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iversary Lifelog


오늘을 기념하고 싶어서 쓰다.

사들이던 가구들중 마지막 하나가 도착하면서 버려야할 모든 짐들을 원룸 계단을 여러차례 오르내리며 내다 버렸다. 사실 이 나의 작은 공간 곳곳에 닦아도 닦아도 사라지지 않고 묻어있는 지난 연애의 기억들 때문에 처음에는 아예 이사를 가려고 했다. 내가 찾은 그나마의 차선책은 집안 모든 가구들을 바꾼 뒤 방을 새로 꾸미는 것이었다. 마치 새 집에 온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한달여간 천천히 가구들을 버리고 바꿨다. 그리고 오늘 밤이 되어서야 미루고 미뤘던, 그래서 자꾸 예상치 못하고 더러는 원치않던 타이밍에 끝난 연애를 떠올리게 만들던 모든 기억과 추억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모았다. 단순히 그녀가 남기고 간 물건뿐만이 아니라, 커플로 산 물건들, 옷들, 소품들, 선물받은 모든 것들을 담아모았다. 심지어 내 방에서 함께 있을때 그녀가 즐겨 입던 내 옷들까지 모두 꺼냈다. 그리고 겨우 50L의 쓰레기 봉투 하나에 담겨 새벽의 길거리에 내다버려졌다. 나중에 우연히라도 그런 자잘한 물건들에 의해 기억과 회상을 강요받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정리를 하다가 슬퍼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홀가분했다. 왜 진작에 이러지 못하고 몇달을 지지부진하게 미뤄두었나 싶을 정도로.

인연이 다한건 너무나 잘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충분히 시간이 지나고 마주치게 될 기회가 또 있다면, 기회가 된다면 그때 물어볼 생각이었다. 언제가 되었든 말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답을 들을 수 있을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도, 이유도 사라졌다. 답은 영영 듣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전에 궁금해야할 이유도 모두 함께 사라진 덕분이다. 이제야 비로소 또 한 번의 연애를 홀로 끝마쳤다.





덧글

  • 2018/03/11 19: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3/23 23: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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