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Flims













2011년 9월 17일, 뉴욕 맨해튼의 월가 wall street 에서는 1000여명의 시민들에 의한 시위가 있었다. 이것을 기점으로 미국 각 주요도시로 번져나간 이 '월가 시위'는 SNS등을 통해 10월, 시위의 규모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빈부격차의 상징적 거리인 미국 월가에서 시작한 이 시위에는 낯익은 얼굴이 자주 보였다. 가이 포크스 가면. 기다란 얼굴에 익살스러운 콧수염이 인상적인, 웃고있는지 무표정한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입꼬리의 이 가면은 만화 '브이 포 벤데타'에 처음 등장한 얼굴이다. 이 가면의 재산권은 '워너 브라더스'가 가지고 있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제작사인 워너는 개당 6달러짜리 이 가면덕에 영화 개봉 수년뒤에 수십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가이 포크스의 얼굴은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는 시민 시위의 아이콘이 되었다.














" You may call me V." 성폭행 당할뻔한 이비를 구해준 뒤, v로 시작하는 단어 마흔 여덟개로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쓰고있는 가면의 정체를 이해하는데에서 부터 이 영화를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 실존 인물이었던 가이 포크스(Guy Fawkes)는 1605년 11월 5일, 구교를 탄압하던 영국의 국왕 제임스1세 암살을 위한 영국 의회 폭파 계획, 일명 화약음모사건(Gunpowder plot)의 실행예정자였다. 국왕과 가족들, 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의회개회일에 맞춰, 오늘날까지 빅밴으로 유명한 영국의회의 의사당 지하에 숨겨놓은 폭약들로 폭파 및 암살을 시도하려다 현장에서 체포되어 처형당한 그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가 쓰고 등장하는 가면의 주인공이다. 가이 포크스의 암살미수사건과 그의 최후는 영화 초반 프롤로그처럼 등장한다. 
 
배경은 어느 미래, 제3차대전 이후 승전국이 되어 세계 최강국이 된 영국이지만, 그 가상의 미래 국가는 흡사 1인 독재 체제의 나치 독일을 떠올리게한다. 혹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의 '감시하는 정부'를 연상시킨다. 조지 오웰의 이 소설은 정말 1984년에 <1984>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었지만 바로 그 영화 <1984> 속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히틀러를 모델로 삼았을 정도로 닮았다. 이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하는 영국의 독재자 아담 샌들러라는 이름이 어감상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것도 결코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영화 내내 벗지않는 브이의 과거는 주인공 이비의 시선으로 차차 벗겨져나간다. 과거 정부가 행한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생체실험의 희생자가 되었던 그는 히어로가 되어 정부에 홀로 맞서싸우고자 하는게 아니다. 바로 눈이 먼 국민들을 계몽시켜 국민의 손에 의해 현 체제의 전복과 혁명을 꾀하려는 것이 그가 행하는 테러들의 최종 목적이다. 1년뒤, 가이포크스의 '그 날'에 봉기하라는, 방송국을 점거한뒤 TV에 나와 국민들에게 하는 그의 연설은 정부에 의해 눈이 먼 국민들에게 하는 호소이자 일갈이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 대사는 비록 어느 가상의 미래국가가 아닌, 현재의 어느 국가 국민들에게도 통용될 브이의 인상적인 일장 연설이다. 그리고 브이는 정부의 요직과 자신의 과거를 그렇게 만든 자들에게 하나하나 복수해나가며 1년 뒤, 가이 포크스가 수세기전 하지 못했던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영화의 초반 등장하는 가이 포크스의 이야기에서, 나탈리 포트먼의 나레이션은 한 남자의 신념을 말하지만 동시에 그 신념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이 포크스의 처형 순간 군중들 속에서 홀로 조용히 눈물 흘리는 그 여자의 존재는 이비와 브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게 아닌가 싶다. 당수와 그의 요원들의 총알에 맞서 단검으로 상대한 브이는 가면 뒤의 신념은 결코 죽일 수 없다고 말하며 그들을 모두 벌하는데 성공하지만 이비와의 사랑은 이루지 못한다. 신념에 모든 것을 바친 남자에게 사랑까지 얻을 여력은 없었던 걸까. 브이의 마음과 신념을 알게된 이비는 안타까움 속에서 그녀를 위해 준비해둔 마지막 레버를 당기고, 브이가 떠난 세상에서는 그의 가면이 세상을 뒤덮는다.














하지만 체제의 전복을 꾀하는 영화라고해서 모두 운동권을 위한 영화로 비판 받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역시 국내 수입배급사의 잘못된 홍보문구로 인해 매트릭스급의 액션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브이가 지하실에서 샌들러 의장을 죽이고 크리디 당수의 요원들의 총에 맞서 단검으로 싸우는 모습은 <매트릭스>나 <이퀄리브리엄>에 비견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액션영화로 기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와 이 영화는 많이 닮아있다. 일단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던 세계'의 복잡하고 방대했던 세계관을,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로 가지고 온 것이 그렇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사한 점은 바로 기존의 억압에 대항한다는 그런 설정이 아니라 바로 무지했던 개인의 각성을 말하는 영화라는 점이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의 도움을 받아 'One'으로 눈을 뜨게되는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있었듯이 <브이 포 벤테타>에서는 브이의 도움을 받은 이비(나탈리 포트먼)가 있다. 그녀는 부모를 정부에 의해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제 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평범하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세뇌된 일반인이었다. 그것은 그 사회의 대부분 시민들의 모습처럼 정부의 방송언론 통제와 조작되고 왜곡된 정보들을 받아 눈가린채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이를 만나고 그의 도움을 받으면서 처음엔 그를 그저 반정부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었던 그녀지만, 결국 브이의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녀도 죽음을 두려워하지않는 신념을 갖게된다. 비록 과격한 방법이긴했지만 그 방법은 적어도 한 사람을 각성시키는데 성공한다. 












영화 내내 얼굴을 내비치지않는 휴고위빙의 연기력은 정말 대단하는 말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마치 가면 겉으로 그의 표정이 묻어나오는 듯한 제스쳐와 억양, 목소리 연기는 얼굴을 가린채라는, 배우에게는 최대의 구속을 채운채 영화의 주연을 연기하면서 그가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를 증명해낸다. 나탈리 포트만의 실제 삭발로도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는 이 두 주연배우의 명 연기로도 시나리오 이외의 가치를 더 높혀준다. 재미있게도, 워쇼스키 형제의 전작, <매트릭스>시리즈의 에이전트 스미스였던 휴고위빙은 자신을 자가 복제하여 매트릭스를 지배하는데에 실패했지만, <브이 포 벤데타>에서의 그, 즉 브이는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시민들에게 '복제'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정부가 국민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하는지 뿐만 아니라, 정부를 생각하는 국민들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본다. 정부가 국민들을 만들어가느냐, 아니면 국민들이 정부의 모습을 만들어가느냐는 비단 힘의 대결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되찾는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이 테러가 아닌, 권리임을 알아채는데까지는 개개인의 각성과 인식이 요구된다. 브이는 얼핏보면 개인의 복수로부터 시작된 테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 저변에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는 것을, 잘못된 국가와 정부를 바로잡기 위해선 한 영웅의 등장보다는 모든 시민들의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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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7/08 03: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7/09 10:24 #

    아무래도 원작 자체가 만화라 그런 소요들이 많죠 ㅎㅎ 그리고 사실 종교탄압에 대한했던 가이 포크스를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아이콘으로 바꾼것에는 조금 연계성이 부족하지않나 싶기도 하구요 ㅎㅎ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명확하고 강렬해서 한번 봐도 꽤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영화같아요 :)
  • 블랙 2012/07/08 09:41 # 답글

    독재자 샌들러로 나온 배우 존 허트는 공교롭게도 '1984'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왔었죠.
  • 레비 2012/07/09 10:25 #

    오 그랬군요 ! 몰랐던 사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ㅎ_ㅎ 진짜 공교롭네요 ㅎㅎ
  • 칼슈레이 2012/07/08 10:52 # 답글

    영화도 꽤 좋았지만 주제를 풀어나가는데있어서는 원작자 알렌 무어의 말이 맞다고생각합니다.
    영화버젼은 그의 원작이 지녔던 주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요. 그 정도로 원작의 완성도는 영화버젼을 압도하지요.
    영화버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버젼때문에 그 아나키스트 가이 포크스를 민중을 위한 행위를 한 인물로 사람들이 오해하게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가이 포크스는 그저 카톨릭과 성공회 편가르기 싸움에서 이용당했던 폭력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였을 뿐인데말이죠. 사실 그 폭약암살미수사건은 그리 깨끗한이유가 아닌 정치적 치청과 돈의 문제가 얽힌 최악의 스캔들이었을 뿐인데 영화에서는 참 좋게 포장했더군요. 만약 그 시도가 성공했다면 영국은 아마 유럽의 종교의 격전지이자 타국의 정치 이양문제의 장이라는 대혼돈에 빠져들어 대항해시대의 주역이 되지 못했으리라는 평가도 있지요.
    원작 그래픽 노블에서는 그렇게 민중의 영웅으로 브이를 포장하지 않고, 영웅으로서 가이 포크스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나키스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만 독자에게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라고 던져주었었어요. 영화와는 다르죠. 게다가 원작에서는 민중 또한 스스로 파시즘을 믿어 커지게 만든 주동자이자 이후 그 파시즘 수뇌부가 브이의 계략에의해 붕괴될때는 스스로 봉기를 일으켜 폭도가 됩니다. 민중의 정당한 시위가 아니라 폭도가 되요. 붕괴된 질서체제 하에서 상점을 털고 범죄를 저지르죠. 다만 브이는 이 시기에 대해 지금은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에 폭도처럼 변한 군중이지만 이 시기를 이겨내고 자아성찰을 한뒤에는 스스로를 깨닫고 인간이 지닌 본성에 따라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합니다. 즉 원작에서 민중은 영화처럼 철저한 희생자이자 평범한 영웅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주제에 있어서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다르달까요.
    뭐 그래도 영화버젼 도입부의 차이코프스키 노래의 축포부분을 건물 폭발음으로 대체한 멋진 장면과 말미에 브이가면을 쓴 민중들의 모습은 확실히 멋지기는 했어요. 감동도 있었구요. (멋드러진 칼싸움 장면은 좀 "정의를 위해 정당한 폭력을 사용하는 영웅"이라는 미국식 아이콘을 연상케해서 조금 그랬지만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영화도 수작이라 불릴만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상당히 매력적으로 잘 만들어졌으니 말이죠. 허나 원작은 수작이 아닌 걸작의 반열에 들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러니 아직 원작을 보지 못하셨다면 꼭 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 레비 2012/07/09 10:29 #

    저도 사실 가이포크스의 행적과 지금 이 영화의 메세지, 그리고 월가시위에 오기까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찝찝한 느낌이 있었어요. 원작 만화는본적이 없는데 약간 제 취향이 아니라 생각이 없었거든요 ㅎㅎ 꼭 추천해주시니 기회닿으면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 김켄 2012/07/08 10:44 # 답글

    이 영화 처음 봤을때 상당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예요, 수십번은 본 것 같네요 ㅋ
  • 레비 2012/07/09 10:31 #

    이 영화를 최고로 꼽는 분들이 꽤 많은것같아요 ㅎㅎ 그렇게 많이 보셨다니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 ㅎㅎ
  • liquid 2012/07/08 16:20 # 답글

    이 영화를보면서 휴고위빙의 브이와 매트릭ㄱ스의 스미스에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휴고위빙덕분에좋아하는영화가 되었죠ㅎ
  • 레비 2012/07/09 10:35 #

    ㅎㅎ 저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었군요 !! ㅋㅋ 매트릭스3에서의 복제하는 스미스와 이 영화에서 브이의 가면을 쓴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어요 ㅎㅎ 휴고위빙이 정말 뛰어난 배우라는걸 알게해준 영화였습니다 :)
  • 누누슴 2012/07/10 20:52 # 삭제 답글

    레비님 영화 추천도 받으시나요
  • 레비 2012/07/11 10:47 #

    물론이죠 :) 다만 지금도 추천받은 영화들이 밀려있어서 ^_ㅠ 추천받아도 빠른 시일내에 볼수 없을지도 몰라요 ㅎㅎ 언제든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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