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애듀케이션, An Education, 2009 Flims










<네버 렛 미 고>의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장면. 능선너머로 떨어지는 노을을 보고 주인공을 연기한 캐리 멀리건이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안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 너무나 뒤늦게 알아버린 서로의 사랑들이 함께 섞여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른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동의할 수 있겠지만, 그 장면에서의 그녀의 눈물은 청초하거나 애잔하다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마치 '따라 울고싶은 서글픔'을 동반한다. 캐리 멀리건은 귀여운 인상이라면 모를까 전형적인 헐리우드 미인형의 여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배우다. 혼신을 다해 영혼의 연기를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아주 조금씩 자신의 매력을 은근하게 발산하는 배우. 잘 어울리는 짧은 숏컷의 헤어스타일로 자주 등장하기도하고 때로는 미쉘 윌리엄스와 헷갈리기도 하는 배우. 85년생으로 영국 드라마와 스크린에 20대부터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그녀는 불과 아주 짧은 시간안에 영국을 너머 기대되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가까이로는 당장 내일 국내 개봉하는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 역부터, 멀게는 조 라이트와 키이라 나이틀리의 <오만과 편견>에서의 데뷔까지. 캐리 멀리건은 단 시간내에 가장 기대되고 촉망받는 여배우가 되었다. 영화 <언 애듀케이션>은 이렇게 매력적인 캐리 멀리건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던 영화이자 그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게된 출발점과도 같은 영화다. 이 영화에서 캐리 멀리건은 22살의 나이에 16살 주인공 소녀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처음에는 우등생 소녀로, 이후 그녀가 데이비드를 만나며 서서히 어른처럼 변신해갈때는 얼핏 오드리 햅번 스타일이 아른거리기도 한다. 제니를 챙겨주는 언니같은 헬렌 역의 로잘먼드 파이크는 캐리 멀리건의 데뷔작 <오만과 편견>에서도 베넷가의 자매로서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어바웃 어 보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등 소설가와 각본가 사이를 넘나드는 영국의 대표적인 글쟁이 닉 혼비가 자신의 소설이 아닌, 린 바버의 회고록을 각색한 각본이 이 영화 <언 애듀케이션>의 원작이 되었다. 국내에는 동명의 소설책으로도 발간되어 있는 모양이지만, 사실 린 바버의 원작은 아주 짧은 내용에 불과했다고 한다. 배경은 현대가 아닌 세계대전 직후 영국, 1961년. 막 찾아온 전후 사회와 불안한 시대상이 영화의 주된 색채이다. 성공과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집착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세대. 주인공 제니(캐리 멀리건)의 아빠 잭(알프레드 몰리나)의 모습은 많이 회화되어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그 시대의 전형적인 인간상이 될 수 있다. 어딘가 제정신은 아닌듯하지만 애써 이루어놓은 자신의 가정의 평화에 안심하고 그 어떤 위협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잭의 모습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자 동시에 제니가 통과하고 있는 10대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잭이,학위와 고학력이 보장해주는 안정적인 미래를 자신에 딸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절대 무리가 아니다.





1960년대 여성의 사회적 위치나 교육에 대한 열의 등이 영화를 통해 드러나지만 사실 제니의 심리는 꼭 60년대만의 것은 아니다. 어른에 대한 10대의 막연한 동경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커다란 동력이다. 데이빗(피터 사스가드)는 학교와 집, 공부와 대학뿐인 제니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그녀의 대사처럼 그녀가 생각해온 모든 세계를 죽이고 오직 그의 세계만이 살아있다고 믿게 만든 존재. 권태속에서 무지했던 영역에 눈을 뜬 그녀는 멈출 수 없이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영국 작가인 닉 혼비는, 보통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허영과 사치의 도시로 은유해놓았다. 그것도 옥스퍼드 대학과 비교하면서. 옥스퍼드는 제니가 닿아야한다고 믿었고 목표로 삼고 있던 그녀와 부모의 유일한 종착점이었다. 대학의 길은 고리타분해보이지만 그 안의 진주같은 높은 가치를 그녀는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깨닿는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는 옥스퍼드와 반대되는 곳이다. 제니가 동경하는 삶과, 찌질한 동급생 남자친구보다 훨씬 멋지고 수완좋은 유태인 남성 데이빗이 있는 곳이다. 영화 속 첼로와 샹송의 대비도 이와 마찬가지다. 제니는 학교에서 억지로 하는 첼로를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하고 샹송과 재즈를 더 멋진 것이라고 동경하며 애청한다. 자신의 꿈과같았던 로망들이 실현되면서도 그녀는 데이빗이 어떤 일을 하며 돈을 버는지 애써 알려하지 않았다.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고 께름칙한 일이는것을 눈치채도 그녀는 자신의 환상이 깨지는 것을 불안해한다. 성적이 떨어져만가는 그녀를 선생님들이 훈계해도 그녀는 자신의 꿈이 옥스퍼드가 아닌 파리에 있다고 믿었다. 







10대 여주인공과 60년대 특유의 시대상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 놓았지만, 어린 시절 방황과 경험의 산교육이 후회와 교훈을 가져다주는 이야기는 다소 통속적이다. 바르게 자란 똑똑한 소녀가 특히 더 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무너진뒤 뼈져린 경험을 한뒤 제자리로 찾아 돌아오는 모습은 뻔하긴하지만 그만큼 확실한 메세지를 준다. 진짜 숨겨진 가치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허영을 쫒고 그것이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것에 대한 경계는 오랫동안 재활용된 주제다. 데이빗의 진실이 폭로되고 허상이었다는 결말은 제니에게 교실 안에서의 교육이 아닌 '진짜 애듀케이션'이 되어 돌아왔고, 영화는 이를 현대가 아닌 60년대의 옛 소설 속 이야기처럼 비유해 놓았다. 이런 모든 진부하다는 지적으로부터 영화가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캐리 멀리건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덧글

  • 2013/05/16 15: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17 19: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5/16 22: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17 19: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5/17 20: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5/17 21: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5/17 21:52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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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17 03:06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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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17 19: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설링 2013/05/20 21:51 # 답글

    보고 싶었던 영환데, 붕어기억력이라..
    잊고 있다가 레비님 포스팅으로 기억났어요! 하하..
    생각 난 김에 보러 달려갑니다!! 감사해요.
  • 레비 2013/05/23 03:35 #

    럭키입니다 ! +_+ ㅋㅋ
    전 시도때도없이 보고싶은 영화들이 떠올라서.. 늘 아무데나 메모를 해둬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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