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모든 것, Todo Sobre Mi Madre, 1999 Flims











임수정 주연의 한국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이번 주중에 개봉했나보다.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는 사실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월요일을 맞이하려하는 일요일 저녁의 영화로 이와이 슌지의 그 잔혹동화는 그닥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보게된 영화는 전부터 봐야지해놓고 정작 미루고있던 영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었다. 이 스페인의 거장은 자신의 영화들 속에 동성애, 성적욕망, 죽음, 마약 등의 소재들을 아낌없이 뿌려서 그 파격속에서 할 말을 해왔던 감독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과 초반부에서부터 그점을 잠시 잊은 나는, 따듯한 모성애를 아들 에스테반(엘로이 아조린)과 그의 어머니 마누엘라(세실리아 로즈)와의 훈훈한 관계 속에서 말하려나보다 싶었다. 하지만 주인공인줄 알았던 아들 에스테반이 영화 시작 10분만에 죽고나자, 영화에서 마누엘라를 '어머니'라고 부를 사람이 없어져버렸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라길래 아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려는 줄 알았던 나는 이렇게 한번 감독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이 영화에는 많은 여성 캐릭터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사실 제대로 된 남자는 아들 에스테반이 전부다.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해 바르셀로나로 향한 어머니, 마누엘라. 그리고 그곳에서 재회한 자신의 옛 친구이자 트렌스젠더 매춘부, 아그라도(안토니아 산 후안). 아들 에스테반이 싸인을 받으러 뛰어가다 사고를 당한 원인이 된 레즈비언 배우, 우마(마리사 페레데스). 그리고 그녀의 연기 파트너이자 전부인 마약중독 여배우, 니나. 에이즈 판정을 받은 임신한 수녀, 로사(페넬로페 크루즈). 그리고 마누엘라가 아들을 임신하고 달아나게 만든 전 남편이자, 로사를 임신시켜 에이즈를 갖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 여장남자, 롤라. 자신의 딸인 로사가 남기고 간 아기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로사의 어머니(로사 마리아 사르다)까지. 우여곡절 많고 독특한 여자들과 여자가 된 남자들로 이 영화는 가득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뮤즈...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페넬로페 크루즈의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한편 반갑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헐리우드로 가기 전, 페드로와 찍은 영화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하곤한다.














영화에서 말하는 '어머니'는 마누엘라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아들은 죽고 없다. 아들의 심장은 이식되었지만 찾아간 그곳에서 아들의 심장은 그저 타인의 삶을 연장하는 기관일 뿐이었다. 실망감에 자신이 몸담고있던 장기이식센터를 떠난 그녀는 아들이 살아생전 궁금해했던 아버지의 존재, 여장남자가 되어버린 전 남편 롤라를 찾아 바르셀로나로 간다. 그래서 이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어머니의 발자취를 쫒는 아들의 여정이 아니라 어머니 본인의 여정이 된다. 아들을 대신해, 도망쳐나온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러 떠난 그 길위에서 그녀는 위에 열거한 많은 여성들을 만난다. 특히 자신의 전남편, 즉 같은 남자와의 관계로 아이를 가진 처지의 로사에게 자매와도 같은 보살핌과 동정심으로 에이즈 보균자가 된 그녀의 출산을 돕는다. 영화는 이처럼 평범한 드라마에서와 같은 '상식적'인 관계들이 별로 없다. 그 두 여자의 친구는 미완성적인 수술을 거쳐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있지만 가슴도 나온 트렌스젠더 매춘부이고, 마누엘라가 동경하는 그녀의 젊은날의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기하는 우마 역시 니나의 마약사실을 숨기려고 전전긍긍한다. 수녀가 여장남자로부터 임신을 하고 에이즈에 걸리는 이런 충격적인 설정들을 동성애자 감독이 만든 영화라 더욱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걸까. 알모도바르의 다른 영화들도 보고싶게 되었다.











이 영화에는 다른 오래된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가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 아들 에스테반과 마누엘라가 함께 보는 TV영화 제목은 <이브의 모든 것>이다. 마를린 먼로가 출연하기도 했던 이 1950년작은 인기와 명성에 대한 한 여성의 욕망이 주제다. 하지만 그녀에게 나타나는건 또 다른 라이벌의 등장. 그래서 이 흑백 영화 장면을 초반에 보여주는 까닭은, 이것이 중반부에 니나의 자리를 본의아니게 대신하게 된 마누엘라와 겹쳐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외에도 영화 내내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주효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여성을 통해 전통에 억압된 성과 정신분열을 그린 이 연극은 이 연극에 등장하는 우마 역에 대한 은유다. 레즈비언인 그녀는 니나에게 매달리지만 결국 영화 마지막 장면에선 니나와 결별하고 혼자 새로운 연극을 준비하러 올라간다. 그녀의 그 오래된 연극을 물리치고 새로운 연기를 하게된 우마의 행동을 통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등장하는 우마의 역, 블랑시처럼 억압된 삶을 살던 우마도 새로운 삶을 찾아 나아가게 된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암시한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희망의 메세지는 역시 '어머니' 마누엘라의 몫이다. 로사가 죽음으로서 남기고 간 아기 에스테반 (영화에선 세명의 에스테반이 등장한다. 여장남자 전남편 '롤라'도 에스테반이었고, 그 이름을 따 마누엘라가 아들에게 붙인 이름도 '에스테반'이며, 로사의 아기 이름도 '에스테반'이라고 짓는다.) 을 로사의 집안에서 자신의 아기로 로사의 아버지로부터 속여 키우다가 결국 참다못해 떠난다. 그리고 2년뒤 아기 에스테반은 기적적으로 에이즈 음성반응을 받고, 마누엘라는 이젠 자신의 아기가 된 에스테반을 데리고 돌아와 우마, 아그라도와 재회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고 불행한 삶을 사는 여자 마누엘라지만, 감독은 아기 에스테반을 통해 분명한 희망의 메세지를 담는다. 단순히 영화에서 말하는 마누엘라의 모성애는 비단 아기에게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생처럼 여기고 보살폈던 로사를 대하면서도 발현된다. 그리고 약물중독인 니나를 돌보면서도, 남자에게 얻어맞고 있는 아그라도를 구하고 치료하면서도, 아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정을 느끼고 찾아온 우마를 대하면서도 마누엘라의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움과 따듯한 감정이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그래서 다양한 여성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등장하는 영화지만, 이 모든 여성들을 포괄하는 모성애를 발휘하는건 바로 마누엘라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머니'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게 아닐까. 결국 내가 영화 초반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그것, 바로 아들 에스테반은 죽어 어머니의 모든 것을 듣진 못했다는 사실은, 영화 후반 아기 에스테반으로 옮겨간다. 로사는 출산전, 마누엘라에게 자신이 잘못되면 훗날 아기에게 숨김없이 다 말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마누엘라는 아들 에스테반이 다 성장할때까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숨기다가 말해주겠다고 결심한 날 아들을 잃었다. 영화는 끝나지만 마누엘라는 로사의 아기 에스테반에게 훗날 이 모든 것을 이야기 할 것이고, 그제서야 그것이 바로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영화는 불행한 삶 속의 희망의 메세지임과 동시에 이 시대의 모든 자애로운 어머니들을 말하고 있다. 아들 에스테반이 "절 위해 몸이라도 팔 수 있어요?" 라고 물었을때 "지금까지 널 위해 뭐든 해왔다."라는 마누엘라의 답처럼 말이다.










영화 맨 마지막에 감독은 자막을 통해 다른 여배우들과 어머니가 되고자하는 여자들, 여자가 되고픈 남자들과 더불어 바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고 했다. 영화를 다 보고 포스팅을 하고잘까 말까를 고민해보다 책상달력을 보니 내일이 어머니 생신이다. 음력으로 지내서 매년 당일 아침쯤에 부랴부랴 알아채기 일쑤였던 어머니의 생신을, 올해는 비록 몇시간 전에라도 미리 알게되서 다행이다. 마누엘라같은 배우는 아니지만 화가이시기 때문에 미적감각이 나보다 월등히 탁월하신 어머니께 어울릴만한 선물이 과연 뭐가 있을지. 내일 오후, 집에 오는 길에 한동안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것만 같다.

















덧글

  • 훌리안카락스 2012/05/21 11:42 # 답글

    이 영화 꽤 골치는 영화였는데 ㅋㅋㅋㅋㅋ DVD를 선물받았는데 누굴 빌려줬는데 안갖다주네요. 스페인 감독들은 색감도 열정적이죠 ㅋ 그런데서 꽤 충격을 받았던 영화로 기억.
  • 레비 2012/05/22 20:52 #

    이 영화에도 유독 붉은색감이 많이 드러나는것 같아요 :) 포스터부터 시작해서 군데군데 여성들의 옷등에서요 ㅎ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보고싶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
  • 2012/05/22 01: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5/22 20:54 #

    ㅋㅋ 릴리슈슈는 그냥 제목때문에 연상되었어요 ㅎ O.S.T도 참 좋은 영화였죠 :) 포스팅을 하려다가 몇번이고 포기한 영화이기도해요 ㅠㅠㅋㅋ 손에 잘 잡히는 영화도 아니라서..ㅠ

    감사합니다 :) 어머니께 축하드려야겠어요 :)
  • 아가미 2012/05/24 09:28 # 답글

    알모도바르 참 색깔 잘쓰기로 대단해요. 특히 원색! 미장센도 굉장히 좋다그러고! 이거 결국보셨네, 주로 욕망에 관한걸 많이 다뤄요 대부분. 그 뭐더라 그녀에게로 시작하는게 괜찮은 편인데, 다른 영화중에서는 '귀향'이 제일 좋아요. 알모도바르 영화중에서 내어머니의 모든것 다음으로 좋아해요. 귀향은 첨 봤을 땐 살짝 내용이 충격적이라해야되나, 시나리오 참 잘썼다 생각했는데.

    근데 1991년작인 네어머니의 모든 것 이전에 그니까 90년대 이전 작품들은 좀 포르노같다 해야되나. 그닥 흥미를 안끌어서 제대로 본게 없네요. 마타도르가 괜찮다해서 구했으나 자막도 없고ㅋㅋㅋ
  • 레비 2012/05/24 18:31 #

    내게 알모도바르를 추천해준 사람이 여기에 ! :)
    색깔도 나중에 보면서 알았는데 이미 포스터에서부터 꾸준히 붉은 색채를 사용하더라구. ㅎ 귀향이랑 이거 둘다 구해놓고 보려고 벼르고이었는데 결국 이것부터 :)
    시놉시스들만 대충 읽어도 보고픈게 많더라구. 오히려 가장 최근작, <내가 사는 피부>가 제일 기대 안되던데 ㅋ
  • 아가미 2012/05/24 18:42 #

    저 내가사는 피부안봤어요 아직. 포르노같다고 느낀게 80년대껀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페넬로페크루즈는 귀향에서 제일 괜찮은거 같애요 뭔가 물올랐다그래야하나ㅋㅋㅋ 근데 '네'어머니로 오타댓글달아놨네ㅠㅠ.
  • 아가미 2012/05/24 18:46 #

    아 그리고 여기서는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가 주로 나오듯이 영화마다 있어요, 그녀에게에서는 무용공연이라던가 그가 작아졌어욬ㅋㅋㅋ같은 무성영화라던가. 브로큰임브레이스에서는 코미디영화라던가, 투우경기라던가. 영화속에 볼거리들이 참 많으니까 오히려 그 안에 있는 것도 더 보고싶다고 생각해욬ㅋㅋㅋ
    교수님이 스페인영화 뭐뭐봤냐해서 알모도바르꺼 읊어드렸더니 너 알모도바르좋아하냐며 흥분하시던거 생각나네ㅠㅠ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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