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Les adoptes, 2011 Flims





2012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이 11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리고 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무르>를 비롯하여 베를린영화제, 선댄스영화제, 토론토영화제, 시카고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 및 수상작들을 일주일간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까닭에 <안나 카레니나>를 예매하지 못했다. 나의 주드 로.. 키이라 나이틀리...

프랑스 여배우 멜라니 로랑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나 작년말 국내 개봉했던 영화 <비기너스>에서 이완 맥그리거의 연인역 등을 통해 이미 팬들이라면 낯이 익을지도 모르겠다. 얼마전에 보았던 <사랑을 부르는, 파리>에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불과 몇편의 영화만에 푹 빠져들었던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배우다. 워낙에 재능넘치는 여배우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영화계에서 후속작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랄까. (뭔가 장황하게 썼지만 그냥 예뻐서 좋아한다는게 다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

<Les adoptés> 라는 제목으로 작년 겨울 프랑스에서 처음 개봉한 이 영화는, 올해 상반기엔 <The Adopted>라는 제목으로 북미등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 <마린>은 멜라니 로랑의 감독 데뷔이다. 83년생의, 이제 한창일 배우의 감독 데뷔라니. 뿐만아니라 그녀는 각본에도 참여하고, 주연도 직접 연기했다. 그녀의 팬으로서 놓칠 수 있을까. 헌데 그녀에 대한 나의 팬심만을 충족시켜줄 법한 가벼운 영화도 아니었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젊은 감독의 데뷔작이라 살짝 걱정이 앞섰던게 사실이다. 그녀가 연기력면에서, 배우로서 대단히 뛰어나다는 생각은 사실 아직 더 지켜봐야겠다고 느꼈지만 그렇다면 연출로서는 어떨까. 하지만 이 잔잔하고 따듯한, 그렇지만 가볍지도 않은 이 드라마는 단순히 사랑뿐만이 아니라, 가족애, 우정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게되는 '관계 relationship'를 말한다. 사실 몇몇 홍보문구와 포스터만을 보고, 자매의 우정 이야기일 것이라고 섣불리 결론짓고 보러 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마린(마리 디나노드)과 리사(멜라니 로랑) 자매의 우애 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어머니, 마린의 연인인 알렉스(데니스 메노쳇), 리사의 아들 레오, 서점에서 마린과 함께 일하는 친구 등 한 사람을 중심으로 갖게되는 모든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고리들을 함께 아우른다. 단순히 사랑이야기로 전개될 줄 알았던 영화는 중반 급작스러운 전환점 이후 마린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마린을 중심으로 펼쳐져있던 사람들과 마린으로 인해, 혹은 그 덕으로 인해 겪게되는 주변인들의 변화를 담는다. 사람이 사람들 속에서의 위치, 그 자리가 어떤 무게와 어떤 공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영화.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만.

멜라니 로랑과 함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 출연했던 데니스 메노쳇은 험상궃게 생긴 외모와 달리 따듯한 마음을 가진 우직한 남자를 잘 연기했고, 멜라니 로랑의 꾸미지 않은 수수한 모습은 여전히 이 영화에서도 빛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아름다운 영상보다, 차가운 색의 영상들을 투박하지 않게 잘 잡아낸 점. 의도적으로 화면에 공백이 많은 장면들은 왕가위의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리사와 알렉스의 대화장면을 비롯해 인물간의 대사 도중 둘의 거리와 가까움을 오브제로 표현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아무리 직접적이라도 결코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깔끔한 카메라가 마음에 들었다. 애써 꾸미지않은 느낌.

하지만 제일 많이 감탄하고 마음에 들었던건 음향적인 면이다. 음악으로서가 아닌, 소리를 참 잘 다루고 이용한 영화다. 군데군데 사용된 슬로우 모션도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음악과, 소리와, 침묵과, 정적을 잘 조합하여 많은 효과를 이끌어낸 영화다. 보고온지 몇시간 되지 않았지만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기억이 난다기보다 그 극적 소리의 절제가 기억에 남는다. 배우들의 입이 움직이지않은채 대사가 먼저 들려오는 씬들도 많이 사용되었다. 대화와 함께 침묵하고 있는 이미지들이 동시에 사용되었다.

다만 대중적으론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 특히 영화의 마무리와 결론 부분에 영화의 많은 비중을 두길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갸우뚱 할 수도 있다. 취향을 많이 탈 수 있달까. 다행히 나와 동행은 서로 제각각 다른 부분에서 마음에 들어했지만 많은 분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긴 조심스럽다. 솔직히 멜라니 로랑 때문에 보려고 마음먹은 영화였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스토리도 엉성하지 않은데다가, 무엇보다 얼핏 진부해보이는 소재를 가져와 전혀 진부하지 않게 연출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덧글

  • 서주 2012/12/03 11:11 # 답글

    오오, 안그래도 뭘 봐야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정보 감사! :)
    저도 진작 가고 싶었는데.. 지인이 자꾸 자긴 혼자 못 간다며 저도 혼자 가지 말고 꼭 같이 가자며 안그럼 배신이라며--;;; 이상한 으름장을 놓는 통에 결국 (지인이 시간 되는--;;)이번주에 가기로 해놓곤 여태 고르지도 않고 있었거든요ㅎㅎ

    저도 <아무르>는 꼭 보고 싶었고, <마린>도 메모했어요. 음향 부분에도 집중해봐야겠네요 :)
    더불어 멜라니 로랑은 '그냥 예뻐서' 좋아하기엔 너무나 매력녀임에도 공감합니다ㅋㅋ
    특히 개인적으론 웃다가 급 정색할 때......... 어디서더라, 그런 장면이 몇 번 있었는데 그 사랑스러움에 진짜 악! 소리가 나더라구요. ㅎㅎㅎ

    (근데 7일까지가 아니라 5일까지였나요?ㅠㅜ 첨에 글케 주워들어서;; 너무 맘놓고 있었나보다는..ㅠㅠ)
  • 레비 2012/12/04 21:04 #

    5일까지가 맞는것같아요 ㅎㅎ <마린>은 오늘인가 내일 한번 더 있던것 같은데..
    잘 보셨으려나 모르겠네요 ;; 일주일안에 너무 좋은 영화들이 촘촘히 있으서 고르기도 쉽지않았어요 ㅎㅎ
    이번이 1회도 아니니 내년에도 기다렸다 노려야겠습니다 :)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이젠 감독까지 한다하니 참 다재다능하고 욕심이 많은 기대주에요 :) 게다가 이제 불과 83년생이라니..! 앞으로 출연작들은 관심있게 챙겨보려고 합니다 ㅎㅎ
  • 2012/12/05 19: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05 19: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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