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순, Yongsoon, 2016 Flims



신준 감독의 이 영화 <용순>은 지레 짐작하기 쉬운 지방 소도시 배경의 10대 청춘 성장통 드라마일거라고 생각했다가는 영화의 발칙함에 되려 한대 깜짝 얻어맞을 수도 있는 영화다. 영화의 다소 과격함이 관객들의 마음을 모두 동하게 만들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학교 선생님과 연애를 하고 '어른들의' 연애에 치정극처럼 끼어들고, '사랑의 라이벌'의 머리채를 쥐어뜯는 (설령 그게 학교 선생님이라할지라도) 상황이 '보편적인' 10대의 성장통일리는 만무하다. 그렇지만 용순이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한번쯤 누구나 되어봤을법한 캐릭터를 만들지 않은것은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첫 시작처럼, 그녀는 '용쓴다'는 그녀의 이름답지 않게 살아오면서 무엇하나 용써본적이 없는 소녀다. 심지어 그게 시한부 엄마와의 생이별 상황에서도 말이다. 물흐르는 대로, 무엇하나 욕심없이 부여잡아보려하지 않은 이 수동적인 소녀가, 보는 관객들이 눈을 찌푸리게할만큼 억척스럽고 투쟁적인 소녀가 된 것은 말그대로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변화고 그게 그 나이대와 그 시절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그게 사춘기 첫사랑으로부터, 그 사랑이 학교 선생과의 불건전한 관계이든 혹은 학생의 일방적인 착각이든 그 무엇이든간에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일, 이 소녀의 아직 작은 세계에서 그 무엇보다 용쓰게 만들만한 일로서 그 개연성이나 당위를 다 떠나보내더라도 충분한 일이다. 오랜 끈기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한 육상에 뛰어든 것도 그녀의 이런 삶에 대한 자세의 변화와 맥락을 같이하는건 크게 부연할 필요도 없을것 같다.

오히려 이토록 실제에서 거의 일어나기 힘든 허무맹랑한 일을 설정한 것이야 말로, 이 영화가 우리로부터 비웃음 당할지라도 이 소녀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심각한 일이라는 것을 역설하기 위한 장치처럼 보일 정도다. 개성넘치고 낭비되지 않는 캐릭터들,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들, 그리고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깨알 웃음 요소들도 이 영화에 양념처럼 흩뿌려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무시당한것에 비하면 흡입력이 꽤 좋고, 메시지도 뚜렷하다. 과소평가받은 것이 아쉬운 영화다.

영화를 보고 문득, 충청도 사투리를 스크린에서 들은적이 이전에 있었던가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왜 극중 배경이 산골 마을이면 나는 본능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과거로 돌리는 버릇을 아직도 못버렸는지. 특히 타이틀롤 배우 이수경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영화에서 본 적이 없어 이상하다싶어 찾아보니 <차이나타운>에서의 그 빨간 머리였다. 앞으로의 다른 영화들에서 보게 될 날들이 기대된다.






덧글

  • 2017/10/24 18:40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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