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닌, ソラニン, 2010 Flims








햇빛에 오래 노출되도록 잘못 보관한 감자의 표면은 녹색으로 변한다. 이것은 감자가 먹으면 안될 정도의 독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외관적 신호이다. 특히 그때를 노려 활발하게 틔워진 감자의 싹에는 그 독성 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있다. 그런데 사실 녹색이 아닌 보통의 감자들에도 소량의 독성물질은 있다. 다만 그 정도 양은 사람이 섭취해도 무해하기 때문에, 우리는 녹색의 감자나 감자의 싹에 있는 과도한 독성만을 걱정할뿐이다. 싹을 틔우면서 독을 품는 감자. 감자의 그 독 성분을 솔라닌이라고 한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이 영화의 제목인 소라닌은 바로 그 솔라닌의 일본식 발음이다.


난 일본의 청춘영화들을 보다보면 종종 감동 그 이상의 경외감이 들때가 있다. 어느 나라에나, 어느 문화권의 영화들속에는 그들만의 청춘영화들이 있을 것이다. 보통 10대들로부터 시작하는, 그리하여 방황과 질풍의 시기를 관통하여 이른바 '어른'이라는 어떤 경계에 닿으면 혹은 닿기직전에 끝나는 이런 영화들은 그 시절속에서만 오직 말할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나는 이 청춘영화라는 특수한 장르의 한쪽 벽면에, 100년여의 세계 영화사를 통틀어서도 오직 일본 영화들만이 차지하고 있을 특정한 영역이 있는것만 같고 느낀다. 그것은 아마도, 일본 문화가 다른 세계들과 미묘한 차이를 갖는, '청년'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같은 동양 유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문화가 갖는 '성년이 된다는 것'에 두는 의미 부여는 분명 조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일본 영화가 청춘영화라는 장르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감성을 구축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저변에는 바로 이런 사회적 인식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세상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그들보다 더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문화권을 막론하고, 청년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미완의 꿈과 그 꿈이 현실과서 제대로 마주하는 그런 시기가 아닐까.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은 못하는 것이다.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청춘이라는 이유로 아픔을 강요하는 문장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의 상단에 오랫동안 올라있을 때, 혹은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이 무차별적으로 '소비'될 때. 우리는 청춘이 꿈이란 단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남발해도 괜찮을 가능성의 시간이라고 막연하게 오판하기 쉽다. 하지만 청춘이 그렇게 아름답게 미화되거나 모든게 용서될것만 같은 시간으로 회상되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춘은 그저 누구나 거쳐지나가는 사춘기 같은 것뿐인지. 혹은 그때의 시간들을 미성숙의 시간이나 혹은 자다가 이불킥해야하는 그런 성장통으로 치부해버릴 것인지. 감자가 싹을 틔우면서 갖게되는 솔라닌이라는 독은, 정말 독으로서만 작용했던 것인지.


<나나>의 미야자키 아오이는 이번에도 남이 대신 꾸어준 꿈에 동화되는듯한 역할이지만 이번만큼은 직접 기타를 집어든다. 밴드가 결성되고 배우가 직접 노래를 불렀지만 이 영화 <소라닌>은 <스윙걸즈>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이 아픈 청춘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더 가깝다. 사별한 연인의 못다이룬 꿈을 남겨진 자신이 대신한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진부할수도 있지만 이런 청춘 영화에 딱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을 적절한 전개가 아닐까. 그녀의 노래는 죽은 연인을 위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제 끝나버림을 받아들일 자기 스스로의 청춘에 바치는 송가일수도 있다. 반복되는 하늘에 대한 주인공의 독백은, 모두 과거형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비슷한 외형의 일본 청춘 영화들보다 훨씬 슬프다. 주인공은 떠밀리듯 어른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지만 절대로 예전의 그 행복했던 하늘 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시절의 하늘, 그때는 가능성을 더 많이 갖고있던 하늘을 늘 떠올리지만 이제는 오지 않을 그 하늘로. 청춘이라는 독은 적당량은 싹을 틔우게하는 자양분일 수 있어도, 과하면 독으로 다가온다는 이 영화는 그 담담함과 먹먹함에 잔인하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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