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Once, 2006 Flims











'덜 자란' 남자가 사려깊은 여자를 만나 뒤늦게 배움을 얻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성장 영화는 이것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아마 영화라는 것이 존속하는한 영원히 재생산될 이 이야기를 그러나 영화 <원스>는 음악이라는 또 다른 예술의 도움을 빌어 우리의 일상적 모습과 상황 속에 최대한 근접하고자 한다. 이름없는 두 주인공(이후 각 '남자'와 '여자'라고 부르겠다)에서부터 벌써 그들의 이름에 우리 누구의 것을 붙인다한들 무리없을 이야기를 영화는 원했다. 리얼리티는 영화가 다큐멘터리를 흉내내는 카메라 워크를 가지고 마치 일부러 아마추어스럽게 찍은 몇몇 영상들로부터 더욱 힘을 얻는다. 마치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찍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카메라는 그 남자와 그 여자를 무심히 관찰한다. 더블린에서 대부분 촬영되었다는 이 영화의 행인들은 배우들이 아닌 실제 시민들이며 마치 현장에서도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은듯 행인들도 카메라의 존재에 무감하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도둑이 노래하던 주인공 남자의 기타 가방을 훔쳐 달아나는 장면을 찍던 중, 그것이 실제 상황인줄 알고 뛰어든 행인까지 있었다고하니. 이런 리얼리티한 영화의 분위기는 배역들에서부터 이미 묻어나고 있다. 감독 존 카니는 주인공 남자 역인 글렌 한사드가 리드 보컬로 있는 밴드 '더 프레임즈 The Frames'의 베이시스트 경력이 있고 여자 역의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더 프레임즈'의 객원 보컬이었던 적이 있다. 애초에 킬리안 머피가 남자 역에 올랐었고 감독은 글렌 한사드를 그저 음악 감독으로 염두해 두었으나 그의 음악을 온건히 그에게 맡기기로 결심하면서 바뀌었다. 비전문 배우들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없던 2008년 미국 아카데미에서 <원스>는 유일하게 노미네이트되었던 '주제가상' 부문에서 'Falling Slowly'로 수상했고, 1988년생인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최연소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자가 되었다. 극중 남자의 옛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얼굴은 감독 존 카니의 실제 애인이며, 여자의 남편으로 얼굴을 비추는 남자는 극중 여자의 어린 딸의 실제 아버지라고 한다. 남자의 기타 역시 글렌 한사드가 25년간 쓰던 실제 그의 애장품. <원스>는 겨우 디지털 캠코더로 불과 17일만에 더블린 거리에서 찍은 영화다.









<원스>는 20세기 폭스 산하의 제작사인 폭스 서치라이트사의 영화이기도 하다. 이들의 회사명은 낯설지만 그들의 영화는 절대 낯설 수 없을 것이다. <블랙 스완>, <슬럼독 밀리어네어>, <네버 렛 미 고>, <소년은 울지 않는다>, <[500]일의 썸머>, <트리 오브 라이프>, 그리고 지난달 국내 상륙했던 <셰임>과,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까지 그들의 프로덕션 로고가 찍혀있다. 이쯤되면 이들이 투자하는 영화가 어떤 색을 갖고 있는지 눈치 빠른 분들이라면 짐작했을지 모른다. 헐리우드의 대표적 제작사중 하나인 20세기 폭스사와는 전혀 다른 컨셉의, 저예산 인디 예술 영화들에게 주로 투자하는 그들의 이 <원스>는 불과 18만 유로의 제작비를 사용했다. 2006년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2007년 여름, 본격적으로 전세계에 배급된 이 영화는 북미에서만 1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최종적으로 투자대비 100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원스>는 일상속의 우연한 행운과 기적같은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평범한 리얼리티를 강조한것이 아니다. <원스>가 가지는 <비포 선라이즈>와의 차이점은, 서로 돌아갈 옛 사랑들이 있는 두 남녀간의 '한 때 once'다. 그들은 헤어지는 날 6개월 뒤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 여자는 오히려 불장난이었다는 말로 남자의 마지막 망설임을 배려해주며, 함께 런던에 가자던 언약도 처음부터 없었던 일마냥 깨어진다. 결과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옛 사랑을 잊기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있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기 위해 시간을 보낸 것이 되었다. 물론 여자도 남자와의 짧고 행복했던 시간을 오직 되돌아가기위해 이용했던 것은 아닐테다. 어설픈 체코어로 남편을 사랑하냐고 물은 남자에게, 여자는 재치있게 남자가(그리고 우리들도) 알아듣지 못할 체코어로 대답한다. 그 정답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지만, 우리의 혹시나하는 기대는 그 "miluji těbe."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되는 순간 보상받는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기때문에 그렇게 헤어진것이 결코 아니다.







이들의 데이트는 삐걱대기도하고, 그들의 앨범 제작 역시 순탄치는 않지만 그들의 음악은 물흐르듯 조화롭다. 'Falling Slowly'로 유명했지만,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서 남자가 열창하는 Say it to me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 그 곡이 끝나고 바로 한걸음 물러선 카메라 안에서 여자가 남자를 만나게되는 시작도 흥미롭다. 듀엣곡 If you want me는 또 어떠한지.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원스> 이후, 스웰 시즌 The Swell Season 이라는 밴드를 결성, 2009년 내한공연도 가졌으며 큰 나이 차이임에도 실제 연인이 되기도 했었다. 이들의 밴드명과 동명의 다큐멘터리는 <원스 어게인>이라는 제목으로 뒤바뀌어 <원스>의 속편이라는 이미지에 기대보기위해 2012년 국내 개봉했으나, 감독과 성격이 모두 바뀐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애초에 '원스 2'가 될 수 없었다. 영화 <원스>는 명멸했지만 아름다웠던 추억을 안고, 다시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 새로운 희망과 에너지를 갖게된 남녀의 '한 때'이다. 남자가 선물하고 떠난 피아노를 치며 창 밖을 바라보는 여자의 마지막 시선에, 남자에 대한 그리움이나 후회 대신 미래에 대한 기대가 느껴지는 것은 서로의 삶에 우연히 나타난 고마움이 전제되어있다. 자연스러운 일상과 깜짝 놀랄 우연에 사랑과 음악이 어울리게 곁들여진 그들의 이 아름다운 한 때에 동행하는 것. 그것이 영화 <원스>이다.









덧글

  • 2013/06/16 21: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6/17 19: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6/16 23: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6/17 19:5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6/17 10: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6/17 19: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레몬트리 2013/06/17 11:36 # 답글

    저는 If you want me가 제일 좋더라구요. 너무 처연한데 또 그래서 좋아요. ㅎㅎ 딴 얘기지만, 대학교 선배 중에 글렌 한사드랑 이미지가 비슷한 분이 있어서 전 원스 보면서 좀 웃었어요. 왠지 정겨움?ㅋㅋ 그 선배도 과방에서 누가 보든 말든 혼자 키보드 치면서 노래하는 데 심취해(ㅋㅋ) 있던 분이었는데, 이 영화도 아마추어가 찍은 마냥 흔들리고 편집이 덜 된 느낌이 제 기억 속 이미지랑 겹쳐서 너무 좋았다고 할까요? :)
  • 레비 2013/06/17 19:59 #

    글렌 한사드와 비슷한 이미지의 선배가 있다니 ㅋㅋ 뭔가 재밌으실것 같은데요 ㅎㅎ 이 영화를 찍은 장비나 편집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처음 유럽에서 공개되었을때는 '고르지 못한 화질'에 대한 사과와 양해 문구가 영화 전에 보여졌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전 처음에 보고, 전문 배우임에도 참 진짜 뮤지션처럼 노래한다고 생각했는데 ㅎㅎ
  • 체달 2013/06/17 13:03 # 답글

    아! 원스 제가 감명깊게 본 영화네요! 포스팅 보니 또 보고싶어졌어요 ^^
  • 레비 2013/06/17 20:01 #

    오 체달님 오랫만이세요 :) 티모는 잘 있나요 (ㅎㅎ)
    좋은 영화는 주기적으로 다시 봐주어야(?!) 합니다 ㅋㅋ
  • 이루 2013/06/19 10:46 # 답글

    저도 이 영화 OST 중 Say it to me now가 제일 좋습니다♥
    늦은 밤에 볼륨을 높여놓고 듣고 있으면 마치 이 노래를 부르던 거리에 들어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종종 그렇게 들어요. 노래가 좋아 영화관에서 여러번 보기도 했었는데, 사실 결말부분은 잘 이해가 안됐었거든요. (저 아는 분은 결말을 보면서 우시기도 하시던데...전 그런 느낌도 안들고 아리송해서;ㅁ;)
    레비님 글을 보니 왠지 다시 보면 또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서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 레비 2013/06/19 20:44 #

    앗 오랫만이세요 이루님 :) 이루님도 Say it to me now를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거리에서 우연한 만남과 발전하는 사랑의 영화라고 하기엔 다소 쓸쓸한 결말이었다할지라도 서로 사랑했지만 짧은 once였기에 딱 서로에게 살아갈 용기만을 나눠갖고 헤어질수 있지않았을까요 ㅎㅎ 전 음악적 요소가 너무 커서, 도리어 두 사람의 감정선에 크게 공감하지못해 눈물이 날 정도의 감명은 받지못했지만, 이 영화를 보고 우시는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요 :) 사람들이 슬픈 영화를 보며 우는 이유중 많은 부분이 경험에 의존하기도하니까요 :)
    제 별것아닌 글을 읽어주시고 다시 보고싶어지셨다니 감사합니다 ㅎㅎ
  • 이루 2013/06/19 22:17 #

    음악적인 요소가 너무 커서 두 사람의 감정선에 크게 공감하지 못해 눈물이 날 정도의 감명은 받지 못했다는거 정말 저도여;;!와...딱제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대충 얼버무렸던 생각을 요렇게 풀어주시네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도 그 와중에 If you love me 부분은 왠지 또 너무 공감이 와서 영화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노래가 say it to me now 랑 if you love me 였었지요. ㅎㅎ
    영화보는걸 좋아하는 터라 레비님 쓰신 글 올라오면 종종 구경하고갑니당(_ _) 요렇게라도 인사를 ㅎㅎ
  • 레비 2013/06/20 01:25 #

    ㅎㅎㅎ 감사합니다. 이루님 이글루는 링크해둔지 꽤 오래되었지만 저 역시 자주 인사 못드렸네요. ㅎㅎ 저와 공감하신다니 기뻐요 :) If you love me도 좋았죠 ! 영화의 영상도 그렇고, 부를때의 분위기도 그렇고.. 전 마지막 이별하기전에 조금이라도 그녀와의 시간을 연장하고 싶어서 애쓰는 남자의 대사들이 아련했어요.. ㅠ
    ㅎㅎ 부족한 글들이지만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alice 2013/06/23 23:29 # 답글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 재밌어요 ㅎㅎ 영화가이렇게 촬영되고 만들어졌구나...비하인드 스토리는 늘 훌미로와요;>
    거리에서 정말 자유롭게 촬영된 영화였었구나...
  • 레비 2013/06/25 21:01 #

    거리에서 너무 자유롭게 촬영된 나머지 경찰이 제지하기도 하고 그랬다고 하네요 ㅎㅎ 저예산 핸디캠 영화 ㅎㅎ 전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꼭 놓치지않으려하는데, 의외로 영화만으론 충분치 못했던 설명을 대신해주는 경우가 아주 많아서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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