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4 Lifelog



#1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오고나서부터 무려 5년동안 미루고 있던 일이 하나 있었다. 이사와 동시에 구입한 대형 영화 포스터를 벽에 하나 걸어두는 일인데, 별로 대단한 수고가 필요한 일도 아니고 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되어, 어처구니 없을만큼 미루어져 버렸다. 그러다보니 그 커다란 판넬 포스터가 보기싫은데 크기까지 커서 무시하기도 힘든 짐짝처럼 되어 방 구석에 이리저리 마땅한 자리를 찾지못해 애물단지처럼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충동적으로 문구점에 들러 망치와 못을 사서 집에 돌아와 벽에 못질을 하고 판넬 액자를 걸었다. 걸고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심지어 지겹도록 본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정말 이토록 단 몇초만에 끝날 일을 몇년을 나태하게 끌고있었다니. 벽에 정갈하게 걸린 포스터를 올려다보면서, 내 인생에서 미루고, 또 미루고 있던, 혹은 그렇게되어 결국 하지 못한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대부분은 그대로 잊혀졌거나, 이미 가치가 전과 달라져 묻어버린 것들이었다. 더 늦기전에, 아니 더 많은것들을 잊어버리기전에 일단 행하자.

#2

2017년 한해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은 샘 스미스의 Latch 이었다. 2018년은 또 어떤 곡이 나의 올해의 곡이 될지. 그 곡을 들으면 그 해에 있었던 일이 떠오를 정도로 기억과 함께 박제화되어버린 곡들이 꼭 있다.

#3

대학원 생활이래 클라우드 서비스를 세번째 바꿨다. 드랍박스, 구글드라이브에 이어, 이번에는 아이클라우드. 모든 전자제품 디바이스들을 애플을 사용하면 왜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 랩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가 우선 제일 컷겠지만, 몇개월 사용한 경험으로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거의 없다. 물론 아무에게나 추천하고 다니진 않는다. 그러고보니 올해 상반기에는 에어팟을 구입했다. 이건 내가 평생 구입해본 모든 애플 제품들 중 최고의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것이야말로 진짜 혁신인데, 국내에선 출시 직후 일종의 조롱거리가 된 이후로 그닥 열심히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는것 같다.

#4

이대로가면 죽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하게 딸꾹질을 경험하기도 했다. 무려 2박3일간의 딸꾹질이었다. 일상생활은 물론, 음식섭취나 수면이 방해받을 정도였다. 화학 물질이 워낙 많은 실험실에 5년째 있다보니 사실 종종 약품에 의한 신체 이상 현상을 겪기도 한적이 있기는해서, 나와 동료들 모두 화학물질에 의한 부작용을 의심했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민간요법을 거의 모두 시도해봤는데도 나아지질 않았다. 심지어 평생 경험해본 딸꾹질과 가장 달랐던 점은, 의도적으로 참거나 통제해보려는 시도가 아예 무의미할 정도로 거의 조건반사적인 딸꾹질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병원을 가보았는데, 결론은 내가 감기약으로 처방받았던 약 중에 어떤 약에 대해 내 몸이 알레르기 증상을 보였던 걸로. 그러니 애초에 민간요법으로 제어될 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나와 같은 증상을 겪은 사람들이 그래도 있긴 있었는데, 경험담이나 정보가 그리 많지않아서 이런 일은 누구나에게 당황스러운 일인것 같다.

#5

올해는 근 몇년내에 러닝을 가장 못했다. 기록의 문제가 아니라 횟수 자체가 적었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올해 초에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당장의 통증보다는 후유증이 심할 수도 있는 부상이라서 관리가 중요하다보니 반년간 의도적으로 운동을 거의 하지않았다. 그러다보니 불어난 체중이 다시 체력과 정신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돌기 시작하였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 조금씩 재활하듯 뛰기 시작한게 불과 몇주전. 몇달만에 뛰면서 이렇게 용기가 필요했던 러닝은 처음이었다. 예전보다 훨씬 못한 거리를 뛰기만해도 부상 부위가 아파와서 슬프기도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무사히 거리와 횟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6

두번째 논문을 저널에 발표하고, 세번쨰, 네번째, 다섯번째 주제를 계속 동시에 이어나가고 있다. 모든 연구자들이 그렇겠지만, 정말 뉴턴의 말대로 이미 인류가 쌓아놓은 거대한 거인의 어깨 위에 아주 조그만 벽돌, 아니 티끌 하나 얹는 그런 기분을 체험할 수 있었다. 졸업예정이 일년쯤 앞으로 다가오니 이제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농담도 못하게 되었다. 막상 졸업이후를 생각하려니 아직 연구역량에 자신이 있다고 말하긴 힘들고, 어느 길로 나아가야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 물론 주변의 누구도 결정을 내게 독촉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내 마음속 문제일뿐.










덧글

  • 2018/07/14 17: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7/16 03:5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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