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앤 프린세스, Princes Et Princesses, 1999 Flims










중고등학교, 한창 온갖 영화들을 닥치는대로 흡입하던 그 시절에 아름다운 포스터에 시선을 빼앗겨 찾아봤던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단 한번 보고 다시는 볼게 될 기회가 없었지만 간단한 타이틀과 내용 만큼이나 그 심플함이 주는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내 아이가 생기면 꼭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애니메이션 영화,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프랑스 애니메이터 미셸 오슬로 감독이 내놓은 60여분짜리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다. 일명 그림자 동화라고 표현한다면 좀 더 낭만적이겠다. 총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옴니버스로, 중간에 삽입된 1분짜리 센스있는 쉬는 시간도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재패니메이션이 아닌 유럽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떠올리면 일단 디즈니를 떠올리기 쉽다. 거기에 부상하고 있는 픽사의 선이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애니메이션들도 함께 연상될 것이다. 좀 더 독특한 영상으로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스톱모션 영상으로 만든 영국의 <윌레스와 그로밋>이나 <크리스마스의 악몽>같은 손으로 직접 하나씩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들의 어색함 속에서 동화적 순수를 느끼게 해준 영화들이 있었다. 이런 독특한 기법이라면 이 영화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이들과 한 맥락위에 놓아도 괜찮을것 같다.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이 인형극을 방불케하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들은, 그림자 인형들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찍은 장면들을 이어 만든 스탑모션 영상이다. 실루엣은 검은색뿐이지만 그 배경에 비추는 아름다운 그라데이션 후광과의 조화는 단순한 평면의 검정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스탑모션 영상이지만 그림자들의 움직임은 투박하지않고 부드러우며 섬세하다. 오직 조명과 실루엣만을 사용해 단순함속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냈다. 오히려 이런 빛을 이용한 색의 표현은,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111개의 다이아몬드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진짜' 빛을 발한다.










영화는 총 6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이어지지만 그 중심에는 매일 밤 자신들이 직접 투영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세 남녀의 대화가 있다. 그들은 제작할 애니메이션을 각 민족의 설화나 민담에서 따오기도하고 자신들이 공주나 왕자의 역을 하고 싶다는 원초적 의견에서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자료를 조사하기도 하고 직접 출력된 형상으로 변신하는 등, 애니메이션 사이사이의 이들의 행동들을 마치 한편한편의 제작 과정처럼 보여준다. 











첫번째 이야기인 목걸이를 모아 공주를 구하는 왕자의 이야기는 다소 뻔하고 진부했지만 두번째, 세번째로 갈수록 스토리는 그 '뻔함'에서 탈피해간다. 그래서 이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른들이 봐도 여전히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세번째 이야기인 '마녀의 성' 이나 다섯번째 이야기인 '잔인한 여왕과 조련사'는 흔한 동화의 결말을 뒤엎는 반전도 보여주며 그런 요소들은 마지막 여섯번째 이야기, '왕자와 공주'에서 절정을 이룬다. 왕자와 공주가 키스를 하면서 모습이 바뀐다는 고전적인 소재를 가져와 수백년간 동화에서 요구해온 왕자와 공주의 역할상을 풍자하듯 말하는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보고나면, 아름다운 영상과 소리가 만들어낸 이 영화의 신비로운 마력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독특한 촬영기법 영상만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끝내는 실험 영화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도 충분히 가치를 하는 매력적인 실루엣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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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자주빛 하늘 2012/06/10 23:35 # 답글

    좋은 영화 소개 감사드립니다. :)
  • 레비 2012/06/11 22:51 #

    별말씀을요 :)
  • 2012/06/11 00: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6/11 22:53 #

    알고계셨군요 :) ㅎㅎ 나무를 심은 사람은 처음듣네요 :D 찾아볼게요 ㅎㅎ 나이 먹어서 다시 봐도 참 아름다운 영상들이죠 ㅎ

    아 블랙스완은 아직 제대로 못보셨군요? ㅎㅎ 많이 무섭지는 않지만 조금 괴기한 분위기와 장면들이 있긴해요 ㅠ 그래도 워낙 볼만한 가치는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 HILL 2012/06/11 01:23 # 답글

    레비님 영화에 관한 포스팅들 읽다보면 부러워요. 세상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열정이 보여서ㅋ 잘 읽고 가요^^
  • 레비 2012/06/11 22:54 #

    핫. 칭찬 감사합니다 :) ㅎㅎ 부끄럽네요 ㅎㅎ
  • 2012/06/11 01: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6/11 22:55 #

    저도 포스터가 먼저 인상적이었던 영화예요 :) 지금 20대인 분들에겐 아무래도 10대때의 영화이다보니 보기 쉽지않았을텐데 포스터나 장면장면이 예뻐서 한번 보면 다들 기억하시는것 같아요 ㅎ 기회되면 꼭 보시길 바래요 ^_^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생각할거리도 없고, 편하게 60분 아름다운 영상들을 감상하고 나면 참 좋은 영화예요. ㅎ
  • 2012/06/11 13: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6/11 22:57 #

    ㅎㅎ 저도 이번 기회에 굉장히 오랫만에 봤어요 :) 확실히 오래되었죠 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기억이 이상하리만큼 생생한 영화에요 ㅎㅎ 딱히 임팩트 있는 장면도 없었는데 말이예요 ?ㅋㅋ 네, 제가 이번에 본건 자막판이었습니다 :) 대사는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 나온것같아요 :)
  • 2012/06/11 22: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6/11 23:02 #

    약간 무서운 느낌이라니 신선한데요? ㅎㅎ 그러고보니 오늘은 두 글이 연속으로 메인에 갔네요 ^_^;; 이런일이..; 칭찬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가워요 :) 제 130번째 링크 이웃분이되셨군요 ! 감사합니다 ㅎㅎ

    비공개님 닉네임이 굉장히 낯이 익어요. 밸리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음. 그런데 이글루 들어가보니 제가 처음 뵙는 분인것 같기도하네요 :)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D
  • 2012/06/12 18: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6/13 03:10 #

    앗 이런 이글루 계정이..ㅋㅋ 좋게 읽어줘서 고마워 :)
  • 누누슴 2012/06/21 23:23 # 삭제 답글

    이 영화는 아빠랑 동생이랑 같이 극장에서 봤는데
    중간 쉬는 시간 1분이라는 자막이 뜨니까 아빠가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냐고 하시던 기억이... ㅋㅋㅋ
    그때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이 영화가 나왔었던 기억도 나네요...
    아 근데 워낙 어릴적이라 자세힌 기억이...ㅠㅠㅠ
  • 레비 2012/06/22 15:34 #

    극장에서 보셨군요 ㅎ 쉬는시간 자막을 보고 저도 꽤 신기했어요 ㅋㅋ 확실히 어릴때긴하죠 ㅠㅠ 저도 그 당시 저 강렬했던 포스터가 기억이 나거 이렇게 다시 찾아보게됬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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