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어 보이, About a Boy, 2002 Flims










영화 <노팅 힐> 이후 3년. 다시 한번 윌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휴 그랜트가 이번에 만난 여인은 헐리우드의 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아닌 같은 영국 배우인 레이첼 와이즈였지만, 사실 이 로맨틱 코미디는 로맨스보단 코믹함에 더 무게 중심이 기울어져있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리처드 커티스 대신, 30대 영국 남녀들의 생활들 냉소적으로 관조하는 '작가' 닉 혼비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영화다. 모든 사람들은 따로 떨어져있는 섬이라고 굳게 믿는 휴 그랜트의 이번 파트너는 열두살짜리 소년 마커스(니콜라스 홀트)다. 이번에도 휴 그랜트의 나래이션으로 시작하려는 듯한 이 영화는 이후 꼬마 마커스의 나래이션과 함께 균형을 잡으며 워킹타이틀식 특유의 말장난과 입담을 들려준다. 영화는 사랑 이야기라기보단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영화 속 윌은 아버지가 남겨놓은 유산으로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30대 백수 싱글남이다. 그는 인간 관계, 특히 진지한 사랑과 결혼을 하는데에서 오는 책임과 부담에 알러지가 있는 남자다. 게다가 한 사람의 여자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딸려오는 2세, 어린 아이들도 그가 느끼는 큰 짐이다. 어린 자녀의 대부가 되어달라는 친구네 부부의 부탁을 너무 솔직하다못해 냉정하게 거절하는 윌의 오프닝은 그가 지금부터 보여줄 행동들과 자세가 결코 가벼운 농담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고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여자의 마음을 놓고 장난치던 휴 그랜트에 비해, 이 <어바웃 어 보이>에서의 그는 대인관계에 대단히 자조적이다.







하지만 이 윌에게서 사랑의 아픈 상처나 과거의 기억을 찾을순 없다. 다른 드라마적 요소로 필요한 주인공의 '아픈 과거사'는 윌에게 없다. 그는 마치 태생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사람처럼, (그의 표현대로) 이비자 섬처럼 독립된 낙원, 어떠한 다른 섬들과의 연결을 거부하는 독립된 영토로서 있고 싶어한다. 그러나 남편을 잃고 우울증을 앓는 여자 피오나(토니 콜렛)과 그녀의 어린 아들 마커스가 그의 삶에 들어온다. 대안적 아버지가 필요한 왕따 소년 마커스와 자신의 영역에 누구의 침범도 허하고 싶지 않은 윌의 줄다리기 과정은 심술궃은 표정의 마커스와 한량 백수 윌의 코믹한 기싸움으로 잘 그려져있다. 하지만 자신이 학교에서 어떤 망신을 당하든 상관없이 어머니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마커스와, 어떠한 사람들간의 관계에서도 염증과 회의를 느끼는 윌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닮아있다. 자의적과 타의적이라는 차이가 있을뿐, 윌과 마커스는 모두 주변 섬들과 단절되어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마커스와 윌이 함께 부르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무대는 <러브 액츄얼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무대와는 다르게 어딘가 쓸쓸하다. 그 무대는 윌과 마커스가 어떤 공통된 감정선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순간 이 30대 싱글남 윌은 마커스와 똑같은 '보이'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이 boy들은 언제까지나 boy일순 없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가장 마지막에 있다. 윌은 마커스와 가까워지지만 처음 목적대로 피오나와 사랑에 빠지진 않는다. 윌은 오히려 마커스 학급친구의 싱글맘인 레이첼(레이첼 와이즈)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학교에서 친구가 없던 마커스는 음악을 하는 몇몇 선배들을 비롯한 친구들을 갖게되고 순식간에 불어난 이 연결고리들을 한자리에 모이게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윌과 레이첼의 결혼식이 아니라, 이 새로운 대가족의 형태로 마무리되는 영화의 엔딩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결말과 맞닿아있다. 윌이 대변하고 있는, 각기 떨어져 혼자에 익숙한 이 사회의 우리네 섬들이 원하는 것은, 결혼이기 이전에 무리지어 살아가는 것. 아무리 이 세상이 점점 더 혼자 살기에 편리해지고 불편함이 없어진다지만, 사람은 근본적으로 함께 살게끔 되어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결혼은 그 과정에 속해있는 한 방법일 뿐이라는,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내는 한단계 더 높은 차원의 제안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결혼이나 사랑의 완성으로 끝나는 대다수의 로맨틱 코미디들과, 이 영화 <어바웃 어 보이>가 다른 점이다.










덧글

  • 진나이 2013/03/23 03:56 # 답글

    영화 보는 재미 들리신 거 같아요~^~^
  • 레비 2013/03/25 02:29 #

    어렸을때부터 즐겼는데 점점 갈수록 다른 취미들이 소거되면서 영화가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것만 같아요 ㅎㅎ
  • 2013/03/23 11:50 # 답글

    이 영화 보지는 못했지만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정말 좋아하는 노래에요. 저는
    영화 ost 때문에 (혹은 좋아하는
    음악감독의 작품이라서 음악
    감상하러) 영화를 보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이 영화도 조만간
    보게될 것 같아요. :)
  • 레비 2013/03/25 02:30 #

    아 ! 저도 그 곡을 어렸을때 선물받은 팝송 CD에 들어있어서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지 모르고보다가 중간에 들려서 반가웠어요 :) 음악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좋으면 좋지만, 이렇게 유명하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삽입곡이 들리면 영화가 다시보이죠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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