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스, Brothers, 2009 Flims









2004년 덴마크 영화 <브라더스 Brodre>를 헐리우드 판으로 리메이크한 영화 <브라더스 Brothers>는, 1989년 데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나의 왼발>로 주목할만한 장편영화 데뷔를 했던 감독 짐 쉐리단의 영화다. 주로 가족애를 그리는데 능숙한 경력을 쌓아온 이 아일랜드 출신의 감독의 2009년 영화인 <브라더스>는 그 제목과 카피라이트, 그리고 '스파이디'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거기에 나의 영원한 히로인 나탈리 포트만까지 캐스팅되어 얼핏 형제애나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간의 스릴러성 영화를 기대해볼 수도 있었다. 물론 이와같은 예상이 완전히 틀린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더 깊게 지탱하는 것은 세 인물, 특히 주인공 샘의 변화다. 등장하는 세 명의 주연들은 모두 이 90여 분의 길지 않은 영화속에서 변화를 연기해내는데 능란했다. 게다가 노련한 배우, 샘 쉐퍼드가 그들 형제의 아버지로, <네버 렛 미 고>의 주인공 캐리 멀리건이 잠깐 등장하여 나탈리 포트만 못지않은 매력을 뽐낸다. 게다가 그들의 어린 두 딸,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샘 카힐(토비 맥과이어)과 토미 카힐(제이크 질렌할). 형제지만 이 둘의 첫모습은 판이하게 다르다. 형 샘은 미해병 소위으로서 나라의 자랑스러운 군인이자 동시에 자상한 아빠, 그리고 아내 그레이스(나탈리 포트만)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남편이다. 행복한 가정의 가장, 군인출신의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맏아들이자 친구같은 아빠이기도한 샘은 남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는 남자. 하지만 동생 토미는 다르다. 교도소를 막 출소한 그는 늘 형과 비교당하는, 집안의 문제아이자 형의 반도 못따라가는 부끄러운 동생이다. 아버지는 토미를 끝없이 샘과 비교하며 헐뜯고, 형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토미는 출소후에도 제대로된 일자리도 잡지 못한채 여전히 문제투성이 동생이다. 형수 그레이스도 이런 토미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간 샘이 추락사고를 당하고 전사했다는 소식이 그레이스에게 전해진뒤 이들 모두는 바뀌기 시작한다.








어느 집안이든 문제가 있다-는 말로 토미의 기분을 상하게 한 아버지 행크의 말을 빌어오자면,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말미암은 가족애와 형제애의 훼손과 회복으로 읽는 것이 편하다. 샘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그레이스와 토미. 그러니까, 우리식대로 말하면 형수와 도련님인 둘은, 집안과 밖 어디에서도 자랑스러운 그들의 남편이자 형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서로 의지해가며 버텨나간다. 그렇다고해서 동생이 죽은 형의 아내에 흑심을 품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자식도, 망나니 삼촌도 아닌, 아빠를 잃은 조카들을 돌보는 삼촌이자 남편의 빈자리를 힘들어하는 형수를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도우려 애쓰는 토미의 모습은 영화 초반부터 후반으로 흐르면서 차차 긍정적으로 변해간다. 그레이스 역시, 샘이 누구에 비할데 없는 사랑스러운 남편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의 빈자리를 대신해주는 토미에 대한 오해를 거둔다. 하지만 샘은 이 둘과 반대방향으로 나아간다. 죽은줄로만 알았던 샘이 아프간에서 포로로 잡혀있는 동안 겪은 트라우마가 그의 생환 후, 과거의 샘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그는 자신이 없는 동안 그레이스와 토미의 관계를 의심하고, 아빠인 자신보다 삼촌을 더 좋아라하게된 딸들에게 더 이상 자상한 아빠가 아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내를 의심하고, 아버지가 미워해도 자신만은 아꼈던 동생마저 미워하게된 그는 서 있을 곳을 잃었다.








영화 <브라더스>를 집안의 말썽꾸러기 동생 토미의 입장에 몰입해서 본다면, 앤 해서웨이가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영화 <레이첼 결혼하다>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법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변화의 악영향은 샘에게 들이친다. 토비 맥과이어의 연기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더 깊이있고 빼어나다. 영화 초반과, 이후 귀환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이 남자가 '변했다'는 것을 소름끼치게 보여주는 그의 무표정과 억지미소는 심리 스릴러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제이크 질렌할이 보여준 착한 삼촌으로서의 이미지 변신은 그가 평소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보여줘온 호쾌하고 자유분방한 이미지의 남성과 잘 어울린다. 사실 토비 맥과이어와 제이크 질렌할이 형제로 등장한다는 것부터 의아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 안 어울릴듯한 조합이 오히려 상반된 방향으로 변해가는 두 형제를 보여주는데 적합한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단순히 관계의 변화로만 읽지 못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전쟁의 상흔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샘 역시 전쟁의 피해자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 역시 샘에게, 월남전 참전이후 사회 적응이 힘들었다며 샘을 이해하려한다. 포로 생활과 생사의 갈림길에 섰었던 샘은 가족과 있는 것이 답답하고 질식할것 같다며 또다시 아프간 파병을 지원하기까지 한다. 전쟁이, 멀쩡한 아니 최고의 남편이자 가장이었던 남자를, 저녁식탁에서 어린 딸의 농담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함께 포로가된 부하를 자기 손으로 죽인 죄책감에 휩싸인 사회부적응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레이스와 동생 토미의 모습이 사랑에 빠진 남녀같다며 의심을 하는 것을 포함하여, 늘 문제만 일으킨다고 생각했던 동생보다도 더 아빠다운 아빠로 돌아오지 못하는 샘. 군인으로서, 적군앞에서 자백을 하지 말라고 소리쳤던 자신이 도리어 부하병사를 죽였다는 트라우마, 그리고 그런 짓을 하고도 살아 돌아왔지만 샘이 느끼는 가족에 대한 배신감은 그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샘이 무사귀환 후 처음 집에 들어왔을때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동생이 자신이 없는 동안 깔끔하게 수리하고 손봐준 부엌을, 벗지도 않은 군복과 군화를 신고 둘러보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서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본다. 그때 문발치에서 그런 샘을 지켜보는 그레이스와 어린 두 딸. 카메라는 그레이스와 두 딸을 비추며, 동시에 그들 옆에 놓인 거울을 통해 침대에 누워있는 샘을 비추며 한 프레임안에 네 가족을 모두 담지만 거울속 샘의 표정은 인형이나 기계처럼 굳어있다. 그에 맞춰 그런 그를 바라보는 세 여자의 표정도 아주 짧은 순간 어색해진다. 전쟁은 행복했던 한 가정을 망가뜨렸다.





샘이 이토록 극적인 변화를 겪는데 반해서 동생 토미의 변화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했고 열등감을 느끼던 형의 죽음이 오히려 토미로 하여금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형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영화에서 배제되어있다. 오히려 키스를 하고도 후회하고 미안해하는 쪽은 그레이스다. 동생 토미는, 여느 가족에서 문제아로 지목받는 구성원이 적잖은 부분 편견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기라도 한듯, 그의 변화 과정은 자연스럽고 긍정적이다. 오히려 토미를 윽박지르기만하는 아버지 행크의 모습에서 우리들은 가문의 문제아를 만드는 것은 그 자신이기보단 주위의 선입견이 적잖은 몫을 한다고 느낄수 있고, 또 영화가 이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을 파국으로 몰고가진 않는다. 아프간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샘의 난동이후, 형제는 오해를 풀고 그레이스는 샘이 파병전에 남긴 편지를 열어본다. 그리고 샘은 그레이스에게 트라우마의 진상을 털어놓으며, 영화는 이들의 총체적 재결합을 시도한다. 하지만 마지막 샘의 독백으로, 우리는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전쟁에서 살아돌아왔지만 자기 스스로는 이미 한번 죽었다고 생각하는 샘이, 다시 예전의 아빠와 남편의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아니 이들 사이에 새겨진 상처를 메꾸는 것이 훗날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사실 미지수다. 영화는 희망만을 남겨둔채 끝나지만 딱 거기까지만을 보여주기에, 이들에게 남겨진 상처와 변화의 모습들을 오랫동안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 이 영화는 작년 9월, Pearl님이 제 영화 취향을 고려해서 추천해주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 정말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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