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에, Amelie Of Montmartre, 2001 Flims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오드리 토투에게서 아멜리에의 얼굴을 본다. 아멜리에가 곧 그녀이고, 둘이 동의어가 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데뷔 2년 만에 그녀는 감독 장 피에르 주네를 만나 영화 <아멜리에>로 세계적 스타가 됨과 동시에 이 영화를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 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룬, 데이빗 핀처의 뒤를 이어 <에일리언 4>의 감독이었던 장 피에르 주네의 다음 작품이었던 이 영화는 오드리 토투 뿐만 아니라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에 마저 유명세를 안겼다. 그녀가 일하던 영화 속 카페는 아직도 유명한 관광명소로 현지에 남아있다고 한다. 유럽 저예산 영화치고 국내 흥행성적도 아주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학창 시절이었지만 그 당시에 유행처럼 번졌던 오드리 토투만의 깜찍한 표정의 포스터는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아멜리에>는 수채화 같은 따듯한 색감으로 프랑스 거리를 예쁘고 인상적인 소품들과 함께 채운, 몽마르뜨 언덕으로부터 날아온 엽서같은 영화다. 소품과 의상, 배경으로부터 유독 녹색이 눈에 많이 띄는 이 영화는 아멜리 뿔랑(오드리 토투)의 어린시절을 오프닝에서부터 빠르게 훑는다. 그녀의 평범치않은 부모와 가정환경, 그리고 자라온 일대기를 감독은 나레이션과 함께 97년 현재까지 이끈다. 그녀가 일하는 몽마르뜨 카페의 캐릭터들도 함께 소개된다. 아멜리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특징적이고 독특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들도 별반 다를게 없다. 다만 우리는 우리를 누군가에게 처음 소개하는 과정에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우리도 모두 아멜리와 그녀의 친구들 같은 습관이나 버릇들을 가지고 있다. 나레이션은 이렇게 아멜리 주위 사람들의 특징들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준비한다. 아멜리는 우연히 화장실에서 발견한, 50년간 숨겨져 있던 누군가의 보물상자를 그 주인에게 찾아 돌려주는 것으로 그녀의 삶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 늙은 남자의 반응을 '관찰'하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행복을 주었음에 기뻐한다. 이후 그녀는 행복을 뿌리기로 결심한양, 길을 건너는 맹인의 기쁨이 되어주고, 루시엥을 위해 꼴리뇽에게 대신 복수를 하는 등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데에서 기쁨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엔 아멜리가 기쁨을 선사할 만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준비되어'있다. 단절된 생활을 하는 화가 듀파엘, 정신적으로 모자란 야채가게 청년 루시엥, 늘 어딘가가 아픈 담배가게의 조제트, 남자로부터의 아픈 과거와 함께 얻은 상처인 다리를 저는 수잔, 성공하지 못한 삼류작가 히폴리토, 바람나 달아난 뒤 그곳에서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집 주인 마들렌까지. 아멜리 뿔랑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녀는 서서히 공허함을 느낀다.












영화에는 TV가 꽤 중요한 소재로 여러번 쓰인다. 영화 속 TV 프로들은 당연히 극중 아멜리의 상황과 심리를 반영한 은유다. 코믹한 요소로도 쓰이는 이 TV장면들 속에는 아멜리 본인이 등장하기도 하면서 그녀의 심정변화를 시사한다. 바로 주위 이들에게 헌신적으로 노력해 기쁨을 나눠주지만 정작 그녀 자신의 행복과 사랑은 찾지 못하는데서 오는 공허함과 근본적 고독이 그것이다. 여기서 그녀의 태생적 고독을 생각하며, 영화 초반부를 다시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오프닝 씬에서부터 줄곧 등장한 어린 아멜리의 '혼자 놀기 시리즈'나 그녀의 불우했던 유년기는, 성인이 된 아멜리의 표정에선 더이상 읽기 어렵다. 그녀의 다양한 표정과 그 귀여운 미소가, 그녀가 부모로부터 정상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우정이나 사랑도 느끼지 못한채 성장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멜리는 사실 영화 속 그 누구 못지않게 고독하다. 그녀 역시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여타 다른 캐릭터들과 다를바 없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사랑의 전도사가 된 아멜리를 볼 수 있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는 서툴고 소심하며 망설인다. TV에 비친 자기 자신을 보며 그녀는 슬픔을 느끼지만 여전히 니노(마티유 카소비츠)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그렇게 뛰어다녔던 그녀답지 않은 모습이다. 











영화 속에는 르누아르의 그림, <뱃놀이 일행의 점심식사(Lucheon of the Boating Party)> 가 등장한다. 바로 아멜리의 이웃이자 집에 틀어박혀 혼자만의 삶을 살던 늙은 화가 듀파엘이 그리는 모작이다. 듀파엘이 20년 동안 매년 1점씩 같은 그림을 그리는 이 르누아르의 그림 속에는 그가 이해하기 힘든 표정의 한 여인이 있다. 바로 중앙에 위치해 물 잔을 쥐고 있는 여인이다. 점심 파티를 묘사한 이 그림속에서, 이 여인만은 주위의 많은 인물들과 누구와도 대화나 교감이나 혹은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이 그림 속 여인은 아멜리를 상징한다. 군중속의 고독. 그래서 아멜리 뽈랑의 캐릭터의 본질은 사실 밝고 명랑하지 않다. 그녀는 자신의 고독을 타인의 기쁨을 보며 얻는 즐거움으로 대신 메꾸려 했지만 한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맞은편 집의 그녀를 몰래 관찰해오던 듀파엘은 이내 이것을 간파한다. 아멜리로 하여금 이 그림속 여인의 표정을 돌려 묻지만, 아멜리 역시 알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답을 회피한다. 듀파엘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멜리를 안타까워하며 그래서 그녀가 마지막 순간에 니노를 향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아멜리가 무조건적으로 베풀기만 하면서 자기 자신의 행복은 찾지 못하는 그런 어리석은 여인은 아니다. 영화는 타인의 행복보다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라고 말하고 있진 않다. 왜냐하면 타인의 고독과 불행을 감싸주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고받는 피드백, 즉 교감이 영화에는 무척 따듯하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상처와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서로가 보듬어 줄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녀 역시 그들의 삶에 끼어들면서, 영화는 고독한 사람들도 서로 나누면 그 불행을 덜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그녀가 찾은 사랑 역시 그녀와 닮은 '고독한' 인물이다.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는 니노는 아멜리와 닮았다. 그 둘은 한번도 제대로 만나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이미 여러번 스쳤고 서로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배웠다. 그래서 마침내 만났을때 그들이 더이상의 말 한마디 필요없이 사랑을 나누는 것은 서로의 그간의 고독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대중속의 고독은 그래서 아멜리라는, 밝고 명랑해 보이는 캐릭터로 표현된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오드리 토투가 연기하는 아멜리라는 캐릭터가 저런 외로운 캐릭터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데이비스 리스먼의 이론까지 들고오지 않더라도, 이런 다수속에서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은듯' 살고 있는 고독들은 그래서 실제로도 섬세한 관심과 교감 없이는 파악하기 힘들다. 마치 아멜리가 그랬듯이, 일견 행복해보이지만 진정 마음속 깊은 곳은 채워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불행하게 죽은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의 실화가 영화 속에 묻어있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페이스북 친구가 300명이 넘어가는 한 친구에게서, 진정 필요할 때 달려와줄 친구는 없더라는 한탄을 들어본 적이 있다. 늘 그의 넓은 인맥을 부러워했던 나였던지라 그때 당시는 그 말을 가진 자의 배부른 푸념으로 치부해버렸었다. 하지만 주위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인간은 누구나 고독을 느끼기 마련이다. 다만 그 고독을 달래기 위해 또 다른 고독한 자들과 소통하고, 느끼고, 함께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영화 <아멜리에>는 아멜리 뽈랑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져와 몽마르뜨 언덕에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덧글

  • 2012/06/01 17: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6/01 18:08 #

    네 :) 한편의 동화같은 영화죠 정말. ㅎ 색감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요. 배경도 그렇지만 역시 아멜리라는 캐릭터 때문에 그녀가 고독하다는걸 바로 알아채기 힘들어요. 오드리 토투는 영화속에서 외로운 표정을 잘 짓지 않거든요. ㅎㅎ 장기하의 노래는 잘 못들어봐서, 그 제목은 처음 듣네요 :) 하지만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 걸요 뭐 ㅎㅎ 현대인은 모두 고독하다는 말이, 우리 모두에도 비슷한가 봅니다.

    프랑스어에는 무지한 저는, 영화 원제를 보고 과연 '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 'Amelie Of Montmartre' 일까 ??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봤더랬어요 ㅎㅎ 그러다보니 비공개님이 자연스럽게 생각 났었네요 :) 그러고보니 다음에 리뷰할 영화도 프랑스 영화가 될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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