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 Flims








정말 좋네요. 정말 좋아요. 코엔 형제의 영화들을 사실 저는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니었어요. 그들의 블랙 코미디는 항상 웃기면서도 결코 편하게 웃질 못하게 하잖아요. 저는 끝없이 사람을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그 형제들의 화법이 사실 싫었어요. 그런데 오늘 <인사이드 르윈>을 보았어요. 코엔 형제의 최신작이라죠. 그런데 아. 정말 이런 영화가 있어주어서 제가 영화를 그만볼 수 없을 것만 같아요. 코엔 형제는 정말 큰 한걸음을 내딛은 것만 같아요.

<인사이드 르윈>의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따왔다는 사실, 롤랜드 터너가 실제 인물이라는 것이나 혹은 밥 딜런과 그가 활동했던 시대상이나 포크송에 대한 배경 지식이 거의 없는채로 이 영화를 보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어요. 짐과 진이라는 주인공 르윈의 친구들이자 연인역으로는 캐리 멀리건과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얼굴을 내비쳐서 반가웠지만 주인공 르윈은 오스카 아이삭이라는 아랍계스러운 얼굴의 배우가 맡았어요. (찾아보니 과테말라 출신이네요.) 팀버레이크야 가수겸배우라하지만 오스카 아이삭은 처음엔 배우라기보단 그냥 가수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나중에 DVD가 나오면 꼭 오디션 영상이 수록되길 바래요. 우울하다는 평이 많아서 조금 걱정했어요. 우울한 영화를 음력설날부터 보고싶지않아서 억지로 <겨울왕국>을 보고난 다음날 보았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웃음코드를 기대이상으로 많이 갖고 있더군요. 킥킥거릴만한 부분들이 꽤 많아요. 하지만 현대보다는 과거가 배경이라서 그런지, 색채는 조금 뿌옇거나 무채색이고 인물들의 얼굴빛은 그래서 더 닫혀보여요. 그것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요.

르윈이 "난 여기까지인가 봐"라고 말할 때는 정말 눈물이 났어요. 네. 어제 아트나인 20:55 상영회차에서 혼자 훌쩍이던 남자가 저에요. 사실 르윈은 막막 응원해주고 싶은 타입은 아니에요. 진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그는 아무런 노력조차 안하는 그냥 루저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도 그런 그를 보고있다보면 신기하게도 꼭 잘 되길 바라게되요. 그를 응원하는척하면서 소심하게도 저 자신을 응원하는 것처럼요. 그에게 보내는 응원의 일부를 내가 되돌려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난 여기까지인가 봐라고 실제로 말해본 적이 있으시다면 제 감정을 공감하실 수 있을거에요. 그래서 그가 진과 커피숍에서 다툴때, 자신을 루저라고 말하지만 그런 그녀를 다시 속물이라고 되받아칠 때, 이 영화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르윈은 이상과 현실, 음악가와 선원, 루저와 속물의 경계에 서 있어요. 언젠가 알아주는 이가 나타날꺼라면서, 잘나갔던 듀엣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또 지금은 죽고 없는 파트너 없이는 다신 그때 그 곡을 부르려하지 않아요. 그건 얄팍한 자존심이자 허세이지만 저는 이해할 수 있어요. 그건 꿈을 위해 허락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란 말이에요. 교수가 밥 먹여주는 자리에서 그깟 자존심 한번 버리고 불러주면 그만일 곡을, 르윈은 화를 내면서 스스로의 그리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 발버둥쳐요. 그건 결코 르윈이 앞뒤 꽉막힌 사람이라서만이 아니에요. 고양이와 함께 있을 때는 짐이 말하는 루저의 삶도, 자신의 음악적 자존심과 꿈을 당당하게 지키려는 선택을하지만 고양이가 없을때는 그는 현실과 자꾸 타협을 하려해요. 고양이는 그렇게 혼란의 기로에 서있는 그의 내면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겠죠. 자유롭게 집을 떠났다가 알아서 되돌아온 그 고양이의 이름이, 맙소사 율리시스래잖아요.

이따위로 살아야되나 싶을때 결국 선원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않죠. 그리고 다시 첫 시퀀스가 마지막에 반복되는데 이제는 뭔가 달라요. 르윈은 이제 듀엣과 함께 했던 그 곡을 부를 수 있게되는데 타임즈에서 보고있을 그 주선된 자리를 수락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그러고보면 그의 동료 짐은 이미 '프리즈 미스터 케네디'라는 (르윈의 기준으로는) 자존심을 버린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곡으로 콜럼비아라는 메이저 소속사에 들어갔지요. 르윈 역시 성공의 꿈을 품고 시카고까지 애써 가 오디션을 보지만 그가 다시 되돌아온 곳은 처음 그가 있었던 곳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죠. 결말에 대한 해석이 많이 다를 수도 있는데, 어떤 분들은 다시 시작되는 밑바닥 인생의 순환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전 오히려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르윈의 얼굴을 가격하고 유유히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는 남자, 그리고 굳이 그의 얼굴을 확인도 못할꺼면서(물론 관객인 우리들만 모르는 것이겠지만요) 기어가 떠나는 택시의 뒤로 '아르보아 Au revoir'라고 하는 이유는 이따위 삶이 또 다시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도 그런 미래에 던지는 여유넘치는 인사 같았어요. 꿈을 쫒는 몽상가라고, 루저라고 홀대받아도 르윈이 음악을 그만두고 배를 타러 나가는 일은 없을것 같으니까요.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영화 시작전 잠깐 지나갔던 광고가 생각났어요. 아트나인에서 인사이드 르윈 OST를 100장 한정수량으로 팔고 있다는 문구가 기억이 나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가 사운드트랙을 샀어요. 포스터도 같이 주더라고요. 요건 인증샷이에요. 올해가 시작되고 난 뒤 만난 최고의 영화였어요.









핑백

  • Call me Ishmael.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2018-08-13 01:38:32 #

    ... 는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연과 오해 그리고 추격과 추적의 영화들이라는 것이다. 초기작 &lt;파고&gt;와 코미디 &lt;번 애프터 리딩&gt;,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 &lt;인사이드 르윈&gt;에 이르기까지 범죄가 소재가 되든 아니든 그들의 영화속 캐릭터들은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무언가를 쫓는다. 그리고 그들의 필모그래피에서 단연 가장 빛나고 있는 이 영화 ... more

덧글

  • 2014/02/02 02: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02 08: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2 03: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02 08: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2 23: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3 13: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2 09: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03 10: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3 16: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9 12: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2 10: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03 10: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3 09: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03 10: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3 12:3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9 12: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milejd 2014/02/03 17:05 # 답글

    얼마전에 티비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강추하던게 기억이 나네요~ 왠지 조용히 홀로 보면 좋을
    영화 같네요^^
  • 레비 2014/02/09 12:14 #

    네 저도 혼자 보러갔었는데 정말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 2월이 가기전에 또 볼수 있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375

통계 위젯 (화이트)

515
123
916993

웹폰트 (나눔고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