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2002 Flims






어디선가 들은 이탈리안 농담 하나. "프랑스가 이탈리아로부터 빼앗아간 두 가지 보물이 있는데, 그것이 뭔고하니 모나리자와 모니카 벨루치라고 한다." 모나리자는 이탈리아인 다빈치가 피렌체에서 그린 작품이지만 지금은 루브르에 있다. 모니카 벨루치는 이탈리아 여배우지만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과 결혼 후 프랑스 영화에서도 자주 얼굴을 비추며, 실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프랑스 여배우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는 이 농담 자체도 재밌었지만, 더 큰 방점은 모니카 벨루치를 '감히' 모나리자에 비견할만하다고 놓은 데에 있다고 생각했다. 모니카 벨루치는 정말 모나리자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단순히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신비한 미적 분위기까지 갖고 있는 여배우다. 거기에 단순히 외모만으로 눈길을 끌지 않을 뛰어난 연기력까지 갖췄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필모그래피 뿐이라고 생각한다. 매트릭스 시리즈에도 잠깐 나왔지만 그녀를 어필하기에 충분한 역할은 아니었다.


가스파 노에의 영화 <돌이킬 수 없는>는 칸느 영화제에서 최소 3명의 관객이 영화를 보다 실신하고 더 많은 수의 관객들이 구토를 하거나 중간에 영화관을 나갔을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작품이다.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 영화가 가진 여과되지 않은 폭력과 적나라함은 예술의 영역에 놓느냐 아니면 시각적 폭력에 두느냐 말이 많았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폭력, 성애, 성기노출이 있으며 악명높은 15분 롱테이크 강간 장면이나 '소화기씬'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니 미성년자이거나 혹은 이런 류의 영화에 취향이 없으신 분들은 이 포스트를 설령 읽으시더라도 이 영화를 권해드리진 않습니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것은 스물한살때였다. 대학생활 알게된 한 이십대후반의 누님이 쓰던 인터넷 닉네임이 '돌이킬 수 없는'이었다. 독특하지만 뭔가 더한 의미를 갖고 있을것 같아서 물어보았던 것이 이 영화를 소개받은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분은 내게 어떤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마디의 경고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채 이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 남녀가 실제 부부라는 것만 들었기에 나는 실제 부부가 연인 사이를 연기하는 달달하고 리얼한 멜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 예상은 절반만 들어맞았다.


영화의 제목은 '돌이킬 수 없는' 이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돌이킨다'. 심지어 그 오프닝 시퀀스는 마치 영화의 필름을 거꾸로 되감고 있나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음을 미리 경고한다. 각 시퀀스 조각들은 이전 시퀀스의 바로 전 과거이자 전 시퀀스의 시작점에 놓이기까지의 과정이다. 영화 <메멘토>를 생각하면 쉽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각 시퀀스 사이사이에 어떠한 컷도 없이 마치 영화 한편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롱테이크인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에서 카메라는 빙글빙글 돌지만 끊기지는 않는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기괴한 저음들과 어지러운 핸드헬드가 이 음침하고 어두운 색조의 전반부를 더욱 어지럽게 만든다. 영화를 처음 봤을땐 두통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종착점부터 시작까지 거슬러올라가고는 그 지점에서 끝난다.


시간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는 희극에서 비극으로, 행복에서 불행으로 향한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비극으로 희극으로, 불행에서 행복으로 영화를 '봐야만한다'. 알렉스(모니카 벨루치)와 마르쿠스(뱅상 카셀)의 행복한 모습은 더 과거의 모습이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배치된다. 그리고 마르쿠스와 피에르(알베르 뒤퐁텔)가 알렉스의 강간범을 찾아 복수하는 분노와 폭력의 시간들은 이후의 모습이지만 우리는 영화의 초반부에서 미리 보게된다. 그리고 이들을 그렇게 행복과 불행의 경계를 그어놓은 '사건', 알렉스가 당한 강간은 그래서 영화의 정중앙에 배치된다. 그 사건이 원인이되어 이들은 행복에서 불행으로 선을 넘지만, 관객들은 그 강간씬을 비로소 보고나서야 이들의 행복했던 과거를 돌이킬 수 있다. 15분여나 지속되는 길고 긴 그 문제의 강간씬에서, 영화내내 그토록 어지럽게 움직이길 좋아하던 카메라는 그 순간 오히려 쥐죽은듯 얌전해진다. 마치 그 순간만큼은 숨죽인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는 듯이. 그리고 한번의 컷도 없이 알렉스가 강간당하고, 처참하게 구타당하는 모습을 전부 비추고 나서야 카메라는 생각났다는 듯이 다시 움직인다. 강간씬 도중 지하실 복도끝에서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행인처럼, 카메라는 우리들도 그저 보고만있으라는 듯 방관자로 만들어버린다. 불필요할 정도로 길게,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면의 멈춤도 없이 이런 장면을 집어넣은 감독은 우리들에게 눈을 돌리지말고 지켜볼 것을 강요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씬이 영화 전반부를 채운 마르쿠스의 복수에 대한 원인이자 이유가 되므로, 대신 앞으로 나올 영화 후반부는 이들이 이런 일을 겪기 전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으로서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들은 역설적으로, 이 잔인한 장면들이 지나가면 행복한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영화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토록 강한 시각적 충격과 인장이 새겨진 우리들의 눈에, 영화 후반부에 보일 그들의 행복과 즐거운 시간들이 마냥 아름답게 보일까. '돌이킬 수 없는'는 물론 클럽에서 알렉스를 배웅하지 않은 마르쿠스의 '실수'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이후 사건을 먼저 본 우리들의 눈에는 그들의 행복했던 시간 전부가 '돌이킬 수 없다'고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을 전후반으로 나눈다면, 나는 직접적인 시각적 불안과 적나라한 폭력등이 난무한 전반부보다 오히려 밝은 색조와 행복해보이는 이들의 후반부가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우리에게 미리 앞서 이들의 미래를 보여줌으로서 후반부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것이 이 영화가 이런 시간적 역행을 하게된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알렉스가 강간을 당한것이 전부 마르쿠스의 탓으로 볼순 없지만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 알렉스도, 마르쿠스도, 피에르도 그 누구도 이런 일이 그들에게 벌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시간을 돌이킬수 있는 것은 영화안에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영화속 그들처럼 한치앞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알렉스가 하필 그 지하도를 건넌 것도 별다른 운명적 요인들이 그녀를 이끌었다기보단 거의 우연에 가까웠다. 그들이 겪은 불행을 알기에, 우리는 그들의 행복한 시간들이 더 애잔하게 보이고 클럽에서 알렉스를 챙기지 않는 마르쿠스가 더 매정하게 보인다. 하지만 우리도 영화가 끝나면 그들처럼 행복한다. 지금의 행복이 내일도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으로 마무리되는 엔딩. <킹스 스피치>의 하일라이트 장면에도 쓰였지만 이 영화 <돌이킬 수 없는>에서의 이 곡 분위기는 <킹스 스피치>보다는 <노잉>의 그 마지막에 더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이 곡은 마치 장송곡처럼 어딘가 처연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잔디밭에서 평온과 행복을 즐기는 알렉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담으며 영화는 끝이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그 지점이 시작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장면이야말로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그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영화의 마지막은 행복으로 끝나지만 그것이 보이는 행복이 전부가 아닌 비극의 시작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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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진나이 2013/03/18 00:11 # 답글

    아... 마음이 아파라. 영화 공부 할 때, 여러번 언급된 영화긴 한데... 그냥, 마음이 안 좋아서.. 일단 패스.
  • 레비 2013/03/20 20:12 #

    논란도 많이 되었고 그만큼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기도 했지요. 남들에게 적극 권하기도 사실 어려운 영화에요 ^^;; 평도 극단적으로 갈리고.. 제 생각도 반반이네요. 메세지는 강렬하지만 저렇게까지 했어야했는가는 조금 의문이에요.
  • 2013/03/18 09: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20 20: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아느 2013/03/19 19:48 # 답글

    모니카벨루치 정말 예쁘죠. 단순 예쁘다는말로는 형용이 안되는. 리뷰를 보니 영화를 보고싶기는 한데 엄두가 안나네요. 악마를보았다 볼때도 힘들었는데 강도가 그보다 더심한가요ㅠㅠ?
  • 레비 2013/03/20 21:30 #

    음 제가 <악마를 보았다>를 보지못해서 비교해드리기가 조금 힘든데요 ㅎ 몇몇장면이 좀 그래요.; 아니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거의 초반부에 나오는 소화기로 얼굴을 공격하는 씬과(...) 중반의 그 15분여짜리 강간과 이후의 폭력장면.. 사실 이 두가지를 빼면 보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어요. 컷 하나 없는 롱테이크에 빙글빙글 도는 카메라나 중저음의 이상한 기계음등이 신경을 거슬리게하지만 못 볼 정도는 아니고요. ㅎㅎ 전 소화기씬은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그부분은 솔직히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어요. ㅠ_ㅠ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 부부를 좋아한다면 조심스럽게 추천해드립니다 :)
  • 2013/03/25 23: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26 00: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칼택 2013/04/07 01:30 # 삭제 답글

    저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심심해서 찾다가 보게 돼었는데요
    소화기로 얼굴을 공격하는 씬과 강간 후에 폭력하는 씬이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영화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영화류라서 넘기면서 보긴했는데 너무 리얼해서 충격이 배로 온것같습니다.
    P2P사이트에서 미성년자들이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거슬리는 소리와 환각증세의 장면들 때문에 제가 마약한것
    만 같은 영화 였습니다 영화를 잘 모르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는 정말 충격이라서;
    돼도록이면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비위가 안좋으신 분들은 말이죠 특히 소화기로 때리는 씬은 너무
    리얼해서;; 돼도록이면 안보기를 추천합니다
  • 레비 2013/04/08 16:31 #

    아 맞아요. 저도 그런 장면들에선 차마 다 눈뜨고 보진 못했지만 웅얼거리는 저주파 소리도 엄청 거슬렸어요 ㅠㅠ 카메라는 빙빙돌고 화면은 의도적으로 어둡고.. 점프샷 사이사이마다 그런 이상한 소리가 끝없이 들리죠 ㅠ 미성년자들에겐 정말 주의를 요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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