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비 앙 로즈, La Môme, 2007 Flims








프랑스판 제목은 La Môme, 북미 개봉엔 The Passionate Life Of Edith Piaf, 국내에선 ‘라 비 앙 로즈’로 개봉한 이 영화는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샹송가수 에디뜨 피아프의 일대기적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자서전이라기보다 평전에 가깝다. 감독 올리비에 다한은 에디뜨 피아프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영화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취하고 부각시켰음을, 그녀의 일대기에 약간의 사전 정보만 가지고 있어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정작 삶은, 재능에 비해 불운하게 살다 간 사람들이 있다. 천재라는 수식 뒤에 바싹 따라붙은 불운이라는 키워드는 한 사람의 삶을 더 없이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영화적 소재로 바꾸기 마련이다.


영화에는 두 가지 시간 속의 에디뜨 피아프가 있다. 말년의 에디뜨와 과거 그녀의 탄생부터 일대기를 순서대로 걸어오는 에디뜨가 그 두명이다. 매 시퀀스마다 해당년도와 장소가 표기되지만 애써 그점에 집중하며 이 영화를 시간 순으로 나열해보려 노력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감독이 시간을 넘나들며 교차편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 진행방향에 확신이 있고 자신의 의도에 맡겨달라는 뜻일 테니까. 영화 맨 첫번째 씬은 에디뜨 피아프의 거의 마지막 (후반부의 대사와 표시된 연도로 짐작해보면 실제로 그녀의 마지막 공연은 아니다) 공연이다. 그녀가 쓰러지는 그 장면과 그녀의 간절한 독백을 영화 시작과 동시에 보여주면서 감독은 에디뜨 피아프라는 인물의 삶을 전혀 모르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그녀의 말년이 행복보다는 위태하고 애처로울 것이라고 짐작하게끔 만든다.








라 비 앙 로즈라는 제목은 La Vien Rose, ‘장미 빛 인생’이라는 그녀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의 제목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스포트라이트 아래의 화려함 이외에도 장미 빛만 있던 건 아니다. 영화는 과거의 에디뜨의 화려한 성공가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말년의 초라하고 병든 그녀의 후일도 함께 보여주면서 그 대조적인 모습을 하나의 삶 속에서 겪었던 이 여인의 인생을 더욱 기구하게 부각시킨다. 그녀의 인생은 이별과 상실로 가득 차 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 한쪽과 떨어져지내야했고, 가까스로 길러진 창녀촌에서는 어린 에디뜨를 딸처럼 보살펴주던 틴틴과 그외 여자들과도 이별한다. 아버지의 손에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음악적 재능에 눈뜨지만 그녀가 평생 간직하고 가는 것은 노래에 대한 열정과 재능뿐, 그녀를 발굴한 루이스, 격정적 사랑에 빠진 복싱선수 마르셀, 거리에서 노래로 돈을 벌던 시절부터 함께해 온 절친한 친구까지. 그녀는 늘 인생의 길목길목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다. 영화에서는 거의 등장하지도 않지만 영화속 연인 마르셀 이외에도 실제로 그녀는 다른 연인들과 실패한 결혼생활들로 이보다 더 많은 이별을 겪었다. 그녀의 젊은 시절은 대서양을 오가는 등 줄곧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그 내면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이 영화 <라 비 앙 로즈>에서 주인공 에디뜨 피아프를 연기한 마리온 꼬띠아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아카데미가 비영어권국가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의 주인공에게 상을 안겨준 것은 거의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순수 프랑스 영화로서는 이것이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이기도 했을만큼, 이 영화에서 보여준 마리온 꼬띠아르의 연기는 빼어나다. 사실 그녀의 연기뿐만이 아니라 영화에는 인상적인 장면, 편집들이 제법 있다. 에디뜨가 첫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장면은 정작 그녀의 노래는 무음이다. 그녀의 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첫 등장을 바라보는 관객들과 객석의 시선들에 집중했다. 노래가 비로소 끝나고 쏟아지는 열정적 반응들. 이 영화가 부리는 편집의 기교는 연인 마르셀의 비행기추락사 소식을 전해듣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마치 꿈속에서처럼 아침 눈을 뜬 침대위에서 마르셀을 만났지만, 이내 사라진 그를 찾아 집안을 이리저리 헤매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에디뜨의 모습은 연인의 비보를 전해듣고도 믿지못하는 사람의 심리를 그대로 영상으로 표현했다싶을 정도다. 그리고 반전과도 같은 마지막 병상에서의 회상씬. 그녀의 삶에 잃어버린 마르셀이 또 한명 있었다는 진실은 그녀가 한 여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잃어버릴 수 있는 관계는 모두 잃어버렸다고 하도 과언이 아니게 만든다.







영화의 후반부, 노년의 그녀에게 인터뷰를 청한 여기자에게 에디뜨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사랑, 사랑 그리고 사랑이라고 답한다. 이별과 상실을 반복하면서도 소녀같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는 사람은 잃더라도 사랑을 하는 마음까진 잃진않았다. 이후 그녀는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다고 믿는 주변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non, je ne regrette rien라는 곡을 받은 채 감동받아 다시 무대에 선다. non, je ne regrette rien의 가사의 메인 테마는,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 소위 영화 <인셉션>의 '킥 음악'으로 영화팬들에게 다시금 들려왔던 이 곡은 에디뜨의 말년에 그녀의 삶을 대신 돌아보고 보듬어주는 곡이 된다.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하고, 또 사랑했다면 그 인생은 행복하다. 에디뜨 피아프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까지 경험해본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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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루아루 2013/01/08 08:52 # 답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사랑, 사랑 그리고 사랑.

    이 영화보고 한동안 노래 흥얼거리게 되죠.
    그녀의 인생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마리온 꼬띠아르도 정말 연기 잘했어요
    그 노래 부를 때 감정 표현도 그렇고 그냥 그녀였죠
  • 레비 2013/01/08 09:26 #

    인터뷰의 질문에 연거푸 사랑, 사랑, 사랑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

    샹송에 대해선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에디뜨 피아프의 음악들을 듣게되었던 생각이 나네요. 마리온 꼬띠아르의 연기는 정말... 에디뜨 그녀 본인이 된 듯한 연기였어요. 일대기를 따라가는 영화에서 배우가 그 인물의 젊은시절부터 노년까지를 그토록 잘 연기하기란 힘들텐데 말이에요.
  • 2013/01/10 01: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10 09: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얄루 2013/01/12 16:45 # 답글

    저도 그 에디뜨 피아프가 연인 마르셸의 비행기 추락사 소식을 전해듣고 오열하다가 무대로 나아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편집도 편집이지만 마리온 꼬띠아르의 연기에 소름이 쫙- ! 순간 에디뜨 피아프에 이입이 되서 같이 눈물이 또르르 ..^^
  • 레비 2013/01/12 22:01 #

    그 장면이 역시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패닉하는 마리온 꼬띠아르의 연기도 대단했고.. 영화의 다른 부분에서도 특출났지만 그 큰 눈과 창백한 분장으로 말년의 에디뜨와 젊은 시절의 에디뜨 모두 더하거나 뺄것 없이 참 잘 연기했지요. 여우주연상이 정말 아깝지 않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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