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플라워,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2012 Flims







한 미국 청년이 마치 친구이자 연인 같아 보이는 한쌍의 남매를 만난다. 그 남매는 단조로운 일상의 그에게 하나의 활력소이자 전환점이었다. 남매에게 동화되고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은 그들을 닮아간다. 심지어 남매 중 여동생과 사랑에 빠진다. 일탈, 혁명, 자유. 하지만 자신들만의 꿈속에서 살아가던 남매의 세계에서, 주인공은 그들이 세계가 현실로 내려온 마지막 순간 발을 빼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헤어진다. 이것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 <몽상가들>의 이야기이다. 스티븐 크보스키의 2012년 영화 <월플라워>가 <몽상가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긴 물론 어렵다. 두 영화 모두 영화의 기반이 된 각기 다른 원작 소설을 갖고있다. 이즈라 밀러와 엠마 왓슨이 연기한 남매는, 루이스 가렐과 에바 그린이 연기한 남매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우리가 경험했던 10대의 그 표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해서 영화 <월플라워>는 <몽상가들>과 다른 결말을 갖게되었다.


영화 <월플라워>는 단순히 우정, 사랑, 학교, 파티 등의 키워드들로 적당히 채워놓을 수 있는 10대들의 성장통 드라마가 아니다. 세명의 주인공들을 비롯한 다수의 캐릭터들은 고등학생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시선이 닿아있는 지점은 그보다 더 먼곳에 있다. 주인공 찰리(로건 레먼)가 갖고 있는 죄의식은 물론 특별한 경우지만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 타인의 간섭을 쉬이 허락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세계 등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이것은 10대 한정 고민이라고 할 수 조차 없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그리하여 사회에서 최소한 부정적인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걸 피할 수만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 소심함은 죄의식으로 인해 마모되어진 자존감으로부터 기인한다. 벽에 붙어있는 꽃. '월플라워'는 파티에서 어울릴 사람이 아무도 없는 소위 왕따, 그런 의미다. 하지만 영화의 원제는'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wallflower보단 perks에 더 방점이 찍혀야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힘겨운 고등학교 생활이 예정되어 있던 찰리 앞에 한쌍의 이복남매가 나타난다. 샘(엠마 왓슨)과 패트릭(이즈라 밀러)은 기꺼이 찰리의 친구가 되어주고 자신들의 오랜 그룹에 찰리를 스스럼없이 포함시킨다. 찰리는 크리스마스 파티등을 통해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낀다. 소속감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먼저 내미는 손, 함께 먹는 식사, 목적없이 시간을 보내더라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인간관계망 속의 하나의 구성원으로서의 안정감을 대신한다. 반드시 모두가 인기인을 지향하고 가능한 많은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를 자살로 잃고 이모의 사고사를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는 찰리에게 샘과 패트릭과 그들이 선사하는 소속감은 그 자체로 한 발자국의 세상으로서의 전진이었다.


그러나 샘과 패트릭 역시 찰리와 같은 고등학생, 방황하는 10대임은 다르지 않다.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아도 자유 분방한 연애와 사랑을 표방하며 많은 남자들을 만나온 샘은 상처받아도 그것을 반복하는, 자존감을 많은 부분 잃어버린 상태이다. 샘을 연모하는 찰리에게 샘의 이런 안타까운 연애들은 일깨워주고싶은 일이다. 찰리는 앤더슨 선생님에게 묻는다. 왜 좋은 사람이 자신보다 더 못한 사람을 만나는 걸까요. 앤더슨 선생님은 우리는 우리가 받을만하다고 판단하는 정도의 사랑을 얻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타인의 평가와는 별개로, 주체는 자신의 사랑을 구하는데 있어 스스로의 잣대와 기준으로 사랑을 찾는다는 것이다. 샘은 물론 찰리에게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여자이지만 그녀가 스스로를 생각하는 가치와 자존감은 그만큼보다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는 그 다음 문답이다.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더 높은 가치가 있음을 알게끔 해줄 수 있을까요. 노력해 볼 수는 있지. 샘과 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 자신은 볼 수 없었던 가치를 일깨워준다. 패트릭은 성소수자의 비애를 겪으며 동성애가 여전히 인정받기 힘든 이 시대를 원망하고 '서로 사랑했던' 친구에게조차 폭력을 당하지만 이 역시 찰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찰리는 생애 첫 연애를 해보지만 사랑이 없는 연애에 지쳐 결국 어설프고 뼈아픈 방법으로나마 헤어지고 만다. 결국 세명의 주인공, 아무도 사랑을 이루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명은 모두 그들의 1년여의 시간 동안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고 어루만지면서 도움을 주고받는다. 처음에는 샘과 패트릭 남매가 찰리에게, 그리고 후반부에는 찰리가 그들 남매에게. 결국 모두가 한 계단씩 높은 단계에서 미소지으며 영화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된다.


영화의 처음부터 찰리의 독백은 미지의 편지 수신인에게 향해있다. 물론 편지의 외향적 의미는 독자와 우리 관객이겠지만, 그 수신인이 어쩌면 자살했다던 찰리의 절친한 친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영화를 보다 문득 들었다. 그렇다면 아무도 받게되지 않을 그 편지는 사실 편지라기보다 혼자만의 일기인 셈이다. 자신만의 노트나 수첩에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독백을 써내려가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행복할때 보단 힘들때 더 자주 찾게된다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찰리는 더 나은 자신의 미래와 새로운 각오를 담으며 앞으로 편지를 자주 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나래이션을 함께하며 영화를 닫아간다. 죽은 친구는 소심한 찰리에겐 일종의 족쇄와도 같은 것이었고 과거의 이모의 죽음은 죄의식으로서 그를 괴롭혀왔으나, 찰리는 이 무거운 고리를 마침내 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단계로서 그 혼자만의 편지를 이제는 그만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것인지도 모른다.



(서대문구 필름포럼 2013.07.07)







+

(영화에서 이즈라 밀러를 볼 때마다 <케빈에 대하여>에서의 모습이 너무 강렬했기에, 자꾸 웃는게 웃는게 아닌것처럼 보였다..)






덧글

  • 2013/07/09 03: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9 21: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7/09 06: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9 22: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레몬트리 2013/07/09 09:04 # 답글

    ㅎㅎ 저도 이즈라 밀러 보면 괜히 섬뜩해요ㅠ 그만큼 케빈 연기를 잘 했다는 거겠지만 그래도 다른 영화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면..ㅎㄷㄷ
  • 레비 2013/07/09 22:05 #

    아무래도 이즈라 밀러의 또 다른 영화를 본게 없어서 그런것같아요 ㅎㅎ 처음 본 영화가 그렇게 인상적이었으니 그럴수밖에요 ㅠ ㅎㅎ <월플라워>에서 집단 린치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활이라도 쥐여주면 ㅎㄷㄷㄷ
  • 2013/07/09 22: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10 04: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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