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컨트리맨, The Necessary Death of Charlie Countryman, 2013 Flims







영화 <찰리 컨트리맨>의 원제는 The Necessary Death of Charlie Countryman이다. 멜로 영화인줄 알았던 이 영화에 사랑보다 더 가까이에 다가와있는 것은 바로 죽음이다. 세상의 어떠한 죽음은 무의미하고 또 어떤 죽음만이 necessary하겠냐만은, 영화의 초반부를 보다보면 이 의미심장한 원제가 영화 전반적으로 얼마나 짙게 드리워져있는지 알 수 있다. 찰리(샤이아 라보프)는 영화 시작과 거의 동시에 자신의 어머니가 안락사하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그리고 유령으로 다시 나타난 어머니가 그에게 말을 건다. 부카레스트로 가라고. 꼭 약속해달라고. 죽은 어머니의 계시와도 같은 메세지에, 부다페스트도 아닌 부카레스트로 향하는 찰리는 비행기 안에서 또 다른 죽음과 만난다. 시카고 컵스의 경기를 보러 시카고까지 원정을 왔다가 돌아가는 루마니아의 중년 아저씨가 자신과 샴페인을 나눠마신 후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채로 돌연사한 것이다. 조금전까지 자신과 친절하게 대화를 나누던 사람의 또 다른 급작스러운 죽음을 목도한 찰리는 이번에도 죽은 그의 유령의 메세지를 듣는다. 사랑하는 딸에게 모자를 전해달라는 환상과도 같은 메세지를 받은 찰리는,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에서, 루마니아어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그녀를 찾는다. 그렇게 만난 게비(에반 레이첼 우드)와 그는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영화 <찰리 컨트리맨>에는 이토록 허무맹랑할 정도로 환상적이고 공상적인 전개가 있다. 또한, 게비의 전남편이자 찰리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할 남자는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마피아 나이젤(매즈 미켈슨)이다. 이름부터 'countryman'인 찰리는 마치 트랜스포머에서 보던 그의 모습처럼 겁많고 심약하고 나약해보이는 청년이다. 샤이아 라보프가 연기한 찰리는 올해 상반기에 만난 <님포마니악> 시리즈에서보다 보다 더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얼굴과 표정은 죽음과 폭력의 공포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얼굴에서, 점차 사랑에 대한 갈망이 그 공포를 눌러나가는 표정, 마침내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는 남자의 표정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주 '뛴다'. 위협으로부터 달아나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애타게 달려가기도 한다. Moby나 M83과 같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사운드트랙들은 스타일리시한 영상들과 함께 그런 그의 역동적인 연기와 아주 멋지게 어울린다. 샤이아 라보프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있다. 이미 칸느 남우주연상을 받은 적이 있는 매즈 미켈슨의 악역 연기는 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 눈물로 자주 번져나가는 눈화장이 인상적이었던 에반 레이첼 우드와 샤이아 라보프와의 호흡도 괜찮다.


하지만 루마니아의 수도에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를 두고, 부카레스트를 마치 범죄의 온상과 같은 도시처럼 그려놓은 것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요소다. 경찰부터 뒷골목 조직들까지. 마치 찰리의 어머니가 말했던것처럼 '부다페스트'랑 헷갈려서 잘못 온 도시와 같이 묘사하는 것은 잘못된 처우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가 가장 크게 흠잡힐 부분은 진부한 스토리와 그 결말에 있을 것이다. 자신보다 훨씬 강한 남자, 그리고 잘못된 남자의 마수로부터 나약했던 한 남자가 사랑의 힘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구출시킨다는 이야기는 이미 뻔하디뻔한 플롯일 수 있다. 혹은 두목의 애인을 사랑한 부하의 이야기라던가. 하지만 죽은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느와르와 멜로 드라마의 장르가 뒤섞여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한편의 꿈, 한편의 판타지로서 제법 괜찮다.


머리에 전기가 관통해 지나가듯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거나, 누군가를 미친듯이 짝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서 찰리가 보여주는 맹목적인 사랑, 달걀로 바위를 치는듯한 무모한 사랑에 혀를 차고 있을 수 만은 없을 것이다. 목숨을 위협받아도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을만한 그런 가치는 사랑이 아니고서야 다른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이 영화는 미국 선댄스 영화제와 베를린 국제 영화제를 거쳐 1년 늦게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다. 상영관도 적고 대중적으로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서 금방 상영 리스트에서 사라질것만 같지만, 요즘 같은 이런 뒤늦은 무더위에 보면 좋을만한 그런 서늘한 느낌의 영화다. 마치 한곡의 일렉트로닉 신디팝을 감상한 느낌의 영화.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경험을 공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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