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맨, A Single Man, 2009 Flims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가 상상하고 콜린 퍼스가 이를 완성시킨 필름. 영화 <싱글 맨>은 구찌를 지금의 구찌로 만든 톰 포드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 독특한 영화가 되었지만 사실은 그보다 콜린 퍼스의 연기력이 그것을 구현하고도 남을 정도로 발휘된 영화이기도 하다. 톰 포드가 구찌를 나온 후 2005년 설립한 ‘Fade to Black’은 영화 제작사였고, 그가 유명한 자신의 선글라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시기도 그 당시였다. 그리고 2009년, 그는 자신이 제작자이자 연출가로 참여한 영화 <싱글 맨>으로 감독 데뷔를 했고, 그의 이 데뷔작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추측과는 달리 그는 이 영화의 의상들을 직접 디자인 하지 않았다. 창작의 영역에서 리더로 일하길 바란다던 그의 포부대로, 영화계에서의 새로운 도전은 오직 연출가의 자리에서였던 것이다. 관능적인 디자이너가 영화 감독이 되면 이토록 매혹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이 만들어진다는 이와같은 사례는 제법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투박한 색감의 화면과 복고풍의 패션, 그리고 무뚝뚝한 영국인을 연기하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콜린 퍼스라는 배우는 톰 포드가 1960년대를 디자인함으로서 질료성을 갖게 되었다.







<싱글 맨>은 쿠바 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아직 채 식지도 않은 1962년 11월 30일, 미국에서의 하루를 배경으로 삼는다.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몇주를 보낸 직후의 그 11월, 미국이 느끼던 공포와 불안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던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영국인 조지(콜린 퍼스)에겐 그런 공포란 안중에도 없다. 그는 16년을 함께한 동성애인 짐(매튜 구드)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제 '싱글 맨'이 되었고 오늘을 사진의 삶에서의 마지막 하루로 삼으려한다. 존 F. 케네디 재임 시절의 미국에서, 조지는 학생들에게 <멋진 신세계>로 유명한 올더스 헉슬리를 이야기한다. 실제로 올더스 헉슬리는 존 F. 케네디와 같은 날 사망하였다. 이 영화의 원작은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1984년 동명소설이다. 이셔우드는 실제 동성애자였으며 그의 동성 애인인 화가인 돈 베커티는 이 영화 <싱글 맨>의 시나리오 작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케니 역의 니콜라스 홀트 역에는 제이미 벨이 캐스팅 되었지만 변경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조지의 마지막 하루를 쫒는다. 그는 가정부와 금발의 비서에게 평소답지 않은 과장된 칭찬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면서 깔끔하게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리볼버를 가방에 넣어 대학으로 출근한다. 그가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설파하는 소수론少數論은 1960년대에 게이로 살아감에 있어 자연스럽게 '소수'가 되어버린 스스로가 세상에 던지는 항변이자 외침이다. 소수란 다수에게 위협이 가해질 때 생기는 것. 그러나 그 위협은 공포를 전제로 하며 다수는 소수를, 다수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규정해버림으로서 소수는 졸지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소수가 된다는 것이다. 아침 화장실 벽 너머로 미국의 일상적인 가정의 아침을 엿보는 조지의 시선은 그런 소수, 스스로 자처하듯 투명인간의 시선이다.







그의 마지막 날 저녁에는 그의 오랜 벗이자 그를 오랫동안 이성적으로 갈망하는 여자 찰리(줄리안 무어)와의 저녁 약속이 예정되어있다. 9년만의 연인을 잃은 그녀 역시 '싱글'이 되었고 그녀는 이제 옛날을 추억하며 조지와의 재결합을 꿈꾼다. 그러나 마음속엔 온통 '동성애인'인 짐 생각뿐인 조지에게 '이성친구'인 찰리의 구애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조지에게 무언가를 느낀 것은 찰리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인 케니(니콜라스 홀트)의 접근과 호감을, 조지는 처음엔 불편하게 여긴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동성애자인 카를로스(존 코타자레나)의 매력적인 외모에도 짐을 대신할 수는 없었던 것과 달리, 케니에게 짐에서서 느꼈던 비슷한 만남과 감정을 조지가 느끼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조금 뒤늦게 전환점을 맞이한다. 케니와 밤바다를 함께 헤엄치고, 그를 자신의 집안까지 들인 조지가 자살을 중지하는 것이다. 보다 젊은 케니의 육체를 보고, 그가 미리 꺼내어 품에 안고 잠들어있던 자신의 리볼버를 보면서 조지는 다시 소수로서 살아가기로 마음을 바꾼다. 그런데 얄궂게도 조지의 심장발작이 그 순간 재발한다. 자살을 철회한 그때에 진짜 죽음이 그를 덮쳤으나 그는 이승에서의 케니를 두고 저승에서의 짐과 재회한다. 영화의 처음, 짐의 죽음에 입맞춘 조지의 꿈과 대조적으로, 영화의 마지막 쓰러져있는 조지의 죽음에 짐이 나타나 입 맞춘다. 조지는 이 하루 안에서 새로운 삶을 향한 의지와 돌아올 수 없는 영원의 길을 모두 경험한다.







지난 9월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영화사 대표와의 국내 첫 동성결혼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법적 혼인신고가 과연 승인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관심사로 남아있다.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어있는 국가는 15개국이며 이중 올 한 해에만 뉴질랜드와 우루과이, 프랑스 3국이 합법화된 국가가 되었고, 해마다 이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만 같다. 미국에서 역시 동성결혼을 받아들이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는 주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두려워함으로서 소수를 소수라고 부르지만 과연 무엇에 대하여 두려움을 주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두고자 하는 것인가.
















덧글

  • 2013/11/25 02: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1/30 21: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레몬트리 2013/11/25 10:28 # 답글

    저 이 영화 되게 좋아하는데 레비님 리뷰를 보니까 반가워요. ㅋㅋ 개인적으로는 싱글맨에서의 콜린 퍼스가 킹스 스피치 때보다 더 좋았어요. 콜린 퍼스는 로맨틱 코미디에도 잘 어울리지만 퀴어 영화에서도 색다르면서 좋더라구요. (한편으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요...^^;) 케니 역에 처음에 제이미 벨이 캐스팅 됐었다는 건 몰랐네요. 하지만 역시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한 게 더 잘 된 것 같아요. ㅋㅋ 니콜라스 홀트를 발견한 영화이기도 했거든요.

    원작도 읽어봤는데 책도 좋았어요! 조지의 날선 감정이 소설에서 더 잘 드러나기도 하고, 문장도 정말 좋으니 아직 안 읽으셨다면 추천할게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싱글맨은 소설을 보고 나서도 영화를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남게 되는 멋진 영화인 것 같아요. ^^
  • 아루아루 2013/11/25 14:36 #

    오호 저도 이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문장이 영화처럼 아름답고 절제되어 있을 것 같은 느낌
  • 레몬트리 2013/11/25 23:06 #

    맞아요! 문장도 절제되어 있는 느낌이 참 좋아요. 읽어보세요 :)
  • 레비 2013/11/30 22:13 #

    레몬트리님께서 좋아하시는 영화였군요 :) 저야 콜린퍼스는 좋아하는 배우중 하나라 어느 영화에서 보든 반갑지만 이 영화에선 말씀대로 색다르면서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의외였어요 :) 콜린퍼스는 특유의 표정과 억양때문에 뭔가 신경질적이고 고집있는 캐릭터에 아주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니콜라스 홀트를 <어바웃 어 보이>때의 얼굴이 자꾸 겹쳐지는 저로서는 이런 미소년이 적응되지 않기도했습니다. ^^;;

    원작도 읽어보셨군요 :) 요즘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의 원작 소설들을 하나씩 읽고있느라 정작 영화보는 속도가 더디네요 ㅠㅋㅋ 싱글맨도 리스트에 올려둘게요 ! ㅎㅎ
  • 2013/11/25 14: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1/30 22:4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12/02 21: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Aplin 2013/11/26 22:00 # 답글

    싱글맨 보셨군요! 저도 이 영화 너무 좋아해서 소장하고있는데 톰 포드는 색감도 참 잘쓰더라구요 콜린 퍼스 연기도 참 좋았어요 저도 책도 가지고있는데 책도 되게 좋더라구요 ㅎㅎ 전 얼마전에 마스터 봤는데 뭔가 느낌을 풀어내기가 어렵더라구요 ㅜㅜ 마스터 보셨나요?ㅎㅎ
  • 레비 2013/11/30 22:50 #

    60년대의 배경과 어울려, 톰 포드의 색감이 잘 어울렸어요. 게다가 영화의 초반부는 약간 흑백톤으로, 후반부 찰리를 만난후를 기점으로는 비비드톤으로(그녀가 피우는 담배조차요!) 옮겨가는것도 흥미로웠고요. (이건 아무래도 조지의 기분이나 감정과도 연관이 있겠죠 ㅎㅎ)

    <마스터>는 영화관에서 두번이나 보았어요. 두번을 보고도 잘 모르겠어서 세번째 보려다가 시간내 못 본 영화였어요 ㅠ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좋아해서 보는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뭔가 글로 남기지는 못했어요 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보겠어요 ! ㅎ
  • 2013/11/29 17: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1/30 22:5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살벌한 둘리 2014/09/04 05:55 # 답글

    우와...영화한편 보기전에 조사하는건가요? 아님 보고나서 관심이 생겨 찾는건가요? ^^;; 그냥 궁금해서
    기억력이 좋다는 말은 하지 마시길...ㅎㅎㅎ
    리뷰를 정말 굿~
  • 레비 2014/09/07 02:17 #

    보고나서 글을 쓰다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찾는 방법으로 쓰고 있습니다 :) 칭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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