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Frozen, 2013 Flims






스포일러 있습니다.



디즈니 프린세스 계보에서 최고령 (21살이라고 한다..) 공주가 된 엘사의 매력을 찾지 못한것이 나로선 아쉽다. 나도 시류에 편승하고 싶었는데. Let It Go는 아름다운 한편의 뮤직비디오라면 모르겠지만 확실히 과대평가되고 있는 곡이 아닐런지. 

영화사상 역대급 제작비를 쏟아부어가며 만든 <라푼젤>로의 재기이후, 디즈니는 자신들의 '공주 시리즈'의 방향성을 <겨울왕국>으로 확실히 선언하는 듯하다. 더이상 공주의 짝은 오직 왕자뿐일리 없다는것은 이번엔 아예 반전으로서 역이용될 정도. 여주인공보다 덜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는 한스와 크리스토프로 다시금 재확인되는데, 이젠 더이상 디즈니 공주들의 짝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보다 오히려 결함 많은 평범한 (심지어 어디가 매력인지 잘 모르겠을 정도의) 남성 캐릭터들이다. 게다가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공식조차 <겨울왕국>은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진실한 사랑'이 어찌 '한눈에 반하는 사랑'일 수 있는지를 마치 지나온 과거의 공주 시리즈에게 자문하기라도 하듯 한스의 악역은 신선하다. 

남성 캐릭터가 더이상 왕자가 아니라는 것 뿐만 아니라, 그에 반비례하여 능동적이고 적극적이 된 프린세스의 모습은 사실 <라푼젤>에서 시작된 바 있지만, <겨울왕국>이 이에 한발 더 진일보한 점은 마법을 푸는 진정한 사랑이, '왕자의 키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겨울왕국>이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자매간의 사랑으로 해답을 내놓은 것은, 엘사가 가진 마법의 정체와 그것을 꼭꼭 숨기려는 모양이 성정체성이라고 생각한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마법 그 자체는 영화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사라지지 않고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즐거워하는 것은 오직 엘사가 판단하기보단 엘사 외부의 시선들로부터 기인한다. 엘사와 안나의 부모이자 왕과 왕비의 대사에 의하면 엘사가 안나와 마법으로 장난을 치던것이 하루이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안나에게 '정신적 외상'을 남기고 부모와 그들이 만난 트롤은 희안하게도 안나의 상처를 치유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기억을 지워버린다. 자매간조차 알아서도 안되고, 사회적으로도 들켜선 안되는 꼭꼭 숨겨야하는 금기가 무엇일까? 오우. 이렇게쓰니 마치 이 가족용 애니메이션이 자매간 근친 레즈물이 되어간다. (엘사는 디즈니 역사상 최초로 남성 애인없이 극을 마치는 여주인공이다.)

사실 엘사의 마법을 꼭 성정체성으로 단정지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녀들의 부모가 시작을 당기긴했지만 엘사는 스스로의 마음을 닫아버렸고 그런 내성적인 성향은 얼음으로된 궁전과 얼려버리는 마법, 그리고 얼어붙은 심장등의 키워드로 잘 치환되어 있다. 눈사람 올라프가 Let it go를 부르며 궁전을 떠난 엘사가 자유로움과 해방을 느낄때 만든 내면의 자아 1번이라면, 마쉬멜로는 안나가 찾아왔을때 다시 닫혀진 문 뒤로 숨기위해 만든 자아 2번일 것이다. 엘사 본인이 스스로 만든지도 모르는 올라프는 안나 일행을 성밖에서부터 반기고 환영하지만, 마쉬멜로는 성문앞에서 한스와 병사들을 가로막는다. 엘사의 외내향적인 초자아가 두 눈사람으로 표현된 것이 흥미로웠다. 이 이야기의 끝은 자매간의 우정과 사랑으로 결론짓지만 엘사라는 한명의 뒤늦은 사회화과정이기도 하다.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넘버 원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여기에는 겨울과 얼음과 눈과 물이라는, 미학적으로 유리한 소재로 채운 그만큼의 가산점이 작용할 것이다.











덧글

  • 세진 2014/02/02 04:22 # 답글

    넘버원은 아니죠. 너무 말하고자 하는게 많았어요. 근데 볼거리는 가득 넣고, 전개는 빠르고... 뒤에서 뒤틀어버리고, 이거 뭐 실험작인가...
  • 레비 2014/02/02 08:22 #

    가끔 남들은 다 좋다고하는데 제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않아서 혹평하기에도 조심스러운 영화가 있는데 <겨울왕국>이 제겐 딱 그랬네요 :) 솔직하게 말하면 <라푼젤>만큼도 못했던것 같아요. (아 <라푼젤>은 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 루시앨 2014/02/02 08:06 # 삭제 답글

    전 그 이유가 아이들이 타깃이어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빠른 전개, 설명없이 넘김, 지나친 화려함. 이런건 어른들에겐 뭔가 허전함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지만, 항상 집중의 대상이 확확 몇분 몇초만에 바뀌어버리고, 말하지 않는 부분을 상상으로 채워넣는 아이들에겐 최적이죠.
  • 레비 2014/02/02 08:25 #

    맞아요. 지적해주신대로 그 점이 또 디즈니의 한계가 아닐런지 모르겠어요. 어른을 위한 동화는 정녕 디즈니에겐 무리한 기대인지도 모르겠네요 :) 차라리 어설프게 둘 다 잡으려하지말고 그냥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남는것도 나쁘진않을텐데 전 이렇게 모호해진 작품은 오히려 역효과같아요.
  • 레니스 2014/02/02 09:09 # 답글

    전 관계회복, 관계맺기,신뢰쌓기 등의 관점에서 몰입해 봐서 그런지 너무너무 만족했었는데요,
    이 영화의 호불호는 얼마만큼 감정이입할 수 있는가에 달린거 같습니다. (그외 뮤지컬을 즐기는 사람들 정도)
    개인적 생각에 남성분들은 그닥 공감 못하는 분들이 많으시는 거 같아요.
    약간 극단적으로 말해서 관계지향적인 여자와 목표지향적인 남자의 관점차이랄까요;

    그리고 엘사의 마법은 성정체성이라기 보다 통제 안되는 지나치게 강한 힘으로 보입니다.
    어마어마한 재능인데 애들 답게 그냥 노는데만 쓰다가 동생을 거의 죽일뻔했으니까요.
    영화 첫곡 ICE WORKER SONG을 보면

    BEAUTIFUL! POWERFUL! DANGEROUS! COLD!
    ICE HAS A MAGIC CAN'T BE CONTROLLED.
    STRONGER THAN ONE, STRONGER THAN TEN STRONGER THAN A HUNDRED MEN!
    ->이게 엘사의 능력의 상징한다고 봅니다.

    기억을 지우는것도 애들은 또 금방 다시 마법쓰고 놀 수 있으니까. 위험예방차원에서가 아닐까요. (안나가 많이 조르지요)

    라푼젤도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이거보고 다시 꺼내봤더니 오히려 지루하고 평면적으로 느껴져서(물론 매우 잘만든 영화인건 변함없지만) 겨울왕국들어서 진짜 많이 발전했구나 이렇게 생각되더라고요...; orz
  • 세진 2014/02/02 13:49 #

    저 뮤지컬 영화 정말 좋아하는데요ㅠ 이게 뮤지컬 영화였나요? 솔직히 노래만 나온다고 다 뮤지컬 영화인가요.. 잠시 나오는 이벤트정도로만 느껴졌는데요.

    같이 본 이모가 딱 감정이입을하고 애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괜찮다는 님 말씀이랑 똑같은 말을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기존에 영화를 많이 본 편이라서 그런건지ㅠ 쉽게 가려고 해도 영 별로였네요
  • 레비 2014/02/03 09:53 #

    맞아요 :) 모든 영화나 예술들, 꼭 공연이 아니라 미술까지도.. 감정이입이 얼만큼 잘 되느냐에 따라서 만족도가 달라지고 와닿는 범위가 달라지겠죠 :)

    남녀의 차이를 제시하시니 저도 떠오른 것인데, 엘사 목소리를 맡았던 이디나 멘젤이 이 <겨울왕국>을 두고 "a bit of a feminist movie for Disney" 라고 했다는걸 읽은 기억이 나네요. 라푼젤 이후 자주적인 여성상은 더 강해졌고 능동적인 공주들이 이번에도 등장하네요 :)

    제가 여전히 <라푼젤>을 <겨울왕국>보다 더 상위에 두는 이유는, 확실히 발전적 측면에서는 보다 더 후에 만들어진 <겨울왕국>이 당연히 나아야겠지만 <라푼젤>은 답보상태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리고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의 하나의 돌파구이자 첫도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겨울왕국>이 <라푼젤>을 좀 더 발전시킨 면이 있지만 그 방향성을 바꾼건 <겨울왕국>이 처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 에이프릴 2014/02/02 11:12 # 답글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될 수 있는 아름다움은 다 나온거 같아요. 얼음하고 눈은 말할것도 없고, 성을 개방하는 날 조명이 켜지는 장면은 정말이지 아름다웠어요. 근데 저도... 영화가 좀 지루하고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어요. 뭔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들이 중간에 뚝뚝 잘라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아이들 영화라서 그런거라고 치부하기도 뭐한게 전 디즈니 애니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라이온킹은 제 베스트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근데 겨울왕국은... 영화 보고 나오면서 너무 기대를 했나보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는 나랑 잘 안맞나보다. 이 두 가지 생각을 했어요. 레 미제라블을 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 다른 사람들은 다 호평하고 열광하는데, 나는 왜....?? 이런느낌이요.
    설 연휴동안 남자가 사랑할때. 겨울왕국. 수상한 그녀 이렇게 세 영화를 봤는데, 남자가 사랑할때는 정말 X10 최악이었고. 수상한 그녀 하나만 만족스러웠어요~
  • 세진 2014/02/02 13:47 #

    저도 디즈니 명작들 3번씩 볼 정도로 좋아합니다ㅠ 비디오를 하도 사서 공짜로 비디오도 받은 골수 팬인데요...
    그래픽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은 처음 본거라서 그런가봐요. 라푼젤도 안봤거든요ㅠ 정말 실망했어요.

    저도 레미제라블은 별로였어요ㅠ 사람들 다 찬양할 때 뮤지컬버전보다 그 전 버전이 훨씬 낫다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를 않더라고요. 안보셨으면 한번 보세요. 예전에 나온거요. 지금 봐도 신부가 하는 말에서 저는 울어버릴 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이 정말 죽인답니다. 어제 수상한그녀도 봤는데 정말 괜찮더라고요.
  • 레비 2014/02/03 10:08 #

    저 역시 이토록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만큼 조금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디즈니는 디즈니더군요 ^_ㅠ 하지만 또 그것이 장점이기도 하겠지요. 뮤지컬적인 요소가 눈에 띄게 많이 들어갔긴했지만 트랙들이 특출나게 빼어나다는 느낌은 없었고 그냥 딱 아이들, 가족용 애니메이션에 적당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두가 열광한다고해서 자신도 열광해야되는 것은 문화가 아니고 예술이 아니지 않을까요 ^-^;

    <남자가 사랑할 때>와 <수상한 그녀>는 보지 못했습니다. ㅠ 전 설 연휴때 <겨울왕국>과 함께 <인사이드 르윈>과 <로렌스 애니웨이>를 보았어요. 그런데 뒤의 두 편이 모두 <겨울왕국>보다 나았네요 :)
  • 2014/02/02 20: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03 10: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2/03 11: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비틀매니아 2014/02/02 21:19 # 삭제 답글

    엘사가 최초로 남성 애인없이 극을 마치는 여주인공이라는 말씀은 틀리셨습니다.,

    왜냐고요? 주인공은 안나거든요.
  • 레비 2014/02/03 10:14 #

    오우 좋은 지적입니다 ㅋ
  • 2014/02/03 00: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03 10: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375

통계 위젯 (화이트)

1734
331
914477

웹폰트 (나눔고딕)

mouse b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