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 Flims











세상의 모든 영화에서 우리가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그 영화를 찍고 있는 카메라다. 어떤 영화에서 그 영화를 지금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발견한 기억이 있는가? 내가 12살때부터 지금 28살이 된 지금까지 영화를 보고 있으니 대략 16년간의 시간을 돌이켜봐도 적어도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 (영화 전공자도 아니고, 관련 교육은 커녕 대학에서 관련 교양강의 한번 못들어본 나로선, 그래서 영화가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씬들이 여전히 신기하게 보일 따름이다. 어떻게 저 거울엔 카메라가 비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살짝 의미를 확장해보자. 카메라를 직접적으로 찾을 순 없지만 우리는 촬영기법이나 앵글, 시점, 워크등의 용어들을 사용하여 영화를 찍고 있는 카메라의 위치나 시선을 감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카메라는 그대로 우리의 눈이 되어 우리를 영화 속으로 데려다놓는다. 그래서 영화에서 카메라를 감지하고 발견한다는 것은, 그 영화와 우리 사이에 카메라가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그 카메라를 깨닫는 순간은 곧, 우리의 눈을 대신하고 있는 그것을 알아버리는 순간이다.









제작자 J.J 에이브람스와 감독 맷 리브스에게 괴물의 정체와 급박한 전개에 타당한 인과관계를 묻고 싶지않다. 워낙 관객 속이는게 특기인 제작자가 만든 영화라하여, 그에 속지 않으려고 두 눈을 부릅 뜰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괴물이 등장하는 재난영화가 맞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괴물은 아니다. 영화는 괴물에 대해 어떠한 힌트나 설명도 없다. 아니 심지어 괴물이 '제대로' 등장하는 순간은 몇분은 커녕 몇초에 지나지 않는다.


괴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거라면, 이 영화전체가 갖고 있는 대파국, 세기말적 재앙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못한다. 하필 내일 일본으로 떠나는 주인공 송별파티 도중 시작된 괴물의 맨해튼 공격(맨해튼은 아마 모르긴해도 영화사상 가장 많이 파괴되고 공격받은 도시가 아닐까..),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우리가 각종 괴물재난영화에서 보아오던 것과 같다. 군대가 파견되고, 시민들은 도망치고, 국가는 정보를 비밀에 부치고, 주인공(들)은 시민들과 반대방향으로 뛴다. 괴물들은 위험하고, 군대는 더 이상 '우리편'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오고도 영화는 괴물에 대한 어떤 타당한 이유나 의미도 주지않는다. 하다못해 핵실험의 산물이라는 고질라가 좀 더 신빙성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 영화 <클로버필드>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의 이유이자 원인인 괴물을 더이상 괴물로 봐선 안될 수도 있다. 괴수영화가 아니라면 이것은 핸드헬드기법으로 페이크다큐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과시'하는 영화일까.







익스트림 헨드헬드라고 부르건 페이크 다큐라고 부르건, 혹은 파운드 푸티지라고 부르건간에, <REC>나 <블레어 윗치>로 대표되는 이 장르와 기법이 주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두말할 것 없이 '현장감'이다. 직접 들고뛰는 카메라. 그것도 촬영자가 아니라 극중 등장인물이 카메라맨을 겸하는 것이다(물론 정말 배우가 모두 들고 찍지는 않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첫번째 문단을 상기해보자면, 영화와 우리들 사이에는 카메라가 있다. 하지만 <클로버필드>에서의 카메라는 그 공평한 중간지점에 있지 않다. 롭의 친구인 허드의 손에 들려있는 이 카메라는 우리들의 눈과 주인공중 한명의 눈을 일치시키면서 카메라의 위치를 우리로부터는 멀리, 영화로부터는 가깝게, 다소 편향된 위치에 둔다. 영화와 가까워진 카메라는 사실성과 긴장감을 보강받았지만 형식이나 '보기좋은' 구도면에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한다. 우리 관객들과 똑같은 극중 '사람'의 시선으로 영화가 찍힌다는 것은 시야적인 면에서도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다. (괴물의 모습이 그토록 안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멀미를 유발할 것만 같은 어지러운 카메라나, 의도적인 흔들림, 깜빡임 없이는 컷도 허용되지 않는 롱테이크. 좁아진 시야 덕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해선 소리와 대사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불편함 등을 모두 감수하고도 이 영화가 취하고자 한 것은 재난의 현장 한가운데에 우리들을 방치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 <클로버필드>는 이런 기법을 사용한 영화들 중 가장 뛰어난 성공을 거둔 영화다. 의도적인 신비주의 마케팅과 네티즌들이 좋아할만한 영화외적 정보들을 인터넷에 뿌리면서 설정과 비하인드 스토리에 더욱 열광하는 매니아 층들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2500만 달러의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 개봉 첫 주 미국내에서만 그 두 배를 거둬들이고 결국 전세계 1억7천 달러라는, 투자대비 엄청난 흥행성적을 올렸다.







기존의 촬영 방식과 형식의 붕괴를 가져오면서,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극한의 사실주의를 맛보게 한다. 비유가 적절할진 모르겠지만 – 아무리 롤러코스터 맨 앞자리에 앉아 1인칭으로 찍은 영상을 3D로 보는 것이, 직접 한번 타보는 것만 못 한건 당연하다. 간단하게 상상해서, 만약 <클로버필드>가 이런 핸드 헬드가 아닌 일반적인 3인칭으로 촬영한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세상에 많고많은 괴수재난영화로 묻혀버리지 않았을까. 감독 맷 리브스와 제작자 에이브람스가 원했던 것은 공포영화로서의 스릴과 중간중간 심어놓은 깜짝쇼가 아니라, 그 긴박한 분위기와 심적 압박이었다.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함에 있어서 3인칭 카메라가 안겨주는 소위 '한발 물러서있는' 안전함은 마이너스 요소였을 것이다. 그들이 이런 식으로 촬영해서까지 주고자했던 것은 괴물이 날뛰는 도시의 분위기와 공포적 심리를 최대한 끌어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인디펜던스 데이>나 <고질라>를 통해 뉴욕시를 불태우고, 그것의 스케일을 과시라도 하듯이 저 높은 하늘위에서 찍어 우리에게 보여줄 때, 그 스케일에 압도당할 수는 있어도 과연 그런 장면들이 무서웠는가? 하지만 맷 리브스는 그렇게 무리하게 괴물을 구현해내지 않고도(다시말해 에머리히보다 돈을 적게 들이고도) 우리에게 그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안전한' 하늘위에서 찍은 것보다 괴물의 발밑에서 올려다보는 시점이 훨씬 무서운건 당연하다. 







여기까지 말해놓고, 이제와 뜬금없이 영화 <클로버필드>를 사랑 영화라고 말한다면 거부감이 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마치 오프닝부터 하나의 필름인 척을 하고 있는 이상, 이 영화의 영상들을 두개로 구분할 수 있다는걸 반드시 기억해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두 번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화 속 괴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허드가 뛰어다니면서 녹화한 (현재의) 장면들이 아닌 미리 그 캠코더 테이프에 녹화되어 있던 (과거의) 화면들이다. 롭과 베스의 행복한 시간들을 녹화해둔 홈비디오 같은 바로 그 영상들 말이다. 결국 약간 어벙한 허드 때문에 롭의 소중한 추억의 영상위에 괴물의 악몽이 덧씌워 녹화되는 것이다. (영화는 허드가 종종 잠시 카메라를 중지시키거나 텀이 생길때 때, 이 괴물영상에 가려지지 않고 남아있는 영상으로 대체된다) 하지만 현재의 롭과 베스는 떨어져있는 상태, 게다가 하루 뒤 미국을 뜰 예정인 롭과 그런 롭의 송별파티에 새 남자친구를 대동하고 온 베스는 그 영상속 행복한 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괴물이 등장하기 이전의 파티 시퀀스에서,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본인들과 친구들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친절하게도 설명해준다. 그리고 롭과 베스는 괴물 등장 직전에 다시 작별한다. 베스에게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는 롭. 그리고 괴물이 등장하고, 그는 자신의 목숨도 보장할 수 없는 이런 조건에서도 베스를 구하기 위해 뛴다(함께 뛰는 롭의 친구들은 무슨 죄인지!). 롭과 베스가 그들 생애 마지막 모습과 함께한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과거에 행복했던 기억과 추억의 영상에 덧씌워져 녹화되고 만 것이다. 이토록 재수가 없을 수 있을까. 어디서 온지는 모르지만 단 하루만 괴물이 늦게 왔어도 롭은 지구반대편에서 무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또 괴물이 하루 빨리 와준 덕분에 롭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진심을 전하고 마지막 순간을 같이 할 수 있었다. 괴물영화에 불필요한 멜로적 설정이라고 욕해도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 그 둘의 촬영이 다 했을 때, 시간적 여분의 테이프에서 지워지지 않고 녹음되어있던 그 둘의 바닷가 대화에서, 롭은 베스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암시가 그렇게 안타깝고 아쉬운 컷으로 잘려있진 않았을 것이다. 행복한 순간에서 하지도, 듣지 못했던 말을, 죽음을 앞두고서야 서로에게 할 수 있게 된 그들.


그래서 이 영화는 <고질라>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과 더 닮아있다.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를 미지의 존재로부터의 갑작스러운 공격과 무기력한 인간(혹은 군대)들. 그리고 끝까지 합리적인 설명을 주지 않는 그 공격의 근원과 그 속에서 혼란과 공포를 겪는 주인공들. 죽음과 극한의 상황 속에서 시험받는 가족애와 회복. 이 <우주전쟁>에 대한 대강의 요약은 마지막 ‘가족애’ 문장만 뺀다면 그대로 <클로버필드>의 수식으로 사용해도 상관없을 정도다. <클로버필드>는 가족애의 자리가 사랑으로 대체되어있을 뿐이다.







만약,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이 모든 것이 롭 내면세계의 환상이라고 한다면, 괴물은 베스가 새로운 남자와 함께 파티 도중 집으로 돌아간 이후 고뇌하고 괴로워하다가 창조해낸 롭 내면 갈등의 형상물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돌아섰음을 느끼고, 나는 다신 돌아오기 힘들 외국으로 떠난다 했을 때(롭은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게 아니라 회사의 부사장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날 밤 그 남자의 머릿속에는 '이대로 세상이 멈추었으면' 혹은 ‘에라이- 다 무너져버렸으면’ 하는 심리가 정말 조금도 없었을까?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제법 많잖는가, 어떤 일을 허황되게 저주했더니 정말로 일어나선 안 될 그 일이 눈앞에 벌어지는 내용 말이다. 그의 자포자기에 응답이라도 하듯 괴물이 때맞춰 나타나주었고, 롭은 사랑하던 옛 여인에게 뛰어가 결국 못 다 말한 사랑을 말할 수 있었노라며, 이 영화 <클로버필드>의 리뷰를 마무리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

영화의 제목 <클로버필드>는 제작사측에서 영화정보가 새나가는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붙여놓은 가제로서, 제작사가 위치한 구역의 도로 이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가제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 굳어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사용하게되었다고.












덧글

  • 서주 2013/01/26 03:01 # 답글

    사실 잘 찾게 되는 장르도 아녔지만, 이상하게 제목이 도통 끌리질 않아 여태 안 본 클로버필드.. 괜히 올드하달까, 포스터와도 그닥 어울리지 않는달까.. 그렇더라구요.ㅎㅎ 적어도 제겐 가제가 좋지 않았네요ㅋㅋ

    여튼 소재 정도만 알고 있던 영환데 덕분에 이제야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ㅎㅎ
    <블레어 윗치> 때 파운드 푸티지의 묘미를 제대로 느껴서(개봉 당시 정동서 식스센스와 함께 심야상영으로 봤었는데, 것보다 더 강렬했었거든요;;) 작년 <크로니클> 등 꽤 흥미롭게 봤는데, 이 작품서도 굉장한 현장감을 맛볼 수 있나 봐요! 더불어 사랑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는 레비님의 해석도 염두에 두고 보면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

    +
    참, 살짝 측면 촬영이 아닌 인물이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씬 같은 경우, (물론 저도 비전공자에 관련 교육은커녕 기초 교양도 없지만 주워들은 풍월로는^^;;) 거울이 걸린 벽에 거울 위치에 맞춰 구멍을 낸 후, 벽 너머에 프레임에 들어갈, 인물이 있는 방과 똑같은 방을 하나 더 만든다고 해요. 모든 소품도 똑같이 구비하는데 좌우가 바뀐 채로 배치하는 거지요. 그리고 정면 연기를 할 배우와 흡사한 대역이 뒷모습을 담당하고, 배우와 마주보면 카메라는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거울을 마구 넘나들기도 하면서 촬영이 가능하답니당. 물론 대역과 배우는 동시에 똑같이 움직여야 하고요. 실제론 거울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촬영하는 거지요.

    굉장한 노가다에.. 주의가 필요한 촬영이라 진짜 저렇게까지 해서 찍을까;; 싶은데 <터미네이터2>에서 실제로 이렇게 대칭 세트를 만들어서 찍은 씬이 있다네요.

    최근엔 대개 크로마킹 등 CG를 이용하는 듯 해요. 첫 단락 읽으면서 첨 떠오른 영화가 <블랙 스완>이었는데, 비주얼 이펙트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상이 있어요. 거울 촬영은 물론 다양한 특수효과들이 있어서 재밌게 봤답니다. 이거 보면 대개의 궁금증은 풀리더라구요ㅎㅎ 레비님께도 도움이 됐음 좋겠네요 :)
    http://www.youtube.com/watch?v=4n71sjmd-bM&feature=relmfu
    링크인데.. 복사 되려나요?

  • 레비 2013/01/26 03:19 #

    아 저도 사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질않아서 아무래도 잘 못보게되는 장르였어요 :) <파노라말 액티비티>도 꼭 보고싶은데 여지껏 무서울까봐 못보고 있는 영화중 하나죠 ㅎㅎ 저도 제목이 참 매치가 안되는듯했었어요. 나중에 영화를 다 보고 안 사실입니다 :)

    <식스센스>와 <블레어 윗치>를 하룻밤에 다 보시다니 ! ㅋㅋ 잊지못할 경험을 하셨군요 ㅎㅎㅎ 전 파운드 푸티지로 찍은 다른 영화들을 많이 못봐서 동등하게 비교하는건 힘들지만, <클로버필드>는 정말 그 현장감이 주는 오락성 만큼은 제가 보아온 어느 영화들보다 뛰어났던것 같아요. 작품성을 떠나서 보는내내 가장 몰입(?)하고 등장인물들에 나를 일체화했던 영화랄까요 :) 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요소는 너무나도 제 개인적 감정이에요 ㅋㅋ 사실 보면 그냥 괴물재난영화.. ^^;;

    와 서주님의 설명을 꼼꼼히 상상하면서 읽으니 겨우 이해가되네요. 더불어, 과연 저렇게까지 힘들게(?)찍나 싶기도하고요. 거울은 영화의 정말 단골 소품이잖아요. 그런데 방까지 하나 더 만들어서 대역까지 함께 연기하기도하는군요;; 전 그저 cg에만 의존하는줄알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블랙스완>이군요! 영상 잘 봤어요 :) 이 영화도 특수효과며, 특히 무대때문에라도 거울씬이 많이 필요했을텐데 링크해주신 영상보면서 감탄했어요. 사실 저 역시 cg들이 떠먹여주는 영상들에 익숙해서 보면서 하나하나 의심하고 '어떻게 찍었을까?'를 고민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제가 많은 부분을 아무 생각없이 봤구나 - 하는 반성도 조금 드네요 ㅎㅎ 덕분에 잘 봤어요 :D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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