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Flims






감독은 닐 블롬캠프지만 영화에서 피터 잭슨의 이름이 아른거리는 것은 영화의 홍보를 그의 후광에 의지한 면도 없지 않아서였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이 갖고있는 <반지의 제왕>, <킹콩>, <천상의 피조물>등 판타지스러운 이미지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닐 블롬캠프의 카메라 다루는 솜씨가 융합된 영화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이 나오는 SF영화로서만이 아닌, 페이크 다큐, 액션, 스릴러의 다양한 맛을 제공해주었다.

거대한 원반형 우주선이 지구에 찾아오지만 이번엔 의외로(?) 뉴욕 맨해튼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남아공의 수도는 아니지만 국가 최대도시이자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다. 하지만 왜 하필 그곳일까. 넬슨 만델라와 희망봉 이외에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지만, 모 포탈사이트에서 요하네스버그를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로 '세계3대범죄도시' 라는 키워드가 함께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그것도 요하네스버그는 인종차별과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치안악화 등 부정적 꼬리표를 쉽게 뗄 수 없는 도시다. 감독 닐 블롬캠프는 그럼 무슨 생각으로 요하네스버그를 선택했을까. 간단하다. 그가 요하네스버그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단편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라는 영상을 제작했고 이것이 확장되어 그대로 <디스트릭스 9>이라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 되었다. 닐 블롬캠프가 요하네스버그를 선택한 것은 이제 응당 자연스럽다.

영화는 초반부터 어느정도 궤도에 오를때까지 페이크 다큐 형식을 빌린다. 실제 있었던 일처럼 꾸미는 데에 이만한 방법도 없을터. 무려 1982년부터 나타나 20여년 넘게 그곳에 떠 있는 우주선과, 그 우주선에 있던 외계인 '난민'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요약한다. 구제가 불가피한 외계인들을, 정부는 우주선이 자리한 그 밑에 '외계인 집단 거주지역'을 구축하고 그곳에 외계인들을 수용이라는 명목으로 방치해두지만, 하루아침에 국가 최대 도시의 한가운데에 '난민 수용소'가 생겨버린 이상 인간들과의 충돌, 문제가 야기된다. 무려 백만이 넘는 외계인들. 하지만 지능이 낮고 심지어 외형마저 외계인이라기보단 곤충을 닮은 흉한 모습의 이들은 가공할만한 무기와 육체적 힘을 가지고 있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정부가 지어준 수용소에서 동물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힘으로 눌러놓긴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집단. 정부와 사회가 외계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없애지도, 그렇다고 함께 안고 가지도 못하는 눈엣가시다. 그리하여 남아공 정부가 아닌, 다국적 국제기업인 MNU가 개입한다. 요하네스버그에 있던 외계인 수용지역 '디스트릭트 9'을 도시 외곽으로 이주하는 거대한 계획을 위임받은 그들은 무장된 용병들과 함께 외계인들에게 이주동의서에 싸인을 받으러 그곳으로 들어간다. 작전 책임자는 영화의 주인공 비커스(샬토 코플리)다.

나는 이점부터 대단히 코믹하다고 느꼈다. 아니 일단 외계인이 영어를 하나? (그런데 진짜 한다) 제대로된 거주지조차 없이 짐승처럼 '디스트릭트 9'내에서 활보하는 그들에게 이주동의서를 들이밀고 싸인같은걸 받으러 돌아다니는 자체가 씁쓸한 풍자 같았다. 외계인이 서류를 거칠게 쳐서 땅에 떨어뜨리자 손이 닿아서 이걸 싸인받은걸로 치면된다고 말하는 비커스의 대사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타국 이민자들도 아닌 외계에서 온 외게인들에게 마치 인권이 있는 것처럼 영화 속 세상이 반응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이주 권리를 보장하라는 국제운동이 펼쳐지고 안전한 이주를 국제단체가 감시한다. 반면에 외계인 거주지역 이전을 주장하며 시위하던 남아공 현지민들조차 그들을 싫어하면서도 '외계인'이 아닌 마치 '어느 사회 계층'처럼 말하고 반응한다는 점이다. 닐 블롬캠프는 영리했다. 그는 흑백인종차별, 계층간 분리를 말하고자하면서 영화에서는 어떠한 실제하는 계층이나 인종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외계인'이라는 새로운 계층이자 희생양이 될 대상집단을 창조해 그곳에 놓아두었다.

영화 전반부, 외계인들의 실상과 그들을 강압적으로 이주시키려는 MNU. 그리고 비커스와 함께 들어간 무장 용병들은 총탄을 필요이상 들고 간 것처럼 외계인들을 쏘고싶어 안달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페이크 다큐 중간중간에 삽입된 사람들의 인터뷰는, 비커스에게 뭔가 문제가 생길것임을 드러내놓고 예고한다. 그는 외계인들을 만나러 다니다가 외계물질을 뒤집어쓰게되고 귀환 후 악화된 몸상태에 병원에 가보니 그의 신체가 외계인화 되어가고 있다. 백인 비커스가 외계인화 된 이후, 이제 그는 더이상 지배계층인 MNU가 아니라 그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된다. 그리하여 그는 '디스트릭트 9'으로 숨어들어간다. 계층의 이동을 겪는 주인공을 통해 이제 외계인의 시선으로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든다.

영화의 후반부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몸담고 있던 곳에서 떨어져나와 자신이 내려다보던 쪽으로 스스로 들어가야만 했던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많은 영화들에서 이미 봐왔다. 영화는 여기에, 외계인 무기에 궁극적 목적과 야욕을 두었던 기업 MNU와 이를 유일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인간 비커스를 외계인 취급하며 이용하려는 의도를 통해 기업들이 가진 눈앞의 이익추구와 탐욕을 비난한다. 비커스는 이들과 맞선다. 사실 '백인 인간'일때의 비커스는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얼핏보이는 행동들로 미루어 그가 다소 어리숙하고 능력부족한 남자로 비춰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계인'비커스는 되고나서 살고자하는 욕구앞에 인간일때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이 된다. 그는 직접 외계무기를 다루며 자신과 외계인 친구들을 공격하는 용병들을 공격하고 우주선을 무사히 탈출시키려 애쓴다.

외계인으로 변한 비커스를, 후일 인터뷰에서 비난하거나 욕하는 직장 동료들의 모습은 계층의 이동이 주는 사회적 시선의 변화를 뜻한다. 물론 그가 끔찍한 외계인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사실은 맞지만 그렇다고 적응하기 힘든 혐오스런 외형 속에서도 그가 여전히 비커스라는 남자임을 기억하고 알아주는 것은 영화 끝까지 그의 아내 타냐(바네사 헤이우드)뿐이다. 외계인이건 인간이건, 즉 다시말해 흑인이건 백인이건, 하층민이건 지배계층이건 사람은 다를바 없다는 것을 영화가 말하고 있다. 비커스가 외계인 부자와 맺은 우정이나 믿음도 이것을 달리 말하지 않는다. 후일, 완전히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된 비커스를 영화는 마지막씬에 담으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있는 문제를 남겨두지만, 몇년 뒤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고 떠난, 비커스가 구한 외계인이 정말 다시 올리가 있을까? 닐 블롬캠프가 <디스트릭트 10>을 만든다는 소문은 몇년째 무성했지만 정작 그는 올해 가을, 맷 데이먼과 조디 포스터 주연의 <엘리시움>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덧글

  • 재상천하 2013/02/06 20:47 # 답글

    맞아요. 이 영화는 소외계층, 저소득계층, 빈민가 거주민들을 외계인으로 잘 환유하였죠.
    영화를 본 지 오래 되어서 자세히 숏들이 기억은 안 나는데요...

    초중반 장면들을 모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처리하죠. 간간히 삽입된 주변인물 인터뷰 씬들과 주인공과 이주 문서를 받을 시 동원되는 저널들의 핸드헬드 촬영기법 등은 그들에 대한 그릇된 일반계층인들의 시선을 보여주죠.초반에 평범하게 촬영된 제대로 된 숏은 극중 리더인 외계인의 사생활뿐이었죠. 이러한 다큐멘터리 촬영형식은 주인공이 외계인실험을 당하고 탈출하는 순간까지 계속 지속되죠.
    그리고 주인공이 디스트릭트 9에 온 순간부터는 핸드 헬드 기법은 사라지고 제대로 된 숏들을 보여주죠.
    어떠한 계기로 계층의 몰락을 겪으면서 다큐멘터리 화면과 같은 필터링 된 시선, 흔들리고 그릇된 시선이 아닌 눈을 보는 듯한 제대로 된 시선들을 보여주죠. 그들의 내면에 공감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들에게 진정으로 이해를 하고 연민을 가지니 결국 주인공은 그들이 탈출할 경로를 말해주고 자신은 디스트릭트 9에 남죠.

    영화는 여기서 끝나는게 조금 아쉬워요. 자신의 구제는 물론 자신의 처지와 같이 있는 외계인들을 구제하지도 못하니까요. 엔딩씬에서 아내가 나와서 "현관에 그가 만들어준 꽃이 매일 와요."라고 말하듯이 자신의 처지에 이미 달관하고 구제를 기다리죠.

    이 영화의 감독은 빈민가의 해결문제는 그 누구도 감히 나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결말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비상구가 없는 빈민가를 보여주는 것 같달까요? 영화를 본 지 오래 되어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당시 그 회고록을 적어봅니다.
  • 레비 2013/02/07 19:51 #

    뻔할 수도 있던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만든 공이 이 영화를 흥행시킨 제일 큰 동력인것 같아요. 초중반에 사용된 페이크 다큐.. 하지만 이후론 제대로 양측 모두에게 화면을 배분하면서 긴장감을 유지시키고요. 어리숙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오히려 외계인화되어가면서 심적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자체가 더 처절하고 치열하게 바뀌는 모습도 흥미로웠구요 :)

    우주선을 다시 띄워보냈다-로 일단 약간의 성취를 이룬것이긴한데, 확실히 디스트릭트9의 문제 해결은 여전히 남아있는걸로 묘사되죠. 떠난 외계인이 몇년뒤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하긴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감독이 말하는 '기약없는 약속'같아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회문제니까요. 전 오히려 그래서 더 후속작을 꼭 기대하지 않아도 될 좋은 영화였어요.
  • 남선북마 2013/02/06 23:52 # 답글

    '디스트릭트 9'도 좋지만 시리즈 중에 최고는 '디스트릭트 7편' 입니다! 이런 우스개 놀이를 유행시키기도 했지요.. -.-
  • 레비 2013/02/07 19:52 #

    아 ㅋㅋ 전 처음 듣는걸요?! ㅋㅋㅋㅋㅋㅋ 진짜 영화가 처음 나왔을 무렵에는 제법 속았을 법한 농담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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