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Spotlight, 2015 Flims





요즘 들어 언론이 가지는 힘, 언론이 가져야 할 덕목의 중요함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이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말하는 많은 글들이, 이 영화가 고발하는 진실에 함께 분노하고 그들이 그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여러 미덕과 외부의 난관에도 굴하지 않았던 자세를 상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건 이미 세상에 많았던 다양한 '사회 고발류'의 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점인 것 같다. 대부분의 이런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진실은 늘 지저분하고 그것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과정에는 치졸하고 더러운 들이 옳은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을 방해하지만, 끝끝내 대부분의 주인공은 이를 이겨내고 정의를 실현한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였다면 이 영화의 <스포트라이트>가 전해주는 잔잔한, 그러나 묵직한 파장은 그 무게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진정 내가 느껴졌던 이 영화 각본의 가치는, 주인공들이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대상이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내부적 자성과 성찰에도 있었다는 점이었다.

2014년 역시 작품상을 받았던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의 주인공으로, 인생의 그야말로 2막을 시작한듯한 배우 마이클 키튼은, 두 해 연속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은 두 영화에서 모두 주연을 맡는 행운을 누렸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주인공 '로비'는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의 집중 탐사 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 팀'의 팀장이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 그대로 한 언론사에 속해있되 심층 취재와 보도를 목표로 하는 이 스포트라이트 팀이 이미 지역 사회에 깊이 만연해있던, 그러나 모두 쉬쉬하던 가톨릭 교구의 아동 성추행과 성범죄를 파헤치고 더 나아가 전미, 아니 전 세계에 퍼져있던 가톨릭 교회의 묵인되어오던 거대한 악습의 깊은 뿌리에 도전하고 다가가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된 얼개이다.

종교 기관이 대상이 된 비도덕적 스캔들은 그 충격의 강도가 사람들의 믿음과 신념에 직접 닿아있기 때문에 그 인정과 수용이 만만찮다. 특히 연고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곪을 대로 곪은 이야기를 역시 같은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 언론이 고발하기란, 어렴풋이 알고있어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목소리를 내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이런 비도덕적 범죄는 지역 공동체가, 모두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묵인해야 가능할법한 일이다. 특히 이런 닫힌 공동체 안에서의 은폐와 오래된 범죄는, 어느 날 갑자기 인지되지 못하고 일상에 스며들면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바로 곁에 와 태연하게 앉아있을 수 있기에 더욱 무섭다. 마지막 주인공 로비에게 오랜 동료가 말하듯이 그들은 '그저 운이 좋았기에'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 뿐.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었고 누구라도 가해자의 가족, 가해자의 동료, 가해자의 이웃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같은 공동체에 속해있는 그 '고발자들'에게도 자성과 성찰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매력은 내부인들의 이런 용기와 시도가 외부인들의 촉발에 의해 가속화되고 옳은 길로 함께 나갔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라는 점이다.

보스턴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이자 가톨릭이 아닌 유대교 신자인 편집장(리브 슈라이버), 스포트라이트 팀원이지만 포르투갈 출신의 기자 마이크(마크 러팔로), 알바니아인 변호사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 지역 언론사가 가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인, 지역주의, 소위 "Bostonian"이 아닌 이런 사람들의 역할이 스포트라이트 팀의 빠질 수 있는 함정들을 잘 메꾼다. 공동체 내에서의 어떤 자정이 정체될 때, 이들과 같은 외부인들의 객관적인 시각은 가톨릭 교구에 집중된 권력과 힘을 견제해야 할 의무를 지닌 토박이 언론인들인 로비(마이클 키튼), 샤샤(레이첼 맥아담스)등이 보지 못하거나 그들의 좁은 시야를 넓혀준다. 이렇게 이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한 지역 공동체안에서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취하는 행동들을 보여주면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정과 은폐에 관여하는지를 보여준다. 사회라는 개개인으로 구성된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 이런 유기체 안에서의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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