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곰 테드, Ted, 2012 Flims



내겐 아주 작은 곰인형이 하나 있다. 두 손으로 품을 정도의 크기도 못되는, 한손으로 움켜쥘수 있을 정도의 키 20cm정도의 곰인형이다. 내가 두살때부터 함께 있던 곰인형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아주 상태가 좋다. 부분적으로 약간 털이 빠진것 이외에는 재봉선도 어디하나 뜯어져나가거나 찢어진 곳 하나 없이.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혼자 심심해하던 날 위해 친척중 한명이 사주었다는 그 곰인형은 내가 수원에서 혼자 살고있는 지금까지도 유일한 동거인이 되었다. 영화 <인셉션>에서 말하는, 오직 나 자신만이 구별하고 알아볼수 있는 '토템'이 내게도 필요하다면 내겐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내 삶에서 가장 오래 함께 있던 물체. 인형. <중경삼림>의 왕조위처럼 내 속마음을 가장 많이 알고 들어왔을 인형. 아침에 출근할때 꼭 그날 하루의 행운을 빌면서 이마에 입맞추고 나가는 것은 아무리 급하고 바쁜 상황에서라도 수년째 하고 있는 나만의 징크스이다. 지난 어느날 밤, 그런 나의 곰인형을 무릎에 앉혀놓고 영화 <19곰 테드>를 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곰인형은 물담배를 하거나, 집에 여자친구들을 데려오거나, 엉덩이를 안테나로 때리진 않는다. 이 영화의 감독을 맡았던 세스 맥팔레인이 목소리 연기까지 겸한 마크 월버그의 곰인형 테드가 어째서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움직이고 농담하고 (심지어) 여자들과 섹스까지 가능한지 따져드는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문득 <누가 로져 레빗을 모함했나>를 봤던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움직이고 말하는 인형을 위화감없이 일상적인 드라마의 풍경속에서 보이게 하면서 동시에 그 인형을 동력삼아 유치하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은 드라마를 써내려가는 것. 영화 <19곰 테드>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덜 큰 어른의 유년기를 다루는 성장 영화들은 많고도 많지만, 이것이 사람처럼 움직이고 말하는 곰인형으로 드러내려했던 발상은 분명 신선하다. 덕분에 이 영화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고, 심각한 성장 영화가 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테드'는 세상 모든 어른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데에 번번히 나타나 발목을 잡는 그런 어린 시절의 습관, 버릇이자 평생 함께 해야할 유년기의 시간이 응결되어 인격체로 분한 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린 모두 그런 테드를 각자 곁에 데리고 살고있다. 영화는 그 중에서도 단 한명의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하나의 인형을 내세운것 뿐이다. 그래서 주인공 존 베넷(마크 월버그)은 오히려 여타 다른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에 비해서 평범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 여자친구인 로리 콜린스(밀라 쿠니스)가 왜 존을 사랑하고 푹 빠져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연인으로 등장하는 존과 로리 사이에 놓여있는 것은, 테드라는 존재. 연인이 있는 존이 떼어낼래야 뗄 수 없을 남자의 어린 시절의 응결체이다. 그런데 꽤 많은 경우, 우리는 이것들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버리게끔 강요 받는다. 철들었다는 이유로 불가피하게 포기해야하는 많은 것들중에는 우리에겐 사실 정말 소중했던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섞여있을지도 모른다. 천둥소리를 무서워하는 것을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고해서, 이젠 어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그만두어야할 일일까. 어린 시절의 히어로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도 평생의 히어로로 남아있어선 안되는 걸까. 이 영화 <19곰 테드>는 어른이 된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강요당하는 것에 대한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답변이 될 수 있을것이다.


마크 월버그가 아니라 세스 로건이었으면 어땠을까? 이미 완성된 영화에 만약이라는 건 부질없겠지만 세스 로건이 했더라면 더 가벼워졌을까. <블랙스완>에서 가장 위험한 캐릭터를 천진한 표정을 맡았던 밀라 쿠니스는 그 직후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꽤 괜찮은 합을 보여주었다. 바로 그 이후의 차기작으로 <19곰 테드>에 출연한 그녀는 여전히 매력적인 여자친구 역으로 등장한다. 세스 맥팔레인은 감독 겸 곰인형 테드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노라 존스의 까메오급 출연은 반갑다. 그녀는 영화속에서 come away with me를 부르기도 한다. 2015년 예정으로 되어있는 후속작 <테드 2>는 (IMDb에 따르면) 여전히 세스 맥팔레인과 마크 월버그의 듀오를 볼 수 있지만 밀라 쿠니스의 이름이 없는대신 리암 니슨,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건 프리먼의 이름이 추가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375

통계 위젯 (화이트)

1134
331
914471

웹폰트 (나눔고딕)

mouse b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