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1987 Flims













영화 리뷰 포스팅을 쓰면서 대상 영화를 선정하기위해 내가 갖고있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이미 많은 사람이 봤을 법한, 검증된 영화를 다시 떠올려보면서 공감 및 생각을 나누고 싶은 영화를 고르거나, 혹은 그와 반대로 생각외로 좋은 영화임에도 많은 분들이 아직 못봤을것 같아서 다른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 하지만 나부터 이미 작품성과 대중성 둘 모두를 함께 쫒는 내공 부족한 영화팬으로서 대부분은 전자의 기준으로 영화 리뷰 포스팅을 해온것도 부끄러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 <바그다드 카페>만은, 영화가 담고 있는 것에 비해 그리고 그 이름값에 비해 주위에 실제로 봤다는 사람들이 적었기에 이번만큼은 후자의 기준을 적용하여 리뷰를 적는다.









87년작인 이 영화의 제목, 바그다드는 이라크의 그 수도가 아니다. 미국 라스베가스 부근 모하비 사막 66번 도로변에 있는, 황량함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커피안에 모래가 씹힐 것같이 생긴 먼지낀 카페의 이름이다. (실존하는 카페라고 한다) 영화 시작, 각자 다른 공간에서 다툼을 한 독일인 부부와 미국인 부부가 있다. 독일인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아 사막을 처량하게 가로지르고, 미국인 아내는 화를 내며 남편을 카페에서 쫓아내버린다. 두 여자가 만나 이 영화가 펼쳐지는 것은 그 직후의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서로 다름을 느낀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과 카페의 여주인 브렌다(CCH 파운더)는 그렇게 서로 코드가 완전히 다름을 인식하지만, 돌아갈 곳 딱히 미련없는 야스민이 바그다드 카페에 장기 머물기 시작하면서 브렌다는 그녀를 불편해하고 야스민 역시 무료한 하루하루에 불편해한다. 이에 야스민이 바그다드 카페의 다른 식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하면서 카페에는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고 결국 브렌다도 마지막에 마음을 열게된다. 


야스민과 브렌다. 한명은 남편으로부터 버려지고, 한명은 남편을 내쫓은 직후 둘의 첫 만남은 서로 땀과 눈물을 닦기에 정신없었다. 브렌다는 타인들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야스민은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인들을 바꾸어나가는 개인의 모습이다. 야스민이 바그다드 카페에 던진 파장은 도미노처럼 퍼져나가고 한명이 던진 긍정과 밝은 에너지는 이 황량한 사막의 외로운 카페를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한번쯤 꼭 들르는 생기넘치는 곳으로 바꿔놓았다. 사막에 고립된, 외부를 거부한 독립된 세계였던 카페는 야스민의 등장과 그녀가 남긴 변화로 그렇게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이후 영화 후반부는 그런 카페의 따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의 다소 뻔한 후반부보다 중반부의 그 변화의 파장들, 야스민이 바그다드 카페에 차차 물들여나가는 밝음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다.








영화의 엔딩은 발랄하고 희망차게 끝나지만 나는 사실 '이방인' 야스민이 브렌다와 그외 바그다드 카페 식구들에게 한명씩 다가가는 부분이 더 좋았다. 카페에 있는 식구들은 모두 하나씩 다 문제가 있는 구성원들이었다. 물론 야스민도 남편으로부터 사막 한가운데에서 버림받고 사막과 전혀 어울리지않는 복장으로 카페에 들어온 사람이지만, 카페의 사람들은 다들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브렌다의 아들은 그보다 더 어린 아기의 아빠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싫어하는 브렌다와 늘 충돌이었고, 브렌다의 딸은 밖으로만 나돌아다니는 사춘기 소녀에, 카페 바에 있는 말수가 적은 인디언 남자와 전직 헐리우드에서 그림을 그리던 늙은 콕스(잭 팰런스), 그리고 매춘부까지. 하지만 그들의 부족한 부분들과 채워지지않는 갈증을 야스민이 차례차례 채워주고 본인도 이 카페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채움받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카페를 청소하고 일을 도우려하는 모습은 야스민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성격이기도 하겠지만 그들 식구에게 다가가고픈 그녀만의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외모와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브렌다의 딸에게는 옷으로 가까워지고, 브렌다의 아들에게는 그의 피아노 연주에 관심을 가져주는 등 야스민의 친화력는 무표정과 경직됨만이 가득했던 카페를 바꿔놓는다. 야스민이 오기전, 바그다드 카페는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막막할 정도로 황량하고 미래가 없어보이는 암담한 공간이었을 뿐이었다.

언제까지나 친절한 야스민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마음을 여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브렌다다. 무능력한 남편을 내쫓은 그녀는 '바그다드 카페'라는 작은 세계의 주인이자 군림하는 왕이다. 그녀의 거친 성격과 말투는 그녀의 캐릭터의 부정성을 보여주기보단 그 거친 사막의 카페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어딘가 부족하고 문제를 안고있는 식구들을 데리고 있기위해서 그렇게 선택하고 변화되어온 거친 모습이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틈에 청소를 해놓은 야스민에게 도리어 화를 내고, 딸을 비롯한 다른 식구들에게 차차 다가가는 야스민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까닭은, 그녀의 호의가 어색하고 낯설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간 자신의 '힘'으로 위태위태 유지해온 세계, 즉 바그다드 카페가 흔들리자 본능적인 위협을 느낀 것에 다름아니다. 야스민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금새 반성하는 브렌다의 모습에서, 그녀의 천성이 아닌 상황과 환경이 그녀를 거칠게 만들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야스민은 재미있는 마술쇼나 특유의 웃음으로 서서히 녹여나간다.











영화속 페미니즘을 지적하는 리뷰들도 읽어봤지만 나는 이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주연 여배우 둘이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을 기준을 봤을때) 다소 외적 미모에서 떨어지고, 또한 그런 여배우 둘을 중심으로 다른 남자 배우들이 그 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이것이 페미니즘적 영화라고 본다는 것은, 남자들이 주인공이고 히로인이 조연으로 보조를 맞추는 다른 영화들을 모두 마초적 영화라고 치부해버리는 것과 같다. 물론 영화속 야스민이나 브렌다는 모두 능력이나 카리스마면에서 그리고 그 카페라는 작은 세계안에서 주권을 쥐고있는, 남자에 비해 강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맞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우먼파워가 아닌, 두 여자가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과 한 사람의 등장으로 작은 세계가 바뀌어가는 아기자기하고 가슴 따듯한 모습들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페미니즘적 요소를 캐치해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시선으로는 찾기 힘들었음을 밝히고 싶다.


정작 이 영화를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 영화 음악에 대해 빼먹을 뻔했다. 제베타 스틸 Jevetta Steele이 부른 이 영화의 명곡 "Calling you"는 처음 오프닝부터 등장하긴 하지만 사실 진짜 이 곡의 백미는 영화의 중반부, 해가 지는 사막의 보랏빛 석양과 쓸쓸한 적막이 남아있는 '죽어있는' 바그다드 카페, 그리고 그것들을 배경으로 허공을 가르는 여행자 백인남자의 부메랑이 그림처럼 그려질 때이다. 이 아름다운 재즈 브루스는 분명 사람들이 살지만 그 관계들은 죽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 곳 바그다드 카페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이 짧은 영상과 음악으로 쓰다듬는다. 이 영화를 한번 보고 난뒤, 그 곡을 언제 다시 들어도 밀려오는 쓸쓸한 감정은 잊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석양이 지는 저녁이나 깊은 밤 조용히 감상하면 정말 진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영화 첫장면에서 야스민을 도로에 버려두고 떠난 그녀의 남편은 그 후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야스민 역시 다시 남편을 찾고 싶다거나, 비록 외국인 관광비자로 들어와있지만 딱히 독일로의 귀국에 대한 미련은 보이지않는다. 카페에 머무르는 그녀 역시 마치 그곳이 집인양 금새 그 사막 한복판에 자연스럽게도 뿌리내린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 그녀는 외국인이었던 신분마저 버리고 바그다드 카페의 식구가 되어 완전히 정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야스민이 카페에 처음 왔을때부터 드러내놓고 부담스러운 호감을 표하던 늙은 콕스는, 그녀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제안을 던지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야스민의 마음은 완전히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카페에 그녀 자신을 점차 정착시키면서 그녀 자신도 콕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런 과정을 콕스의 그림 속에서 점차 야스민의 누드를 그리는 과정, 그리고 그녀 스스로가 거부감없이 (하지만 신중하게) 마지막 한꺼풀 옷까지 벗는 장면에서 아주 단적으로 표현되고있다. 처음에는 콕스의 그림 속의 그녀의 모션과 상징물들이 이해가지 않았지만, 반복되는 콕스의 그림들 속에서 점차 누드가 되어가는 야스민은 바로 그런 마음을 여는 의미가 아닐까. 브렌다 역시 야스민과 함께하면서 자신이 내쫓았던 남편을 웃으며 다시 맞이할 수 있는 여자가 되었다. 이렇게 이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사막에서 만난 두 외로운 여자가 서로를 치유해가면서 다시 따듯한 심장을 갖고 황량했던 그 작은 세계에 활기와 에너지를 불어넣는 과정이다. 


한 사람의 긍정적 에너지가 다수의, 혹은 단체나 그룹의 여러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전체를 바꾸는 모습에 우리는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집단행동에서도 먼저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 먼저 손내미는 사람은 타인에게 그만큼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 영화의 야스민과 브렌다는 비록 반려자를 잃어버린 외로움에서 시작하지만 그 외로움을 다른 인간관계로 채우고 메꾸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기존의 무료하고 정체된 삶을 살던 주변 인물들 역시 그들의 변화에 동참하며 바그다드 카페라는 외로움의 상징적 공간은 이내 유대감과 행복한 웃음으로 넘치게 된다. 나라는 한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는 내 주위의 여러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영향을 주고 또 받고있는지, 그리고 얼마큼 긍정적인 오로라를 발산할 수 있고 또 반대로 부정적인 요소들을 퍼뜨리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과 사람간의 관게맺음에 대해 많은 부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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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8/12 21: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13 16: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겨울소녀 2012/08/14 10:40 # 답글

    저도 처음 이영화 봤을 땐, 이라크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카사블랑카 같은.
  • 레비 2012/08/14 18:43 #

    저도 사실 제목만 보고 그 생각을 했어요 :) 하지만 막상 열어보니 라스베가스인근의 모하비사막이더군요 ㅎㅎ
  • 바람뫼 2012/08/14 11:06 # 답글

    영화 내용은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테마곡만큼은 선명하네요.
    아~~~아예~~~음 코~~~올링~~~유흐~~~ <- 이부분은 아무리 들어도 우리나라 판소리(퍽)
  • 레비 2012/08/14 18:43 #

    테마곡이 사실 국내에서 이 영화를 더 유명케한 장본인이죠 ㅎ 다시 들어도 참 좋습니다 :D 영화를 보고나면 그 곡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져요 ㅎㅎ
  • 2012/08/14 17:0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8/14 18:48 #

    감사합니다 :) 영화리뷰 포스팅을 하면서 늘 고민하는 것중 하나는, 줄거리 분량을 어느정도로 함유시켜야 할지예요 ㅎㅎ 줄거리 재정리식의 리뷰포스팅들은 지양하려고 하는데, 또 줄거리를 한번 복습하지않고 무작정 할 이야기만 해서는 또 불친절한 리뷰가 되더라고요 ㅎ

    엇, 깜짝놀랬네요. 제 인스타그램 계정 소개글도 please come closer가 맞습니다만... ^^;; 제 계정을 보신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다만 인스타그램은 거의 사용하질않아요 ㅠ 그래서 사진도 100개도 채 안되고 팔로워, 팔로잉도 거의 없이 잊고 있었는데 .. 게다가 비공개사진 활성화되있어서 팔로우하지않으면 아마도 (?) 제 사진들이 보이지않는걸로 알고있어요 ㅎㅎ 아무튼 신기하네요 ㅎ 제 사진을 보신게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호평 감사합니다 :D 자주 방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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