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2009 Flims










지난 5월 8일 미국의 동화작가 모리스 센닥이 83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1964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동화책에게 수여하는 '칼데콧 상'을 받았다. 엄마에게 장난을 치다가 저녁도 못먹고 방에 갇힌 어린 소년이 상상속의 여행을 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는 이 작품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들을 많이 남겼다. 이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그런 그의 동화책을 소재로 삼아 영화적 살을 붙여 만든 2009년 영화다. 감독은 스파이크 존즈. 전에 포스팅했었던 영화 <시네도키, 뉴욕>의 제작자이자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감독이었다. (두 편 모두 찰리 카프먼과 관련이 깊다. 둘은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어댑테이션>도 제작했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스크린에 담는 그는 이 전세계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재현해 놓았다.









동화책과 거리가 먼 유년기를 보낸 나는 이 동화 제목을 사실 처음 들었다. 얼핏 삽화들을 찾아봐도 내 취향은 아니었지 싶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영화 제작사들의 로고부터 장난기 넘친다. 영화의 주인공 맥스(맥스 레코드 : 배우 이름도 정말 맥스다)는 그야말로 천방지축의 통제불능의 소년이다. 누나의 친구들에게 마구잡이로 장난을 치다가 도리어 상처받고 울먹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그냥 애다. 눈싸움을 벌이다가 자신이 기껏 만든 얼음집까지 무너지게된 맥스의 모습은 영화 후반 그의 판타지 여행의 스토리와 맞물린다. 누나의 친구들에게 상처받고 혼자 분하여 집안에서 삭히다 잠든 그에게 늦게 들어온 엄마도 큰 위로가 되진 못한다. 집안에서조차 외로운 소년은 반항하고 결국 저녁식사 시간 엄마에게 의미없이 폭발한다. 홧김에 집을 뛰쳐나간 소년은 상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영화에서 이 부분은 해리포터가 승강장으로 들어가듯 비현실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돛단배와 폭풍우 등을 보여주면서 마치 외딴 섬의 다른 세계로 소년은 던져지듯 묘사된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과 괴물이 기묘하게 섞인듯한 거대하고 역동적인 모습들의 괴물들 여럿이 지내고 있었다. 이후 이 이야기는 어리숙한 괴물들에게서 그들의 왕이 된 맥스와 괴물들의 함께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맥스는 정서적으로 어딘가 불안정한 괴물들과 티격대기도 하고 융합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즐겁게 놀기도하고 때로는 어찌할줄 몰라하면서 이 세계에 동화되어간다.












캐롤, KW, 아이라, 주디스, 더글라스, 알렉산더 등 이름을 가지고 있는 괴물들의 외형은 그들을 정말 그냥 'Wild Things'라고 밖에 지칭할 수 없을만큼 설명하기 어렵다. 누구는 곰을 닮았고, 누구는 닭을 닮고 누구는 뿔이 있고, 또 누군가는 크기가 작다. 괴물들은 외형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세계, 심리상태마저 불안정하다. 본심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주디스와 그들과 함께 있고 싶어하지않는 KW 등 괴물들 사이의 관계들마저 혼란과 어떤 정해진 룰이 없다. 그중 가장 복잡한 캐릭터는 맥스와 가장 가까워지는 캐롤이다. 캐롤은 그들중 누구보다도 그들의 왕인 맥스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며 맥스의 장난에 기꺼이 동참한다. 하지만 KW 등에게 본심을 드러내질 못하는, 어린 맥스와 별반 다를게 없는 정신적으로 어린 괴물들중 하나이다. 한번 뒤틀리기 시작한 캐롤의 정서는 더글라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난폭하게 변하기까지 한다. 괴물들이 변해가는 모습들을 겪으면서 맥스는 자신의 세계와도 같았던 이 곳은 자신이 있어야할 곳이 아니며 자신이 그들의 왕이 아님을 깨닫게된다. 괴물들과 눈물어린 작별을 하며 돌아온 맥스는 자신이 있어야할 곳, 원래 있었던 곳인 현실세계의 집으로 돌아오며 엄마 품에 안기며 맥스의 여행은 끝난다.












괴물들의 모습은 사실 어린 소년 맥스, 그 아이의 모습 그대로이다. 외형이 무섭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개구장이들처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쉽게 변하는 모습을 가진 그들은 한 어린 아이의 정신세계이자 자아의 투영이다. 원본 동화책에서는 어떻게 해석해놓았는지, 나는 읽지않아 다소 곡해할 수도 있는 위험은 분명있지만, 적어도 내가 본 영화속 괴물들은 맥스 자신이었다. 그들의 요새를 즐겁게 지으면서 맥스는 그들중에서도 캐롤과 각별히 가까워지지만 직설적인 주디스에 의해 경고를 듣는다. 얼핏 들으면 심술궃은 주디스의 심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린 아이들의 무리에서 모두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한명(맥스)에게 각별히 친한 사람(캐롤)이 생기면 주위에서 경계하고 시기하는 것과 별반 다를바 없어보였다. 게다가 친구 올빼미 두마리를 KW와 함께 살자고 데리고 왔을때 캐롤은 자신만 그들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고, 자신이 설계한 (하지만 모두가 같이 만들었지만) 요새에 그들을 들일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린다. 진흙싸움을 하다가 머리를 밟은 KW에게 짜증을 내고 토라져버리는 등 캐롤은 어찌보면 그들 중 가장 힘이 쎄고 크지만 맥스보다도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맥스 역시 철없고 어린 아이이지만 그 괴물들과 함께 지내며 자신의 모습을 거꾸로 투영해 관찰자의 입장으로 보게된다. 자신의 충동어린 장난과 제안에 괴물들은 처음엔 따르고 즐기지만 그들안에서는 말없이 상처받는 자들이 나오게되고 그것은 맥스에게 후회로 돌아온다. 그들의 왕이자 리더로 있지만 결국 괴물들이 곧 자신의 모습이라는걸 알게되고 말 그대로 남의 눈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게된 맥스는 왕관을 그곳에 내려놓고 본연의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맥스를 잡아먹어도 이상해보이지 않았던 괴물들이 처음보게된 맥스를 대뜸 왕으로 추대하는 것도 그들에게 어머니같은 존재가 필요했던것이고 그것이 맥스에게 바랬던 모습 아닐까. 그리하여 맥스를 따르게 된 괴물들이지만 차차 맥스가 왕이 아님을 알아가고 맨 마지막으로 알게된 캐롤이 그것을 참을 수 없어했던건 엄마라고 기대했던 존재에 대한 실망이었을지도 모른다. 맥스 역시 자신이 이들에게 해주어야할 역할은 친구가 아닌 보호자같은 존재라는걸 알고나서부터 떠날 결심을 했던 것이다. 어린 맥스는 그들의 보호자이자 엄마가 되기엔 어렸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필요한 것이 누구인지를 깨닫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소 애매하다. 범세계적 아동용 동화책을 텍스트로 삼고있긴하지만, 그것을 스크린에 옮긴 스파이크 존즈 감독 특유의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는 아이들이 보기에 다소 괴팍하고 혼란스러울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어른들을 겨냥한 영화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영화는 철저히 어린 동심이 그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른들에게는 공감 정서나 빠른 이해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아이들에게는 몰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기면 따듯하고 푹신할 것 같은 괴물들의 그래픽 모션과 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은 여타 다른 동화들에서 본 것과 다를바 없지만 단지 그래픽으로 그려진 괴물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이것을 무조건 아동용 영화라고 하기 힘들다. 그래도 큰 기대 없이 한 아이의 꿈같은 판타지를 따라가볼 마음이 있다면 한번쯤 보기에 나쁜 영화는 아니다. 어려운 메세지에 머리 아파하지않고 아름다운 배경 영상들과 연출 감독의 상상력, 그리고 가슴 따듯한 장면들에 목말라있다면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느낌으로 따라가보는 것도 좋다. 비록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어떤 낭만이나 판타지를 느끼기엔 나는 너무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발동하는 까닭은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 그 어린 시절 순수와 호기심으로의 동경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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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휴식 2012/10/13 16:38 # 답글

    이 영화 가끔 생각나서 보곤하는데ㅎ 그냥 볼때 마다 묘하게 좋더라구요. 저는 동화책도 봤었는데 동화책도 참 예뻐요ㅎㅎ 어른?이되고나니 오히려 이런류의 영화나 책이 더 아른하게 다가오더라구요ㅎ
    그리고 괴물들이 너무 귀여웠어요ㅎㅎ 뽀송뽀송해보여서 가서 폭 안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ㅋㅋㅋㅋ
  • 레비 2012/10/14 03:10 #

    동화책도 보셨군요 ! 전 어려서 동화책을 잘 못읽어그런지 기억에도 전혀 없는 스토리였답니다 ㅠ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끝없이 양산되는건 다 그런 향수나 아른함에 기인한게 아닐까요 :)
    괴물들을 처음에 봤을땐 거부감이 있었는데 계속 보니 정들더라고요 ㅎㅎ 찾아보니 외국엔 이 괴물들을 모델로한 인형이나 장난감들도 많이 나와있던데요 ㅋㅋ 털들이 엄청 북실북실하게 표현되어있어서 따듯해보여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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