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Flims






두시간의 영화에서 영화의 캐릭터들은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향하지만 영화는 머리칸에서 꼬리칸으로 향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영화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되는 풍경이 꼬리칸이기 때문에, 그곳이 머리라고, 그래서 갈수록 꼬리를 향해간다고 착각하게 된 것인지. 꼬리칸이 더 스펙터클하고 갈 수록 평온해지는 분위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전반부 한 시간은 (다른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대로) 역사의 흐름, 혁명의 과정, 계급의 갈등과 투쟁 등이 피, 살육 등의 자극적인 액션들과 어우러져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만든다. 말 그대로 '진격의' 혁명. 문을 하나하나 통과하면서 얻는 카타르시스.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등장과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긴장감. 그러나 열차의 중간쯤 도달하고 영화도 중간을 거치면서 후반부 한시간은 전반부의 동력을 덜어내는 대신 설명과 당위에 치중한 느낌이 든다. 상대적으로 증발해버린 박진감은 관객으로서 아쉬운 점.

영화 전반부에서 열차라는 World에 (열차에 군데군데 박혀있는 윌포드의 이니셜도 W) 갇힌 이 작은 사회는 지배와 투쟁과 억압과 전복이라는 사회적 매커니즘에 기반하여 혁명을 끌고 나가려는 듯 했지만, 그들의 장대한 시작과는 다르게 후반부를 지나면서부터는 (수족관과 스시집에서의 총리의 대사와 맞물려) 마지막에 도달하여 급기야 설국열차는 사회학적 실험의 장이 아니라 생물학적 실험의 장이었다는 것으로 둔갑된다. 그래서 시작 부분에 감지됬던 영화의 모티브가 후반에 가서 도리어 나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둘 다 큰 차이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든것이 축약되고 상징화시킬 수 있기에 적절한 열차라는 닫힌 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걸 생각해보면 이 시선의 변화는 영화 전체의 메시지와도 직결될 수 있을, 간과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 아닐까.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의 앞으로 향하는 방향성과 그것을 품어버린 윌포드의 논리의 충돌이 결과를 말해주기도 전에, 남궁민수(송강호)가 갖고 있던 또 다른 방향성이 작용했을때, 거기까지 달려온 '주인공' 커티스는 할 말을 다 못하고 영화를 끝맺은 느낌이 든다. 

원작이 있는 것 같은데 원작의 결말도 과연 이럴까? 아니면 과연 이 결말 이외의 다른 선택지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또 중반부라면 모를까 결말만큼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봉준호 감독이 예전에 <괴물>의 결말에 대한 문답에서 딸 현서(고아성)가 죽는 것 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인터뷰했던 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영화의 결말도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가능한 기대를 안하고 가보려고 노력했는데, 아무리 멋진 선물도 꾸러미를 풀어보기 전의 설레임만 못하다는걸 재확인 한 기분이 들어 아쉬웠다. <괴물>보다 좋은 평을 받기도 힘들어보인다. 그래도 올해 헐리우드 3인 진출작 (<스토커>,<라스트 스탠드>,<설국열차>) 중에서는 제일 나은 듯. 성화 봉송이나 "해피 뉴 이어!"나 야간 투시경 씬 등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지만 내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제이미 벨이 총알 없다고 외치는 순간.

다른 유수의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을 때, 틸다 스윈튼은 홀로 연기가 아닌 놀이를 하는 것 같다. 캐릭터의 성격과 함께, 과장되도록 부여된 몸짓과 대사들이 그 배우가 가진 특유의 외모와 시너지를 폭발시킨 예가 아닐까. 존 허트와 에드 해리스를 열차의 양 끝에 배치한 것은 내가 두 배우를 모두 좋아해서인진 몰라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고아성이 맡은 캐릭터인 요나가 열차에서 태어났다는 설정은 대사 한두마디로 묻혔고, 신비로운 능력이나 그녀에게 이상한 추격을 고집하던 두 장애물과 같던 추격자들 (마르코 형제라고 하던데.. 한 명은 <장고: 분노의 추격자>에서의 디카프리오인줄 알았다)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캐릭터성도 모호해져서 더 이상 알 수가 없었다. 한 12편 정도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TV시리즈로도 나왔으면 좋겠다.

캐릭터의 급작스럽고 파격적인 소비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런 점에 익숙하지 않은 나의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

남궁민수가 중간중간에 열차 밖으로 무엇을 보았는지는 종국에 다 말해주지만, 유일하게 말하려다 그만둔 (온실을 지나가다 보았다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덧글

  • 2013/08/01 18:35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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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2 14:18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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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1 21:55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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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2 14:21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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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1 22:01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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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2 22: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8/02 14:07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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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2 22:19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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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13 23:18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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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ice 2013/08/15 00:05 # 답글

    이것저것 세밀하게 기억나고 이야기하고 해석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는데 리뷰만 찾아읽고 있어요 ㅎㅎ 좋은 글들 찾아서...
    영화관에 급하게 입장해 열차에 바로 탑승한기분으로 보았는데, 극장에 있는 내내 그래도 열차 탄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그 자체로 좋았다.고 느꼈어요 ㅎㅎ.
  • 2013/08/15 00:09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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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6 12:34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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