12 03:56 # 답글

    오 재입성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는 한곳에서 쭉 사셨으면 좋겠네요.
  • 레비 2019/02/13 08:42 #

    감사합니다 ㅎㅎ 지난번엔 여러번 이사다녔었는데 ㅠ 이번엔 에어비엔비 통해서 귀국날짜까지 있을 아파트를 구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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