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Flims






나는 일본 영화계 고유의 장르, 청춘(성장)드라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남들과 대화를 할때, 일본의 그런 장르의 영화들을 거론할때마다 모두 뭉뚱그려 불만스러운 말을 자주 내뱉곤했는데, 그럴때 나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따위의(혹은 류의)..." 라는 표현을 무의식중에 자주 써왔다. 그런데 정작 내가 이 영화를 본 건 이전까지 단 한번, 2006년의 겨울이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이후 줄곧 나는 이 영화를 여타의 다른 일본의 청춘 드라마들을 모두 힐난할 때마다 남용해왔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본 지 무려 10년이 지났지만 그때 한 번의 경험이 몹시 불쾌했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나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세상의 모든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경우,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영화를 받아들이는 단계에서 나 개인적인 기억, 그리고 경험과 그 영화를 접할 시기의 나의 일상, 상황, 기분, 컨디션 등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그렇게 이 영화는 나의 편견에 희생된채 10년간 가장 거부하고픈 영화 중 하나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단 한번의 기억을 겹겹이 둘러 쌓아놓고 두번 다시 들춰보지않던 이 영화의 제목을, 최근 타인의 언급에 의해 다시 듣게 되었고, 결국 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기분이 한참 희석되고도 남을만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때 그 영화를 보던 나를 지금의 나로서 영화와 함께 돌아볼 수도 있을거라는 한가닥 기대감에서였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전에 여기 밝혀두건데, 그러니까 이 글은 리뷰가 아니라 나의 매우 사적인 고백글이자 반성문이다.


스무살, 나의 첫 여자 친구는 병이 있었다. 조제와 같이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인 전문 치료가 필요하고 본인과 그녀의 가족들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장애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아니 그 감정이 사랑이라고 착각을 했다. 동정심과 사랑은 전혀 다른 것인데 말이다. 불안정한 그녀의 곁에 있으면서 돌보고 도와줄때마다 내가 얻는 희열과 자기 만족을 사랑이라고 믿어버리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잘못을 20대가 시작되던 그 해에 해버렸다. 그래도 1년반을 지속했던 연애는 나의 잘못을 인지하기도 전에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무게가 되었고, 결국 나는 도망치고 말았다. 표면적으로는 여느 커플의 마지막과 다를바 없었던 이별이었지만, 나는 확실히 그녀의 문제를 버거워했었다. 연애 초기의 나의 오만방자한 자신감은 닳고 닳아 결국 부담으로 되돌아왔고, 내가 느꼈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조차 돌아보기도 전에 나는 식어버린 감정을 느끼고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때의 연애를 끝내고 얼마지나지 않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를 보았을 때 내가 느꼈던 불쾌감은 “내가 사랑했던건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병이었다”는, 인정하기 싫은, 인정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도 고백할 수 없을 그 부분을 영화가 내게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친구였던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를 ‘빼앗긴’ 카나에(우에노 주리)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에게 찾아가 “네 무기가 부럽다”라고 말할때 그 무기란 조제가 겪고있는 장애일 것이다. 그리고 조제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안다. 두 여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영화속 남자 주인공인 츠네오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하고 있는게 사랑이라고 착각했고 그 뒤늦은 깨달음은 조제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끝마쳤을 때가 되어서야 츠네오에게도 서서히 다가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둘의 이별이 담백할 수 있었다. 조제는 츠네오가 삶에 들어왔다 나가기 예전부터 그랬듯이, 부엌일을 하다가 방 바닥에 내려올때 아무렇지 않게 ‘다이빙’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츠네오를 알지도 못했을 시절부터 그래왔듯이. 조제와 헤어지고 카나에와 길을 걷던 츠네오가 길에서 슬피 우는 장면에서 나는 더 이상 영화를 계속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이별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구실삼아, 사랑인척을 했던 나의 동정에 기반한 감정을 제대로 인정하려하지 않으려 버티던 그 때에 영화 속 츠네오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 대신 울어버리는데, 당시의 내가 어떻게 그 영화를 좋아할 수 있었겠는가.


기억은 희석되고 미화된다. 하지만 그때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때 느꼈던 나의 자기모멸감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못처럼 가슴에 박혀있다. 인정을 하더라도 누구에게 용서를 구할 수도 없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미 뒤늦고 불필요했지만 또 반드시 필요했던 반성을 할 용기가 없어서, 나는 여지껏 이 영화를 미워하는 것으로 비겁하게 대신해왔다. 그리고 최근 우연한 계기로 이 영화를 다시 볼 용기가 생겼고 마침내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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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06 11:28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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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0 00:10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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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10 02:03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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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0 00:11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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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17 22:38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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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0 00:14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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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2 20:41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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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08 02:19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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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1 20:21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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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08 02:16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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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08 16:13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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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10 01:46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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