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The Town, 2010 Flims









벤 애플렉은 이제 절친 맷 데미언 앞에서 조금 더 어깨를 펴고 설 수 있지 않을까. <굿 윌 헌팅>의 각본에는 분명 그의 이름도 있었지만 주연을 겸한 맷 데이먼에게 더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맷 데이먼이 다양한 영화들에서 헐리우드 거물 스타로 거듭나는 동안 벤 애플렉은 연출을 하기 시작했다. <가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 그리고 <타운 The Town>. 사실 벤 애플렉의 이름과 바로 겹쳐지는 영화는 몇개 없다. <아마겟돈>, <진주만>까지를 말하고 나면 그 다음 영화는 쉬이 떠오르지 않는게 사실이다. 이름값에 비해, 그리고 적잖은 필모그래피에 비해 코미디나 액션 등 다양한 장르들을 오가면서도 그의 얼굴에 맞는 캐릭터를 찾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같은 시간, 맷 데이먼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벤은 자신의 자리를 오랫동안 찾지 못한듯 했다. 그리고 2007년 그는 자신의 동생 케이시 애플렉을 주연으로 기용해 첫 연출작 <가야, 아이야, 가라>를 내놓았다. 이후 3년뒤 두번째 연출작 <타운>. 내가 벤 애플렉을 배우로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 다시보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 젊은 재능이 연기보다 연출로 일찌감치 길을 잡은 것인가. 아니 사실 그가 찍어온 영화들을 돌아보면 그렇게 일찌감치도 아니지만 아무튼 벤의 두 연출작은 그의 출연작들 보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세번째, <타운>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던 그의 차기작 <아르고>역시 본인 주연의 연출작이었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같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를 모두 들어올렸다. 미국의 국수주의를 비롯해 이란의 국제적 반발까지 논란을 지피고 있는 영화이지만, 국가의 영웅적 비밀작전에 헐리우드가 크게 공헌했다는 점은 아카데미 위원회에게, 미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중 한명의 이름보다 더 높은 가산점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우디 앨런이 자신의 초기작들로 뉴욕의 페르소나가 되었듯이, 감독 벤 애플렉은 자신의 고향, 안방같은 동네인 보스턴에서 자신의 연출경력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가야, 아이야, 가라>와 <타운>에서의 인물들보다 무시못할 주인공은 바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디파티드>에서도 역시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삼았다. 남부 보스턴. 밴 에플렉은 '조직과 태생적 환경'의 장르적 공식을 모래먼지 날리는 미국 서부가 아닌 보스턴 뒷골목으로 가져왔다. 원작 소설의 제목은 'Prince of Thieves'라는,  흡사 '의적 로빈훗'을 연상시킬만한 1인 갱스터 느와르 같은 제목이지만 벤 애플렉이 만든 영화 제목은 <타운>이 되었다. 이제 prince보단 town에 더 방점이 찍히게된 영화는 그대로 보스턴의 찰스타운이라는 마을을 영화의 주된 이미지로 격상시켰다. 눈에 보이는 등장인물들 외에도, 이 '찰스타운'이라는 마을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를 갖게된 것이다.






영화에서 웃지못할, 그러나 가장 재미있는 장면 하나. 더그(벤 애플렉)와 코플린(제레미 레너) 패거리가 은행현금수송 차량을 털고 경찰들의 추격을 피해 아슬아슬한 도주를 성공하고 다리를 건너 그들의 '홈그라운드'인 찰스타운으로 들어선 안도의 순간. 그들의 범죄용 차량인 아머드 밴 Armored Van에서 할로윈 수녀 마스크를 쓴채 돈꾸러미들을 들고 내리는 바로 그때, 맞은편에 주차된 경찰차에 타고 있던 한명의 경관과 눈이 마주친다. 그자리에서 얼어버린 네명의 은행강도들과 뜨악하는 표정의 경찰 한명. 하마터면 붙잡힐뻔한 경찰들의 포위망을 가까스로 돌파했는데 왠 경찰차 한대가 주차되어있는 그곳에 하필 자신들의 짐을 풀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온 이상 여기는 찰스타운. 잠깐의 침묵의 시간이 지나자 그 경찰은 아무것도 못봤다는 듯이 고개를 슬그머니 돌려 반대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그리고 네명은 하던 일을 계속한다. 영화가 의미하는 이 동네, 찰스타운은 이런곳이다. 범죄가 대물림되고 아버지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아들 세대들은 과거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은행을 턴다. 그리고 찰스타운의 주민들로 위장된 카르텔은 그들이 훔쳐온 돈이 세탁되고 마약으로 바뀌어 거래되는 현장의 공범들이자 침묵을 지키는 목격자들이다. 영화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이 자꾸 거론되거나 시야에 잡히는 것은 이런 상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 더그가 은행을 털러 갔다가 인질이 되어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어쩔수 없이 가담했던 그 은행의 지점장 클레어(레베카 홀)에게 반하면서 시작된다. 얼굴을 가리고 은행털이를 했던 그를 클레어는 모른다. 오히려 더그 덕분에 그 사건의 후유증의 극복해나가기까지 한다. 그녀 역시 찰스타운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FBI는 그녀에게 접근해 더그 패밀리를 뿌리뽑으려한다. 하지만 더그가 자신의 은행을 습격한 무리의 브레인이라는 것을 모른 클레어는 그와 선선히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더그 역시 클레어와의 미래를 위해 이 모든 일로부터 '손 떼기를' 희망한다. 즉 태생적으로 자신에게 새겨져있는 선천적인 범죄자라는 꼬리표와, 자신을 숨기고 사랑을 지속해야하는 클레어와의 관계. 두 가지의 선택에서 더그는 후자를 갈망한다. 하지만 코플린을 위시한 찰스타운의 공범자들은 더그가 순순히 새 삶을 시작하게 놓아주질 않는다. 게다가 FBI 역시 그가 손쉽게 클레어와 마을을 떠나 새출발을 하게 내버려둘리 없다. 더그가 이젠 다신 범법행위를 하지 않고 새출발하겠다며 그들의 보스 격인 꽃집아저씨 퍼기(피트 포스틀스웨이트)에게 찾아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협박과 위협이다. 어쩔수 없이 그가 참여한 마지막 작전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은 더그가 지하주차장을 둘러보는 그 침묵의 씬에서 그의 뒷편 벽면에는 'Welcome Back'이라는 현수막이 어렴풋 보인다. 세상은 찰스타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는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를 나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한다. 첫째는 하이스트 범죄액션영화처럼 홍보한 수입배급사의 문제다. 포스터에서부터 아주 인상적인 할로윈 수녀 가면과 총과 경찰들을 등장시키니 이것은 마치 <이탈리안 잡>같은 은행털이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런 영화를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물론 아주 인상적인 액션씬들도 있다. 은행을 터는 몇몇 과정들은 여타 다른 비슷한 장르영화들에 비해 전혀 뒤쳐짐이 없고 템포는 빠르고 액션은 거칠다. 특히 차 한대만 지나갈 수 있을만큼 좁은 보스턴 뒷골목 사이로 벌이는 무장 밴과 경찰차들의 추격씬은 여타 영화에서 본 듯한 넓은 고속도로에서의 추격씬과는 전혀 다른, 그러나 대단히 긴장감있고 스릴있는 완성도 높은 추격씬이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장면들로만은 버티기 힘들만큼 더그와 클레어, 그리고 다시 코플린과 그의 여동생이자 더그의 애인 크리스타(블레이크 라이블리)등 간의 밀고당기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즉 찰스타운이라는 마을로 상징되는 과거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픈 사람과, 그런 사람에게 현실을 주지시키고 못떠나게 만드는 구속들과의 충돌이 영화의 주된 테마다. 따라서 FBI의 치밀한 추적과 조직과의 느와르 같은 부분은 영화의 그저 부차적인 요소가 될 뿐이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 출신 성분, 특히 어린시절 자라온 지역으로부터 이만한 태생적 환경을 영향받는 것이 우리 국내관객들의 정서에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기란 역시 쉽지않은 일이다. 태어나고 자란 동네마다 분위기나 특징은 물론 있고 그것이 어느정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토록 짙게 깔려있어 미래에 발목까지 잡는 것은 차라리 Town그 자체보다 태생적 한계라고 대체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편할 정도다. 공감하기 힘들다하여 무작정 영화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영화와 자기 사이의 거리감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 <타운>이, 국내에서 혹평 받은 것은 벤 애플렉의 개인적인 팬으로서, 그리고 이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일이다. <아르고>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편승하여, 그의 연출 전작 <타운>이 재평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영화를 변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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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엠지 2013/03/07 10:25 # 답글

    볼만한영화였는데 국내에서는 별흥미를 못끌었죠....

    국내포스터는 마냥 킬링타임 액션영화급으로 그냥 광고.....
  • 레비 2013/03/08 03:27 #

    ㅠㅠ 벤 애플렉 팬으로서 이 영화가 혹평받은게 너무 아쉽습니다. 포스터로 오히려 관심을 끌어보려는 것이 역효과를 낸 것 같기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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