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킬드 마이 마더, J'ai tué ma mère, 2009 Flims





2014년 5월 25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던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영화같은 역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던 바로 그 날, 프랑스 칸느에서는 제67회 칸영화제 폐막식이 열리고 있었다. 시상식 결과에 내가 가장 흥미로워했던 부분은, 터키 영화 <윈터 슬립>이 가져간 황금종려상보다, 바로 심사위원상이었다. 한 해 전 시상식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받아간 심사위원상을, (그 언젠가는 박찬욱이 받았던) 이번엔 두명의 감독에게 공동수상되었던 것이다. 공동수상 그 자체는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지만 날 놀라게한건 두 감독의 면면이었다. 한 명은 1930년생의, 지금도 써내려가고 있는 역사 그 자체인 장 뤽 고다르가 받았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1989년생의 자비에 돌란이었다. 둘의 나이 차이는 거의 60세. 자비에 돌란이 태어나기도 30년 전에 이미 고다르는 베니스와 베를린에서 황금사자와 황금곰상을 받았다. 그런 두 감독의 한부문 공동수상은 마치 칸 영화제가 과거에서 미래로 승계하듯 일부러 그 둘을 한 자리에 불러놓은 듯한 환영을 불러일으켰다. 자비에 돌란이 받은 영화는 <마미>였다. 그의 다섯번째 영화였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그런 자비에 돌란의 첫번째 데뷔 영화다. 그는 이 영화의 각본을 16살에 썻고, 20살에 연출과 주연을 맡아 완성했다. 아직 필모그래피가 짧은 감독의 작품 세계를 속단하기란 위험하지만, 이 데뷔작에서부터 그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것들을 자신있게 보여주면서도 첫 장편 영화인만큼 설익은 듯한 장면들도 없지않다. 그렇지만 배우와 각본가까지 겸한 젊은 감독이 자칫 저지를 수 있을법한 치기어린 실수들을 영리하게 비껴가는 동시에, 도발적이고 자신감이 묻어나는 장면들도 많다. 물론 아쉬운 점도 전혀 없지는 않다. 전개 속도의 완급 조절이 영화 전체 상영시간에 비해 매끈하지 못하다. 얼핏 시퀀스들간의 매음새가 따로 논다는 느낌도 받는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갖고있는 감정적 파급력은 이런 기술적이고 사소한 결함들을 훨씬 웃돈다.


이 영화가 내게 의미있게 느껴졌던 부분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다루면서도 둘 중 누군가의 시선에서, 어느편의 입장에 더 치우쳐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어머니가 반항적인 아들을 바라보면서도 막연하고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것도, 혹은 엇나간 아들이 어머니에게 갖는 애증의 편에 영화가 서서 어머니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둘이 말다툼을 할때, 대사들과 카메라는 꽤 중립적인 자세로 끈기있게 기다린다. 그리고 그들의 화해와 다툼의 롤러코스터는 워낙 급박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던지는 날이 선 말들과 행동들이 위험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우리의 감정을 흔들어놓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이 어머니와 아들 사이라는 것을 꾸준하게 상기시키고 결국엔 마치 어딘가 불안한 안도감마저 들게끔 한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그런 감정적 체험을 우리에게 제공하면서, 비정상적으로도 느껴질 수 있는 모자관계를 보고있는 우리들 누구라도 한번 이상은 스스로의 경우를 돌아보게 만든다. 자비에 돌란은 보편적이지 않은 상황을 영화로 보여주면서 그것이 흡사 보편적이라고 우리가 착각하고 느끼게 만드는데 재능이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로렌스 애니웨이>도, <하트 비트>도 그랬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등 작년엔 유난히 '아버지'를 소재로 가진 영화들이 국적을 초월하여 많았던것 같다. (조금 더 억지부리자면 <인터스텔라>나 <국제시장>도 그렇다.) 그런데 자비에 돌란의 가장 최근작인 <마미>와, 이 영화 덕분에 나도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던 이 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모두 '어머니'를 극의 중심에 두고 있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라는 제목 덕에 나는 언젠가 주인공 후베르트가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을 억누르지 못하고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를 조마조마하며 보아야했다. 이 영화속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는 무한하고 자애로운 사랑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애증이다. 그렇지만 어머니도, 아들도 서로를 진심을 다해 증오하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를 미워하는 순간의 한가운데에 있을때조차 사랑한다는 감정의 보호를 받는다. 그건 어찌할수가 없는, 불가항력적 사랑이다. 내가 오늘 죽는다면 어쩔꺼냐고 돌아서는 아들의 뒷모습에, 그럼 나는 내일 죽을거란다라고 중얼거리는 어머니의 울림은 영화 그 자체보다도 크다.






덧글

  • 2015/02/19 02: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2/19 03: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umma55 2015/02/19 08:37 # 답글

    잘 읽고 갑니다.
  • 레비 2015/02/19 16:57 #

    감사합니다 :)
  • 2015/02/19 15: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2/19 17: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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