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Flims





데이빗 핀처의 짝수번째 영화는 언제나 걸작이었다. <나를 찾아줘>는 핀처의 열번째 장편 영화다.


만약 이 영화의 감독이 샘 맨데스였다면 난 이 영화가 부부관계에 대한 거의 최상급수위의 농담이라는데에 쉽게 동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웃음을 완전 소거한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라곤 생각치 않는다. 그는 또 다른 버전의 <조디악>을 만들고자한것이 아니다.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제작 및 발표 소식을 IMDb를 통해 알게되었던 날을 기억한다. 제목 'Gone Girl'이 어떻게 국내에 소개될지를 걱정하기 전에, 밴 에플렉의 첫 감독 데뷔작 제목은 <Gone, Baby, Gone>이었고 데이빗 핀처의 바로 전작 제목이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였던 것이 떠올랐다. 마치 두 영화의 제목에서 한 단어씩 따온것 같았던 이 영화는 그 후 몇개월뒤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했다. 감독 겸 배우로 일약 성공을 거둔 전작 <아르고>가 무색하리만큼, 최근 배트맨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의 포화를 받고있는 밴 에플렉은 부쩍 살이 찐 모습이었다. 배트맨 역할을 위해 몸을 불렸다고하는데, 그점이 이 영화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 밴 에플렉은 정감이 가는 배우다. 그리고 그런 정감 때문에 늘 안타까운 배우중 하나였다. <굿 윌 헌팅>이후 그는 분명 자신의 절친한 친구처럼 또 다른 맷 데이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정말 이상했다. 영화를 고르는 눈이 없어보이기도 했고 근 몇년사이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연기할때보다 감독이 되었을때 늘 수준급 결과를 내놓았다. <가라, 아이야, 가라>와 <타운>은 '감독' 밴 에플렉의 시작치고는 준수함을 넘어 차기 연출작들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급기야 세번째 작품인 <아르고>로 그는 이제 주목했던 배우가 아닌 주목해야할 감독이 되어버렸다. 그랬던 그가 데이빗 핀처를 만나 배우로 돌아왔으니, <나를 찾아줘>를 보는 나의 재미는 주인공 밴 에플렉에 있었다. 소문대로 브래드 피트가 캐스팅 되었더라면 아쉬웠을 부분이다. 브래드 피트의 능글맞은 미소보단 밴 에플렉의 흐리멍텅한 미소가, 이 영화 속 남편 닉의 이미지와 더 잘 들어맞는다.


돌아온 에이미와 함께 언론 앞에서 다정한 부부를 연기해야하는 닉이, 그네들의 집 드레스룸에서 참다못한 분노를 폭발시켰을 때, 되돌아온 에이미의 대답은 분명 낮은 신음을 지르게 만들만한 것이었다. 닉이 "I loved you and then all we did was resent each other, try to control each other. We caused each other pain." 이라고 화를 내자, 에미지는 당연하다는 눈으로 "That's marriage."라고 망설임없이 답한다. 이건 이 영화에서 가장 직설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코믹한 대사였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문답이 과연 이 영화의 테마였을까. 그렇다면 영화 내내 숱하게 등장한 언론의 움직임과 세간의 시선들, 반응들은 왜 그토록 이 하나의 실종사건에 영향을 끝없이 미쳤음을 감독은 놓칠않고 있을까. 나는 이 영화 <나를 찾아줘>를 통틀어 에이미의 그 대사보다 더 핵심적인 대사는, 토크쇼에 자진해서 인터뷰를 가진 닉이 자신의 방송 직후 되돌아오는 세상과 대중의 반응에 자조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They disliked me, then they liked me. They hated me, and now they love me."


데이빗 핀처의 초기작인 <세븐>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연출작인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에 이르기까지 그가 줄곧 포기하지 않았던 테마는 쉽게 현혹되고 좌지우지되는 우매한 대중심리, 특히 언론이 가지는 역기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었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엔 '겉으로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과 '진실'사이의 양면성이 늘 등장해왔고, 그것을 다루는 재주가 그를 평단과 관객들 양쪽 모두에게 늘 유효타를 터뜨리는 스릴러의 장인으로 만든것이 아닐까. 두시간반이나 되는, 스릴러로선 다소 긴 시간동안 끝없이 그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롯이 데이빗 핀처의 솜씨다.


<나를 찾아줘>에서 실제로 에이미가 어떻게 되었는가,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가 꽤 빠른 타이밍에 제시된 시점부터 나는 이 영화가 관객들과 두뇌싸움을 많은 부분 포기했다는 의외성을 느꼈다. 이후의 과정들은 사실 외면적인 사건의 진행 과정과 우리가 아는 둘만의 진실의 괴리감의 충돌로 가득차있다. 닉의 부정, 에이미의 기행들에 우리는 이 '싸이코 커플'을 보고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하기 힘들어하지만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이런 본질들과는 관계없이 변화하는 영화속 대중과 언론의 태도다. 그리고 핀처는 이런 부분을 다루는데에 아주 능숙하다. 진실을 모르고 보이는 것과 진실을 다 알고 보는것의 차이가 어떠한 것인지를, 영화의 맨 처음과 맨 끝에 배치된 '같은 눈빛'을 통해서 우리에게 직접 확인해보라고 종용하고 있다. 생각을 모르기 때문에 무서웠던 것이 아니라 영화를 다 보고난 이젠 우린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무서운 것. 그렇지만 허울 좋은 로봇 개는 영원히 진짜 고양이를 대신할 순 없듯이, 이젠 세상이 아무리 사랑스럽게 바라봐준다해도 닉과 에이미의 결혼 생활은 한순간도 살아있을 순 없을 것이다. 












덧글

  • 2014/11/03 02: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09 03: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레몬트리 2014/11/03 12:46 # 답글

    아 원래 닉 역에 브래드 피트가 예정이었었나요?! 몰랐어요. 근데 진짜 브래드 피트보다 벤 에플렉이 어수룩한 닉 역할로는 딱인 거 같아요ㅋㅋ 저도 얼마 전에서야 굿윌헌팅을 보고 멧 데이먼 친구가 벤 에플렉이라는 걸 알았는데요, 그 이후로 딱히 주목받은 작품이 없더니 이번에 방점을 찍은 거 같아요ㅎㅎ 물론 로자먼드 파이크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ㅋㅋ
  • 레비 2014/11/09 03:17 #

    IMDB에서 읽었어요 ㅎ 그런데 브래드 피트는 앞선 핀처의 영화 아홉편중 세편이나 출연했었기때문에 가능성 없는 루머는 아닌것 같아요 ㅋㅋ 이제 곧 브래드 피트의 새 영화 <퓨리>가 개봉하죠? :)
    벤 에플렉은 <굿윌헌팅>으로 좋은 출발을 가졌던것지만 그때 이후로 마이클 베이의 블록버스터 두 영화 <아마겟돈>과 <진주만>에서 주인공까지 맡았었는데, 이런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참 이름값에 비해 못뜬 배우중 하나인것 같아요.. 오히려 <아르고>로 인생전환을 가진 느낌이에요 ㅋㅋ 로자먼드 파이크는 이번 연기로 내년 2월 아카데미 여우주연 후보설까지 나오더군요. ㅎㅎ 확실히 아카데미가 좋아할만한 연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
  • 1321 2014/12/09 15:20 # 삭제 답글

    오늘 이 영화를 보고 리뷰를 보네요 ^^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실망했어요.. 물론 영화 자체는 연출도 그렇고 몰입도 있게 잘 만들었지만 내용전개도 그렇고.. 한편의 아침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ㅋㅋ 깊은 메세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허탈한 웃음이 하하ㅋㅋ 저 역시 언론의 반응에 가장 집중이 되더라구요 ㅎㅎ
  • 레비 2014/12/11 01:39 #

    전 핀처의 연출력은 이젠 의심의 여지 없이 믿고보는 신뢰는 보내지만 그가 늘 건들이는 주제, 인간의 나약한 면을 후벼파는 주제의식은 늘 편안히앉아보질 못하게 하는것 같아요. ㅎㅎ 그래서 짜임이 아주 좋아도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늘 불편하기 때문에 핀처의 영화들은 매번 얼굴근육을 긴장하고 보게되네요 :) 전 아직 읽지 않았지만,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꽤 많이 손실된 것 같다는 평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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