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것처럼, Like Someone in Love, 2012 Flims



일본 배우들이 연기하고 이란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 하지만 영화의 다국적성은 이 영화를 보는데 아주 적은 부분의 분위기만을 미리 암시해줄 수 있을 뿐이었다. 타카나시 린은 생소한 배우다.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데, 영화 <나나>의 미야자키 아오이가 생각나기도하고 국내 탤런트 이민정씨가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 포스터에 사용된 저 인상적인 붉은 립스틱의 얼굴은 사실 잘 나오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 할머니를 뒤로하고 택시 안에서 화장을 진하게 할 때 쓸쓸한 이미지로 쓰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배우인 카세 료는 일종의 변신을 보여주었다. 카세 료는 매번 영화를 참 잘 고른다. 혹은 좋은 영화에서 연기할 기회를 잘 잡아내는 배우다. 그래서 그의 팬인 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배우 덕분에 믿고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마이크 니콜스의 <클로저>를 일본에서 만든다면 이런 영화가 나올 것 같았다. 도쿄라는 이미지와 그 밤 거리의 화려한 모습은 우리 사람들간의 가까운듯 하면서도 먼 관계를 표출하기에 좋은 배경이었다. <셰임>에서의 주인공 브랜든(마이클 패스밴더)와 씨씨(캐리 멀리건) 남매가 뉴욕으로 '올라온' 아일랜드 이민세대라는 설정이 가졌던 것과 같은 알레고리를, <사랑에 빠진 것처럼>의 주인공 아키코(타카나시 린)와 영화 초반부의 그녀의 할머니가 대신한다. 그녀는 할머니를 멀리서 바라보고 눈물만 훔치는 것으로 다시 밤의 도시로 되돌아갈 뿐이다. 타카시(오구노 타다시)는 전직 대학교수라는 점, 그리고 주변인들의 대사를 통해 아키코의 남자친구 노리아키(카세 료)와 많은 부분에서 대조된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점은 아키코에게만 초점이 국한되어있지 않고 타카시와 노리아키까지를 아우르는 3인의 관계도에 더 확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연인을 의심하고, 화내고, 소리치고, 급기야 때리는 노리아키에 비해, 이 늙은 할아버지는 더 훌륭한 인품을 갖고 있어보이지만 우리는 결국 그도 돈을 무기로 성을 매매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둔채 영화를 보게된다. 그리하여 노리아키의 분노는 셋 중 가장 솔직하고 순수했던 자만이 터트릴 수 있는 돌팔매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주인공 아키코의 영화 첫 통화씬은 말하는 이가 한참동안 카메라에 보이지 않아서 더욱 인상적인데, 이 영화에는 캐릭터간의 관계를 방해하는 요소로 전화 통화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통화에 거짓을 말한다. 이 영화의 첫 대사부터 이미 거짓말이듯이. 거짓과 호감이 뒤섞인 느긋하고 불투명한 공기는 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이끌어나간다. 그것을 일격에 깨는 영화의 엔딩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영화였고 이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을 만족시켜줄 영화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겐 어제 본 <그래비티>를 하루만에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좋았다.


@ 아트나인







덧글

  • 2013/10/28 11: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30 00: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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