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 Solaris, 1972 Flims



<인터스텔라>를 포함한 최근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볼 때 느끼는 미래의 모습이 '근미래'로 느껴지지는데 반해서, 내가 태어나기도 전, 20세기 중후반의 SF 영화들을 보면 그 특유의 비현실적 신비로움이 있다. 그것은 이제 그들이 '미래'라고 말했던 시대에 내가 살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러시아, 아니 소련이 낳은 (아마도 당시의 자본주의 유럽은 절대 낳을 수 없었을) 위대한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암으로 사망한 86년 그 해 유작으로 칸에서만 4개의 상을 수상한 이 타르코프스키의 1972년작 <솔라리스>. 이 걸작은 2002년 같은 제목으로 스티븐 소더버그와 제임스 카메룬, 그리고 조지 클루니가 합심하여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 (당연히 기대이하였다.)

이 두시간이 훌쩍 넘는 긴 영화는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많은 철학적 자장안에 있지만, 내가 이 영화를 읽는 가장 흥미있는 시각은 한때는 완전히 오독이라고 무시당했었던 방식이다. 그것은 1972년작인 이 영화를 1968년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소련의, 사회주의의 답변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20세기 중반부터 꾸준하게 우주 경쟁을 펼쳤던 수십년 중 가장 치열했던 기간 사이에, 아이러니하게도 SF 우주영화 역사에 최정점에 올라있는 이 두 영화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솔라리스>가 각각 미국과 소련에서 공개된 불과 그 4년 사이에, 미국은 사람을 달에 보냈고 소련은 최초의 우주정거장을 띄워올렸다.

물론 타르코프스키가 유럽 망명 경험도 있는 반공산주의적인 감독이기도하지만 그가 자본주의를 지지했던 감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본 뒤 <솔라리스>를 경험한다면, 미국 특유의 개척 정신으로 인간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 그 어느 우주에서도 인간의 지향은 결국 같은 인간과 지구를 향한다는 <솔라리스>의 정서가 나는 더 따듯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솔라리스>에 등장하는 외계 행성 '솔라리스'는 그 모든 우주영화에서 그리던 행성들 중 가장 인간에 내면화되고 가장 지구를 닮은 행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이미 이 영화는 후대의 헐리우드 SF영화들의 클리셰를 한참 벗어난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덧글

  • 명탐정 호성 2015/07/31 17:04 # 답글

    정말 명작이긴한데 처음 시작부터 주인공이 몇십분만 낚시만 합니다. 왜 그런지 궁금합니다.
  • 레비 2015/08/04 05:20 #

    오프닝이 정말 길었죠? 바흐의 음악이 많이 쓰여서 지루하진 않았는데, 아직 당시의 영화들을 많이 보지 않아서 그런 양상이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스텔러바다소 2015/08/04 11:22 # 답글

    제가 본 건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었군요. 저는 도플갱어 다룬 영화를 찾다 보게 되었습니다. 리메이크작도 대단히 몽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작이 궁금해지네요.
  • 레비 2015/08/04 11:39 #

    리메이크작이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이에요 :) 사실 원작을 보신다면 그 영화가 얼마나 덜 몽환적으로 만들었는지를 느끼실겁니다. ㅎㅎ..

    도플갱어를 다룬 영화라면 지금 두가지를 추천드리고 싶은데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캐나다 영화 <에너미> 와 작년에 국내 개봉했었던 <더블: 달콤한 악몽> 을 추천드려요. 둘다 제겐 너무나 인상적이었던지라 자신있게 추천드립니다. 후자가 좀 더 흥미진진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전자가 더 높습니다. 전자에는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가 좋고, 후자는 주인공 제시 아이젠버그와 미아 와시코브스카 커플이 등장해요. <더블>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을, <에너미>는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를 원작 텍스트로 두고 있습니다. 아직 못보셨다면 추천드려요 !
  • 스텔러바다소 2015/08/04 14:29 # 답글

    제가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읽어서인지 <더블>보단 완전한 미지의 <에너미>가 몹시 끌리네요. 악 보고 싶어요. 물론 둘 다 보겠습니다!
  • 레비 2015/08/04 16:05 #

    ㅎㅎ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 소재가 소재인만큼 두 영화 모두 집중해서 따라가지 않으면 조금 혼란스러울수도 있습니다 :) 그렇지만 전 정말 재밌었어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375

통계 위젯 (화이트)

1719
126
917993

웹폰트 (나눔고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