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Now You See Me, 2013 Flims





어떤 한글 제목으로 국내 개봉하게 될지, 작년 겨울부터 날 궁금하게 했던 영화, <Now You See Me>가 ‘마술사기단’이라는 부제를 덜렁 붙인 채 그대로 <나우 유 씨 미>로 개봉했다. 제시 아이젠버그, 우디 해럴슨, 마크 러팔로, 멜라니 로랑에 마이클 케인과 모건 프리먼까지 화려한 캐스팅만으로도 기대를 끌었던 이 영화는 (시기를 잘 탄 측면이 없어보이진 않지만) 예상보다 훨씬 나았다. 게다가 마술이라는 소재와 설정의 후반부 수습 탓에 자칫 <크로니클>, <점퍼>등의 초능력물로 빠지게 될까봐 우려했던 내 걱정이 걱정에 그쳐서 다행이었다. 두시간여의 상영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의 중반까지 ‘포 호스맨’의 두 차례 무대를 중심으로 한 ‘볼거리’에 특히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영화가 전반적으로 청량한 느낌이 되었다. 헐리우드적 마무리는 조금 아쉽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과하지 않게 잘 만들어진 오락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여러 번, 우리에게 가까이에서 볼수록 진실을 보지 못 한다는 마술 트릭의 기본 원리를, 대사와 주인공들의 행동으로서 보여주는데, 내가 가장 재미있어했던 점은, 이것이 영화의 안과 밖에서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폭로자 태디어스(모건 프리먼)는 집요하게 ‘포 호스맨’과 그들의 배후를 쫒기 위해 가장 가까이 근접한 순간 역공을 당해 체포되고 결국 결론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너무 깊숙이 들어와, 전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통탄한다. 감옥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고 말하는 그는 그제서 진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영화 외적으로 이 원리는, 그 순간 우리 관객들에게도 똑같이 작동한다. 헐리우드 영화들의 보편적인 타성에 젖은 나는 딜런(마크 러팔로)에게 ‘전형적인 주인공의 얼굴’을 보고 일찌감치 그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어릴 때 나무에 카드를 넣어두고 그 나무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렸을 공든 마술처럼, 이 한편의 추리 영화는 두시간 동안 공들여 나로 하여금 딜런만큼은 믿게 만들고 말았다. 물론 이것은 인터폴 요원인 알마(멜라니 로랑)의 불분명한 정체나 ‘바보’ 딜런에 비해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태디어스의 존재감까지 동원하여, 영화는 딜런이 정답을 듣게 될 주인공이라며 두 시간 동안 최면을 건다.

영화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나는 몰입이라는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몰입은 주인공과 나의 일체화나 동질감이나 투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추리식 영화에서 다 같이 정답을 모르는 관객들은 더욱 쉽게, ‘우리와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수사관에게 몰입하기가 일반적으로 쉬우며, 이 영화에선 딜런이라는 캐릭터에게 우리의 몰입을 유도한 뒤 그것을 그대로 뒤집어버리는 식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오게 만들어 큰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 마술의 트릭을 반전 영화의 트릭으로 접목시킨 한 예로 적절하지 않을까.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인줄 몰랐던 이유는 우리가 그만은 주인공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며, 케빈 스페이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까닭은 그만은 믿어도 좋은 영화의 화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 안에 있는 카드에 가까이 집중할수록, 저 멀리 건물에 새겨진 카드는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덧글

  • 淸嵐☆ 2013/08/31 00:03 # 답글

    시사회로 일찌감치 보고나서 개봉 날을 기다려서 2차를 봤는데 멀리서 보는 맛도 정말 대단하더군요.
    알마가 등장하자 당황하는 모습이라던가 태디어스를 만나서 대화할 때도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게 치밀한 트릭속에 감춰진 인간미(?)로 느껴졌습니다.
    알고나서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단서를 던져주는데..! ;ㅂ;
  • 레비 2013/08/31 20:59 #

    앗 시사회로 먼저 접하셨군요. 게다가 결말을 다 알고나서 보는 두번째 영화는 전혀 새로울것 같아요 :) 저도 돌이켜보면 딜런이 우디 해럴슨 역의 메릿?을 취조할때 그가 역으로 독심술로 그의 속마음을 떠보려할때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살짝 나오죠 ㅎㅎ 그때 그만하라고 저지했던 대사가 있었던것 같아요 ㅋ 돌이켜보면 단서와 복선들이 있었는데 처음볼땐 거의 눈치채기가 힘들었어요.
  • 淸嵐☆ 2013/08/31 23:13 #

    네 ㅎㅎ 전 취조장면은 처음에 흘려보냈다가 두 번째 보면서야 들어서 이 사람들이 초반부터 단서를 마구마구 뿌려뒀구나 하고 놀랐었네요 ;ㅂ;
    딜런 시점으로 보는 맛도 있었고... 오랜만에 대담한(?) 영화를 봤구나 싶었습니다
  • 2013/09/01 00: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9/01 02: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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