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Jane Eyre, 2011 Flims







샬럿 브론테의 소설이 (또는 브론테 자매들의 소설들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비해서 이상하리만큼 영화화되기 버겁다는 느낌을 받았던 이유는 19세기 고딕소설 풍의 어두운 분위기와 멜로 드라마와의 장르적 충돌을 영화가 감당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에와서 보아도 여느 로맨틱 코미디물들과 견주어 어색하지않을 제인 오스틴의 영화화된 작품들에 비해서 브론테 자매들의 소설의 영화화에는 둘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케하는, 영화가 문학을 좇을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제인 에어>는 그런 두가지의 선택을 모두 취하면서도 어느 한쪽을 다른 면에 의해 희생시키지도 않았다. 재미일본 3세대인 캐리 후쿠나가는 데뷔작 <신 놈브레>로 이미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적이 있다.


<제인 에어>는 조안 폰테인, 샬럿 갱스부르를 이을 21세기 제인의 얼굴로, 당시만해도 거의 신인에 가까웠던 호주의 배우 미와 와시코브스카를 캐스팅했다. 원작에선 갓 스무살인 제인을, 샬럿 갱스부르가 25살, 조안 폰테인이 27살이었을때 연기했던 것을 생각해보자면, 21살이었던 미와 와시코브스카에게 제인을 맡긴 점은 단순히 사랑에 빠진 여성보다는 그녀의 얼굴에 담겨있을 당돌함과 젊고 어린 자기애에 더 큰 이점을 가져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는 2010년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많은 스타들의 조연 속에서 타이틀롤인 '앨리스'를 맡아 세상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후 그녀는 짧은 시간내에 구스 반 산트(<레스트리스>), 짐 자무쉬(<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같은 명감독들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할 기회를 얻었고,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로체스터는 매튜 맥퍼딘의 다아시나 제임스 호손의 히스클리프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 그래야만했다. 존 리버스 역에는 제이미 벨이, 로체스터의 저택의 안주인격인 미세스 페어팩스는 주디 덴치가 캐스팅되었다.


영화 <제인 에어>가 독특한 점은, 그녀가 로체스터의 저택을 나와 존 리버스를 만나고 새로운 전환을 시작하는 부분을 영화의 가장 첫장면에 넣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그녀의 어린 시절과 로체스터를 만나고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도망치듯 빠져나온 이야기가 모두 플래시백으로 처리되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회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녀가 왜 로체스터로부터 달아났는지 스스로의 복기가 끝난 이후, 존 리버스로부터 청혼받고 선교사의 아내라는 새로운 삶을 '제의'받았을 때, 존의 실수는 그녀의 주체적인 사랑의 욕망을 '적당함'으로 무마하려 했던 것이었고 그녀는 다시 로체스터의 저택으로 향한다. 미세스 페어팩스가 이번엔 제인이 알지 못하고 있던 지난 일들을 설명해주고 제인과 로체스터는 이제 비로소 둘 사이의 장벽 없는 사랑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제인이 로체스터 저택에서 겪었던 일들을 모두 회상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로체스터와의 사랑을 키우는 부분과 그 사랑이 가로막히는 부분이 중후반부에서 극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고, 이 이야기는 시간적으로 진짜 종반부인 존과의 헤어짐, 그리고 로체스터와의 재결합 에필로그와도 충돌과 무리 없이 이어질 수 있다. 고전을 제한된 필름의 길이에서 리메이크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고성과도 같은 로체스터 저택의 내부 분위기나, 마치 '폭풍의 언덕'에서의 집 워더링하이츠를 연상케하는 외형적, 지리적 풍광은 푸른 빛이 자주 사용된 카메라속에서 어딘가 음험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개낀 숲에서의 갑작스러운, 그리고 서로 유쾌하지 않은 로체스터와 제인의 첫만남이나, 후반부까지 드러나지 않은 로체스터의 비밀등으로 영화는 스릴러적 긴장도 유지하고 있다. 어딘가 그늘 져있는 패스밴더의 연기도 이런 밝지만은 않은 텍스트의 남주인공에 아주 잘 어울린다. 그는 확실히 미스터 다아시는 연기하기 힘들 것이다.


제인이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신을 외쳐가며 거부했던 로체스터와의 관계는, 그녀가 본능에 가까운 이끌림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지켜내야할 스스로의 자존감, 신념이 더 컷기 때문이 아닐까. 법적 아내가 있는 남자의 새로운 아내가 될 수는 없다는 제도적 장애물이나 신분과 재산의 차이에서 오는 남녀간의 상하적 관계에 대한 거부감 등 그녀가 단순히 사랑 한가지만을 두고 로체스터에게 몸을 던지못한 이유는 많았다. 그런데 존 리버스의 청혼에 대해서는, 이 모든 장애가 없었음에도 그녀는 마음이 부르는 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로체스터에게 향한다. 그것은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남자를 앞에 두고도 진정 '마음'이 없는 사랑은 할 수 없었을, 더 큰 명제가 그 위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해서 다시 만난 로체스터와는 더이상 앞서 언급한 장애들이 제거되어있는 상태였다. 법적으로 구속하던 로체스터의 아내는 죽었고, 화마로 재산을 잃은 로체스터와 달리 제인은 친척의 상속녀가 되어 사회적 지위나 부의 차이도 사라진 상태였다. 둘 사이를 가로막던 장벽은 사라졌고 이제서야 그녀는 로체스터를 진정으로 안을 수 있게 되었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 제인역의 미와 와시코브스카는 3년 뒤인 2014년,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를 영화화한 동명 영화 <마담 보바리>에서 주인공 엠마 보바리 역을 맡았다. 영화는 아직 만나 볼 수 없지만, '마담 보바리'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그녀의 이 필모그래피를 통해 그녀의 얼굴에서 '제인'의 우울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상하게될까봐 오지랖 섞인 걱정을 해본다.  (이 영화는 지난달 북미에 처음으로 공개되었으며, 아직 국내 개봉은 예정되어있지 않는것 같다.)









덧글

  • 2014/09/30 00: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02 01: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10/02 17: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04 03: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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