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 2012 Flims








사별(死別)은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이별들 중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이별일 것이다. 더 이상 만나지도, 대화하지도 못하는 모든 이별들 중에서 유일하게, 더 이상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는 그 사실은 인간이기에 우리가 품을 수 있는 혹시나하는 기적, 돌이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죽는다. 우리는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함께 걸어가고 있는 처지다. 누군가가 떠나면, 누군가가 남는다. 떠난 사람에겐 더 이상 이 세계에서의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죽음이 기다리지만, 남는 사람에게는 떠난 사람이 남기고간 슬픔의 감정이 얹혀진 삶이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떠난 사람은 슬프지 않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문제지. 사랑하는 사람, 특히 가족을 죽음으로 잃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앞으로 세상을 더 살아가야할 사람들에게 어떤 무게를 지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죽음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들 모두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은채 찾아온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평균적인 인간의 천수를 다하지 못한 죽음으로서 그것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다면, 어느 누구도 대비하지 못한채 소중한 누군가를 우리로부터 떨어뜨려놓는다면 그것을 우리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어디까지 괜찮아 질 수 있을까.







2012년 2월에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그 최고상인 작품상 부문에 총 9개의 영화가 제목을 올렸다.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워 호스>,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가 있었고 거장 테렌스 멜렉의 5년여만의 귀환 <트리 오브 라이프>가 있었다.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도 주연이었던 브래드 피트는 자신의 또 다른 주연작 <머니 볼>까지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기쁨을 맞았다. 이외에도 <헬프>와 <디센던트>가 있었지만, 작품상은 모두가 알다시피 <아티스트>에게 돌아갔다. 이상 여덟편의 작품은 시상식을 전후로 모두 국내에 개봉했다. 하지만 후보에 오른 아홉편 중 유일하게 국내 개봉을 하지 못하고 바로 DVD시장으로 직행한 영화가 있다. 바로 <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 (이하 2006년 국내에 출판된 동명의 책 제목을 따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으로 표기)>이다.








2009년 KBS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이병헌과 김태희의 대사에 등장해 독특한 책 제목으로 잠깐 주목받았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조나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이다. 그리고 이를 스티븐 달드리가 영화화했다. 2001년 <빌리 엘리어트>로 화려하게 데뷔한 스티븐 달드리는 바로 두번째 작품 <디 아워스>, 그리고 2008년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까지 다작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매번 인상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디 아워스>와 <더 리더>가 각각 마이클 커닝햄과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원작 소설들을 바탕으로 영화화 한 것이었음을 돌이켜본다면, 스티븐 달드리가 또 한번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그리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캐스팅으로 톰 행크스와 산드라 블록이라는 두 슈퍼스타를 부부로 연기시키고, 조연들에는 존 굿맨, <엑소시스트>의 막스 본 시도우, <헬프>에서의 흑인 가정부였던 비올라 데이비스까지 연기파들을 대기시켰다. 그리고 마치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제이미 벨에게 그랬던 것처럼 한 소년에게 그의 데뷔작이자 주인공을 맡겼다. 그리하여 1997년생인 토마스 혼은 이 영화로 17회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영화는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어린 아들의, 상실감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긴 모험이자 탐험기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되는, 똑똑하지만 특정한 일에 과도한 집착과 몰입을 보이는 아들 오스카 쉘(토마스 혼)에게 아빠 토마스 쉘(톰 행크스)은 그 누구보다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이었다. 아내 린다(산드라 블록)에겐 좋은 남편이자 아들에겐 친구같은 아빠인 그는 아들의 발달장애와 주체할 수 없는 탐구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늘 놀이같은 과제를 떠안겨준다. 그러니 911테러의 수많은 희생자중 한명이 되어 하루아침에 곁을 떠난 토마스의 빈자리를 오스카와 린다가 감당하기 벅찼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어떤 친구보다 소중했고, 심지어 엄마인 린다보다 더 가까워했던 아빠의 죽음은 어린 오스카에게 아빠가 주었던 마지막 미션 - 뉴욕의 제 6구역을 찾는 것- 과 우연히 발견한 아빠의 숨겨둔 열쇠를 찾는 집착으로 바뀌었다. 오스카는 아빠와 나눈 마지막 전날밤의 대화와 함께한 추억들이 점점 희석되어 가는 것을 막기위해, 열쇠가 준 단서에 의존하여 911테러의 상처가 아물지않은 뉴욕시로 한발한발 나아간다.







국내 개봉하지 못한 영화인 만큼, 스포일러를 신경써서 말하자면 이정도가 전체적인 줄거리가 되겠다. 그러나 오스카의 여정에는 정체를 알 수 없던 '말하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동행하고, 오스카가 갖고 있는 죄책감의 이유가 무엇인지, 그날 아빠가 남긴 음성메세지를 왜 오스카는 엄마에게 말하지 않고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하려했는지 등 영화가 중간중간에 흘려놓은 비밀들이 하나씩 맞춰져가며 흥미로워진다. 물론 그 열쇠의 정체도 함께 말이다.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보다보면 평범해 질수 있던 장면도 음악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티븐 달드리의 전작 <디 아워스>가 떠오른다. 오스카가 열쇠로부터 단서를 얻은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는 장면들은 어디까지나 뉴욕시 안이며, 그는 오즈의 마법사가 아니라 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오는, 스스로도 불안해서 탬버린을 꼭 들고다니는 소년이다. 하지만 소년이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고 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은 몇몇 오스카의 인상적인 연기 장면들과 다소 황당무계하기까지한 그들의 가족사까지 더해지면서 영화의 극적 긴장감과 해소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끔 해준다. 이 영화는 당장 내일 죽음이 닥쳐올지 몰랐던 행복한 가정에 던져진, 이해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소년이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토마스 혼의 연기는 정말 아스퍼거 증후군에 걸린 아이처럼 뛰어났고, 단순히 슬픔에 잠겨 울기만하는 소년이 아닌, 울어도 될 상황에서도 다른 것에 집중하고 애쓰려는 모습이기에 더 가슴이 아프다.







이 영화는 그러나, 미국 개봉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서 외면받았다고 한다. 간단하게 흥행 기록만 살펴봐도 짐작 가능한 이 사실은, 영화가 전체 제작비에 비해 거둬들인 돈이 적자에 가깝다는 것만봐도 알 수 있다. 스콧 루딘이라는 명 제작자와 스티븐 달드리라는 감독이 맡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국내에도 들어오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개연성의 부족이 있을 것이다. 소년이 아빠를 잃고 이후 남겨진 열쇠에 의존하여, 뉴욕시 내에서 블랙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이야기는 황당무계한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는 이외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제법 있다. 소년이 아무리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해도 영화속 소년은 빌리 엘리엇보다 더 특이한 경우를 보여주기에 전체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무리가 있다. 나는 근 20년간 최소 4촌 이내의 누군가와 사별해본 경험이 없다. 양가 조부모님 모두 건강하게 살아계시고 친척들 누구도 병이나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주는 감정선에 공명했고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했다. 오스카의 대사대로 누구도 내일 자신이 죽진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거의 모든 갑작스러운 죽음은, 인간의 눈에 모두 부조리하고 개연성없게 보인다. 그 누가 그날 비행기가 고층 빌딩에 들이박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하물며 토마스 쉘은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보석상이었고, 그는 그날 회의가 있어 우연히 그 건물의 어느 고층에 앉아있어야했을 뿐이다. 아들 오스카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있었고, 아내 린다는 창 너머로 월드트레이드 현장이 보이는 회사에서 설마 남편이 저 건물에 있을것이라 생각치도못한채 남편의 전화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말도안되는 영화라고 영화가 폄하되선 안된다고 난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는 것이 영화같다고 생각하기전에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개연성없는 일들은 사실 영화보다 현실에서 더 자주 일어나지만, 우리는 그 잣대를 영화에 비해 현실에 들이대는 것을 무력해한다.







나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때 친척을 잃은 친구를 알고 있다. 비록 사고 당시에 알고 있던 친구가 아니라, 친구가 된 이후 그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와의 대화에서 내가 느낀 이상한 감정은 그것을 개인의, 가족의 운이 없었다- 정도로 생각하는 점이었다. 정치적 목적의 테러이든 불특정다수를 겨냥한 범죄이든간에 너무나 타당성없이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원망할 대상을 찾지못한 나머지 그 비극을 자신의 탓으로 (이를테면 그날 지하철 타는 것을 말리지 못한) 돌린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묻는다는 것은 단순히 관을 땅에 묻는다는 것이 아니다. 오스카 쉘은 아빠의 죽음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려는 소년은 아니었다. 오스카는 아빠가 왜 거기에 있어야했는지, 왜 비행기가 그날 건물에 부딪혀야했는지를 원망하는 소년도 아니다. 다만 그 아이는 자신이 받지 못한 자동응답기의 메세지나, 아빠와의 마지막 추억을 점점 잊어가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빈 관을 대신 땅에 묻은 엄마에게 화를 내고, 열쇠를 찾으면 마치 아빠에게 갖고 있는 죄책감을 씻을 무언가를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영화를 못본 분들이 더 많을거라 짐작되기에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결말에 크나큰 반전이 있든, 혹은 모두가 다 예상가능한 범위내에서 끝나든간에 이 영화는 오스카가 가는 길에 우리를 동행시킴으로서 이미 할 말을 모두 하고 있다. 소년의 여정이 다소 허무맹랑하다고 비웃지 마라. 우리는 영화보다 더 부조리한 죽음과 이별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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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3/04/23 22: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24 00:4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4/24 19: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25 20: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4/24 22: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25 20: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힘세고강한왈도 2013/04/25 09:07 # 답글

    이 영화 좀 띄엄띄엄 봤는데 애가 아빠 잃고서 반쯤 돌은 짓 하는 게 참 안타깝더군요.
  • 레비 2013/04/25 20:44 #

    띄엄띄엄보셨더라도 그렇게 보였다면 어느정도 제대로 보신게 맞습니다 :)
  • grildrig 2013/05/05 09:54 # 답글

    책만 추천받아서 읽었었는데 영화가 있었군요...책만 놓고 보았을때는 상당한 울림이 있었는데, 영화는 그닥인가보네요 ㅎㅎ
  • 레비 2013/05/06 12:08 #

    전 영화를 보고 책을 추천받았는데, 아직 읽진 못했어요 ㅠㅠ 굉장히 독특한 책인것 같아서 읽고싶었는데.. 영화도 괜찮았어요 ! ㅋㅋ 다만 제가 듣기에 책의 내용중 몇몇 플롯을 어쩔수없이 빼버렸다고 들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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