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들의 하루, Wandering Stars, 2012 Flims









제6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의 여섯번째 날, 27일 월요일. 주말 밤 CINDI올나잇의 만족스러웠던 감흥이 월요일이 되어서도 가시질 않았던지 나는 이 영화제와의 연을 좀 더 늘리기로 결심했나보다. 낮에 사무실에서부터 CINDI 홈페이지를 뒤섞거리며 단 이틀 남은 시간이지만 가능하면 이틀 모두 다시 찾고 싶어했고, 그리하여 칼퇴근과 동시에 충무로에서 압구정으로 향했다.



10대의 마지막, 어른으로의 경계에 원치않는 발담그기를 하고 있는 세명의 소녀가 있다. 집을 나온 이 세명의 소녀들은 서로 도움공동체에서 살아가지만 그들은 그 시간들을 '이도저도 아닌' 시간으로 자평할 뿐이다. 말투에서부터 거칠고 공격적인 은정, 아버지를 고소하고 집을 나온 송하, 공동체를 나서 독립하고 자립하길 원하는 승희. 이들은 마치 억지로 등떠밀리듯이 10대의 후반을 보내고 불확실한 미래로 끌려간다. 이것은 그녀들과 함께한 2년여간의 기록이자 다큐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혐오하는)TV프로그램, '인간극장'식의 삶의 단면과 푸념하는 인터뷰들로만으로 채워진 지리멸렬한 드라마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 덕은, 소녀들의 힘든 삶을 아름답게 포장한 촬영포장도 아니고, 거침없는 평소 말투 그대로와 각본없이 따라가는 카메라 덕도 아닌, 촬영에 임하고 카메라 앞에 말하는 소녀들의 말이 너무나 솔직해보였기 때문이다. 티없이 해맑다고 말하진 않겠다. 오히려 이들은 그들의 나이에 비해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겪었고 오히려 조신해보이면 이상할법한 부류의 아이들이었지만 오히려 그들의 가식없고 진솔한 행동들은 전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닌, 하루를 힘들어해도 여전히 살아있는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은정의 영화가 상영회에 공개되고, 아버지의 집앞에서 들어가보지 못하고 돌아나오는 송하,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얼굴을 비추는 승희의 아버지와의 버스안에서의 단잠 등이 그 어떤 각본이 있는 시나리오가 아닌 소녀들의 오늘, 현재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한국어 제목대로 그녀들은 '간지'들이었을지 몰라도, 영문 제목대로 그녀들은 Wandering stars, 방황하는 별들이기 때문이다.



27일 마지막 상영작인 이 이숙경 감독님의 <간지들의 하루>는,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에서 버터플라이 부분 경쟁작이다. 따라서 감독의 차기작을 영화 상영이후 프레젠테이션하는 시간이 추가되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숙경 감독님과 정성일 디렉터님의 대담 시간들을 통해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특히나 궁금했던 메세지나 편집의도가, 감독님이 애초에 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고, 그 엔딩 역시 단순히 마감이 시키는대로 끊었을 뿐이라고 하시는걸 듣고나서야 이해되었다. 그 자리에서 정성일 디렉터님은 소녀들에게 다소 냉정한 평을 하고 다큐의 솔직함과 편집되지않은 소녀들의 실상을 강조하셨다. 사실 이런 영화로 아무리 응원을 보내도 그 소녀들에게 놓인것은 현실적으로 어두운 미래와 가속화된 방황의 20대일지 모른다. 다큐멘터리의 힘이, 현실을 드러내어 폭로하고 알리는데에 목적이 있다면 이 영화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라는 것이 응당 당연해진다. 방황하는 10대와는 거리가 먼 지난 삶을 살아온 나같은 사람조차도 이 영화를 보고 그녀들의 2년여에 간접적으로나마 대리경험을 해본 느낌이었으니까. 영화는 현실에 대한 대책, 불우한 가정환경으로부터 도망치겠답시고 도망쳐나온 소녀들의 상황들에 대한 폭로가 아니라 그저 어머니의 시선으로, 때로는 친구이자 동료의 시점으로 함께 걸어갈 뿐이다.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애초에 무계획으로 시작된 다큐이자 영화인 이 80여분짜리 필름은 그래서 방황하는 별들의 궤적에 대한 짧은 동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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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태풍 덕에 우리 사무실 일도 없는데 그냥 오프하자는 문자를 아침에 받고, 이 리뷰를 쓰기위해 CINDI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이미 어제 확인해본 바로 매진된 오늘 저녁의 폐막식이 아쉬워서 예매하기를 눌러보았는데 잔여좌석이 딱 한자리 남아있었다. 예매했다가 취소하신 그 어느분 덕에 광속으로 예매. 폐막작 제목이 <우연히도 행운이>였는데, 마지막 한 좌석의 행운은 내게로 온 모양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건 크게 상관없는데 오늘 저녁엔 비라도 조금 덜 내리길 바란다.











덧글

  • 2012/08/28 19: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28 20: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8/28 20: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8/28 20: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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