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Flims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한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비난조로는 차마 전부 담아낼 수 없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일지도 모른다. 미답의 영역은, 가보지 못했던 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많은 부분 아름답게 포장된다. 우리는 욕망과 소망을 결합시키면서, 언제나 이상향을 현재의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환상하곤 한다.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우리 인간은, 이 점에 있어 객관적이기 매우 힘든 동물이다. 사랑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고(미쉘 윌리엄스)는 루(세스 로건)와 특별하게 불행했었던 것이 아니다. 그녀는 루를 사랑했었고, 다니엘(루크 커비)과의 밀회에서 분명 석연찮은 불편함과 죄책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이런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이에 대해 마고가 스스로를 변호한다. 그녀는 다니엘의 집에서, 그녀가 앞으로 빠져들지도 모를 남자의 집에서, 자신의 조카 토니의 알 수 없는 행동양식을 설명한다. 대부분은 그 어린 아이가 우는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열에 하나정도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이유 없을’ 감정의 충돌이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토니에 대한 은유는 마고가 자신의 마음을 빗대는 대사들로서 아주 잘 사용되었다. 사람으로 살아있는 한 거부할 수도 미리 막을 수도 없는 감정의 충돌이라고. 그런 그녀에게 다니엘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당위를 부여하려하지만 그녀는 한발 물러선다. 그러나 이것은 충돌의 시작에 불과하다.






유혹하는 데에도, 심지어 기념일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데에도 남편 앞에서 용기가 요구되는 아내인 마고에게, 그 다음날 다니엘과의 데이트는 분명 대조적이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들으며 현란한 조명과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있을 때, 그들의 시선과 몸짓은 그 이상 다가갈 수도 노골적인 유혹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복한 표정은 오직 그 음악, 그 기구가 작동하고 있을 때뿐이다. 이 시퀀스에서, 음악은 메인 멜로디를 한번더 반복하려는 듯 하지만 바로 그 찰나에서 갑작스럽게 끝나버리고 조명은 무심히 돌아오고 놀이기구는 작동을 멈춘다.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음악이 중단되는 그 장면은 너무나 급작스러워서 바로 이전 시퀀스와 배우들의 행동의 아귀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데, 그래서 바로 직전의 숏과 이어지는 장면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직전에서의 행복했던 표정과 너무나 대조적으로, 마치 방금 잠에서 일어난 듯 어리둥절함을 짓는 이 둘의 표정은 마고의 외도, 다니엘의 유혹이 그저 시간이 지나면 깨어날 백일몽이 될 것임을 은연중에 상징한 것이 아닐까. 굳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와서야, 우리가 이 영화의 첫 번째 장면을 다시 만났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말이다.






80년생인 미쉘 윌리엄스는 2000년대 중반 <브로크 백마운틴>을 시작으로 카우프먼의 <시네도키, 뉴욕>, <블루 발렌타인>, <셔터 아일랜드>등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완숙해지는 연기력을 보장하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그녀는 TV드라마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사랑일까>와 같은 해 공개 된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은 최근 그녀의 연기력이 가진 잠재력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벌써 세 번이나 지명되었고 골든글로브는 이미 획득했다. 출연하는 작품 운이 지금처럼 따라준다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녀가 오스카를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은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이젠 더 이상 그녀를 故히스레저의 전 부인으로만 기억하진 못할 것이다.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마고의 모습은 <블루 발렌타인>에서 그녀가 연기한 신디를 겹쳐보이게끔 한다. 하지만 사랑의 떠오름과 식어감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블루 발렌타인>에서의 그녀와 <우리도 사랑일까>에서의 모습을 함께 추천한다면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혹은 하고 있는 분들에겐 우울한 두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캐나다의 아역배우 출신으로 시작하여 줄곧 배우의 길을 걷고 있던 79년생 사라 폴리는 2006년, 줄리 크리스티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어웨이 프롬 허>로 단숨에 주목받는 신인 감독이자 신인 각본가가 되었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그런 그녀가 다시 한번 각본과 감독을 겸한 그녀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감독이 각본까지 맡은 이 영화는, 대사와 분위기가 대단히 촘촘하게 짜여있다. 분위기와 템포는 느긋하고 여유롭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미묘한 기류, 또 그것을 잡아내는 카메라워크는 미리 자로 재둔 듯 정교하다. 그리고 그 영역에 이 영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마고의 심리 드라마가 존재한다. 그녀의 연출력은 미쉘 윌리엄스의 뛰어난 표현력과 어우러져 미묘한 감정선까지도 아주 잘 잡아내고 있다.





기억해둘만한 것은, 마고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환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자였다는 점이다. 휠체어를 타고 다시 만난 그녀에게 다니엘이 묻자, 그녀는 비행기를 놓치는 것을 상상하며 공항에서 혼자 방치되어 버리는 것이 두려우며, 또한 두려움을 상상하는 것이 두렵다했었다. 그녀가 말한 환승(connections in airport)이란 새로이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이다.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에는 새로운 그것이 전과 같거나 모자랄지도 모른다는 미경험에 대한 불안함도 속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고의 대사대로 변화의 사이에 끼어 표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이 영화는 마고가 루에게서 다니엘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결과를 우리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속 마고의 일은 관광지 안내책자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니엘은 부업의 일종으로 인력거를 끈다. 모두 관광지에 적합한 직업이다. 영화 속 배경인 토론토가 관광명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의 직업은 치킨전문요리사라는 루의 직업과 대조적이다. 현재의 장소로부터 벗어나 타지로 떠나는 여행은 분명 일상을 탈출하는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설렘이 그대로 이웃이 된다면 어떨까. 여행지에서의 해프닝은 그곳에 묻어놓고 오지 못하는 경우, 그것이 일상이 되었을 때 그것은 여전히 설렘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둘은 여행지에서 만났지만 그 일순간의 호감은 여행이 영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휴가의 마지막 날이 있기에 우리의 휴가는 달콤하지 않던가. 다니엘이 일상이 되었을 때도 과연 그는 루와 다른 남자가 될 수 있을지를, 우리는 언제나 모른다. 그러나 루는 샤워기 물장난처럼 일상으로 스며들어있던 사랑이었다. 마고는 그것이 남편의 장난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정작 이제 사라지려할 때가 되어서야 빈자리를 느낄 수 있다. 수영장 샤워실안에서의 젊은 여자들과 늙은 여자들 사이의 대화는 모든 새로운 것들은 언젠가 낡고 만다는 당연한 진리를 말해준다. 사랑은 시간에 마모된다. 그것을 유지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능력은 관계와 관계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스스로에게 있다. 루와 다니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마고에게 있던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홀로 다시한번 놀이기구를 타고 있던 마고의 미소엔 바로 이 메세지가 담겨 있던 것이 아닐까. 이 삼각관계에 악역은 없다. 루가 잘못한 것도, 다니엘이 잘못했던 것도 아니다. 사랑의 자연스러운 옮겨감은 전적으로 마고의 책임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Take this waltz. 그저 지금 이 왈츠에 맞추어 춤출 뿐이다.









덧글

  • 2013/12/22 02: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22 21: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5/18 21: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5/30 01: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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