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 Contact, 1997 Flims













며칠전 뉴스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앞으로 교과서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읽었다. 교과서 업체 7군데 중 세군데에서 앞으로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빼버린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공대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그래도 과학의 한 분야를 전공으로 삼고있으며, 오랫동안 무교인의 입장에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아왔던 나였지만 다른 주변 친구들처럼 제일 먼저 무조건적으로 욕이 나온건 아니었다. 물론 특정 종교의 외압이나, 혹은 진화론이 정설이냐 아니냐의 그 끊임없는 논란들이 이유가 되었겠지만. 나는 과학 역시 하나의 종교라고 보는 사람이다. 이것은 종교가 과학의 상위 개념이라는 뜻이 아니며, 과학과 종교를 둘 다 믿는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싶은 것도 아니다. 'science'를 'christianity'나 'buddhism'과 나란히 놓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종교와 과학을 거대 두 카테고리로 양분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은 종교의 한 형태이며 종교 역시 과학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둘 사이의 경계는 대중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모호하다는 것이 내 견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둘을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으려하질 못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둘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모두 어떠한 것에 대한 믿음이고, 진리를 추구하며, 인간의 지적 정신세계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처음 본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 내게 <양들의 침묵>보다 먼저 조디 포스터를 처음 알려주었고, 한동안 SF영화들에 빠져들게끔 만든 영화, <콘택트>다.











과학자의 텍스트로 만들어진 영화라곤 하지만 이 영화<콘택트>는 무조건적으로 과학의 편을 들어주진 않는다. 애로웨이 박사(조디 포스터)의 잃어버린 18시간이 사실인 것 처럼 암시하는 위원회원의 대사가 영화 말미에 여운을 남기고 대중들의 지지를 통해 그녀의 경험이 비록 증명될 순 없었지만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종교를 대변하는 조스(매튜 맥커너히)의 대사처럼, 인류의 95%이 각자 나름의 절대자를 가지고 있는데 신을 믿지않는 사람이 한 사람이 전 인류의 대표로 선정될 순 없었다. 이 장면에서 나는 이 영화가 가진 포용력에 감탄했다. 영화는 과학이든 종교든, 뭐가 옳고 그르다는 것엔 사실 관심이 없다. 앨로웨이가 만난 아버지의 환영이 정말 베가성의 외계인이든 아니든, 그리고 그녀의 경험이 진실로 밝혀지든 인정되어지지 않든간에 영화의 진짜 메세지는 후반부 어설픈 CG로 보여준 외계기술로 만든 웜홀 기계가 아니라, 애로웨이가 그 한명의 인류 대표자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우주로부터 온 첫 메세지가 하필 히틀러의 영상이라는데 불쾌함을 표하는 정부관료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외계인은 비우호적일 것이라는 편견, 그리고 애로웨이의 발견 성과들을 자신의 출세에 이용하기 위해 족족 포장하고 빼앗아가는 드럼린(톰 스커릿)의 모습 등, 애로웨이가 과학자로서의 신념만을 지키기엔 세상에 놓인 장애물들이 너무 많다. 물론 헤든(존 허트)이라는 든든한 후원자의 존재덕에 그녀는 극적인 상황에서 여러번 돌파구를 찾지만, 이 역시 그녀가 연구와 발견에 대한 순수한 목적을 그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적 가치들보다 언제나 우선시했기에 찾아온 행운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주인공 앞에 놓인 영화 속 세속적 장애물들은 많은 영화들 속에서 주인공을 좌절시키거나 변질시키려 덤벼들지만 <콘택트>에서의 애로웨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같아 보일 만큼 한 길만을 바라보고 나아간다. 자신의 성과가 가로채이고 그녀를 믿지않는 사람들과 마주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정공법으로 대항하고 타협하지 않는다. 외계생명체의 존재유무나 인류의 미래같은 거창한 SF적 요소들은, 사실 이 영화를 SF영화로 쉽게 분류하고 본 관객들을 실망시킬 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사실 지구 밖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밖에서 날아온 픽션을 매개로 삼아 우리안의 인간사회를 말한다. 











조디 포스터. 그녀의 행보는 태어나면서부터 배우를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실패를 모르고 꾸준히 성장해 나간 아역배우의 일대기를 보는 듯하다. 3살 때, TV광고에 출연하고 이후 TV드라마 등에서 얼굴을 비추다 8세에 첫 영화를 찍었고, 15살 처음 미국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고 같은 해 영국 아카데미로부터 여우조연상을 받는다. 27살, 영화 <피고인>으로 골든글로브와 미국 아카데미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거머쥔다. 30살 자신의 첫 감독 데뷔작을 완성하고, 31살, <양들의 침묵>으로 다시한번 골든글로브와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쓸어담는다. 그녀의 이 화려한 경력에 비해 최근 몇년사이엔 굵직굵직한 소식은 비록 없지만, 자신의 영화사를 설립하고 꾸준히 영화출연을 하고있는 등 올해 51세의 이 노련한 여배우는 계속 진행형이다. 5세에 TV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93년생 다코타 패닝이 제2의 조디 포스터라 불리며 끊임없이 비교되어 온 것은 이래서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92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소설 <콘택트>는 <코스모스>로 유명한 그가 인생에서 저술했던 유일한 '픽션'이다. 그의 공로는 학자로서의 업적뿐만 아니라, 그 무엇보다도 6억명의 전세계 시청자가 첫 회를 봤다던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로서의 "과학의 대중화" 라는건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진부한 이야기이다. 그로인해 유명세와 쇼맨십에 강한 과학자라는 비난도 받긴했지만, 그의 저서 <코스모스>는 아직도 그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97년 영화 <콘택트>는 그런 칼 세이건의 소설을 텍스트삼아 만든 영화다. 하지만 생전에 외계인의 존재에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며 SETI(외계지성체탐색)프로젝트의 중추적인 존재로 참여했었던 칼은, 자신이 꿈꾸던 외계지적생명체와의 인류의 만남, 바로 그 Contact의 장면을 영화에서나마도 보지못하고 영화 개봉 1년전에 사망했다. 이 영화의 엔딩장면 직후 나오는 For Carl 이라는 문구는 그렇게 삽입되었다.












영화 <콘택트>와 칼 세이건의 철학은 이렇게 때문에 따로 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칼은 NASA의 프로젝트에도 다수 참여했으며 특히 70년대 초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 인류의 메세지를 담은 알루미늄 판을 담아보내는 계획을 제안한다. 그 판에는 다른 여러 정보들과 함께 한쌍의 인간 남녀가 그려져있는데, 당시 화가였던 칼의 부인의 그림이라고 한다. 수신자가 누가 될지, 어떤 외계생명체가 받아보고 과연 해석할 수 있을지 알 순 없어도 외계로부터 오는 막연한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그것은 영화 속 애로웨이의 꿈과 닮아있다. 영화 속 애로웨이 박사가 그런 칼 세이건의 인생과 닮은 점이 있다면, 이 영화 전체에 흐르는 두개의 플롯, 즉 과학과 종교라는 민감하고도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는 이 화두는 그의 또 다른 철학을 대변한다. 그는 많은 대중적 과학자들이 자주 사는 오해처럼, 종교를 미신으로 치부하는 열렬한 과학신봉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종교를 인정하되, 과학 또한 가지고있는 못지않은 그 신비함 역시 종교가 인정해주길 바랬다. 그래서 이 영화속의 과학과 종교는 대립하며 끝나지 않는다. 애로웨이와 조스 사이의 사랑과 갈등의 감정으로 표현되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지만 인류가 모르는 어떤 미지에 대한 그 근본적 호기심과 지적욕구라는 공통적인 화두를 가지고 닮아있음을 받아들인다. 위원회는 애로웨이의 18시간을 '상식선에서' 인정하지 않으려했지만, 첫 외계신호를 접했을 때 그것을 종교와 극단적으로 결부지었던 대중들의 반응이 애로웨이를 믿고 지지하는 듯한 제스쳐가 되어 그녀에게 되돌아온 것 역시 칼이 바라고 꿈꾸는 이상적인 과학과 종교의 모습일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단연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이다" 이다. 우주의 광활함에 대한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위트있게 표현한 이 대사는 칼 세이건의 희망이자, 우주에 독보적인 존재일 것이라 믿는 인류의 오만함을 경계한다. 우리는 외계인을 떠올리면서 여전히 타원형 머리에 아몬드 박힌듯한 큰 눈, 초록색 피부에 물갈퀴같은 손가락들을 연상한다. 영화는 영상매체들의 선두에 서서, 96년 팀 버튼의 <화성침공>부터 <인디펜던스 데이>를 거쳐, 2011년 <월드 인베이전>에 이르기까지 외계생명체를 주로 공포의 이미지로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스필버그의 저 유명한 <E.T.> 와 가깝다. 그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류와의 교감, 그 contact의 순간을 죽은 아빠의 형상으로 나타난 친절한 외계인을 등장시켜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 베가성에서의 애로웨이의 포옹장면은 E.T에서의 손가락 씬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빠의 모습으로 앨로웨이 앞에 나타난 외계인은 정말 저 너머의 우리와 다른 존재의 가능성만을 시사한다곤 생각하기 어렵다. 그것은 어린 앨로웨이에게 평생의 꿈을 심어주었던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기도 하지만, 그녀로 하여금 그곳까지 오게 만든 신념과도 같은 상징이다. 그래서 몇억광년을 날아간 앨로웨이 앞에 나타난 것은, <맨인블랙>에서 몇번이고 봤을법한 그런 모습이 아니라 바로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아빠의 모습을 하고 있던게 아닐까. 지구에서 시작된 음악 '소리' 들이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과거의 음성들 (들어보면 히틀러의 연설도 있고 스파이스 걸스의 오래된 유행곡들도 들린다)을 지나 우주로 퍼져나가지만 결국 끝없어 보이는 우주가 어린 앨로웨이의 눈동자 속으로 수렴하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은, 거대한 우주와 한 작은 인간의 매칭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우주는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신비로 남아있지만 그 거대한 레이더를 우주로 향하기전에 우리 내면으로 향해볼 것을 종교와 과학이라는 두 가볍지않은 소재를 가져와 이 영화는 제안하고 있다. 종교와 과학이 함께 향해야하는 곳은 저 먼 우주의 베가성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속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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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5/20 22: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5/21 02:48 #

    칭찬 감사합니다 :)
    올드한 영화들이라도 꽤 괜찮았던 영화들을 골라보려고 노력하고있어요 :D
  • 2012/05/21 03: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5/21 07:37 #

    앗 그런 우연이 +_+ 신기하네요.. 최근에 쉽게 다시 보게되기 어려운 영화인데말이예요. ㅋㅋ 칭찬 감사합니다 :)
  • 넘 잼나요 2012/06/02 02:09 # 삭제 답글

    와우~ 방금 티비에서 해줘서 봤는데 이 글을 통해 다시한번 보니 더 이해가 잘되네요. 감사합니다
  • 두근두근 2012/06/02 02:21 # 삭제 답글

    저도 방금 티비에서 해주는 영화보고,여운이남아서 이렇게 검색중 이글을 보았습니다~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덕분에 영화를 다시한번 이해하게되는것같아요~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 2012/06/02 02: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바울 2012/06/02 05:04 # 삭제 답글

    결과적으로 말하면, 종교와 과학은 양립 못합니다...
    어차피 과학은 사실 그대로의 실증적인것을,
    종교는 계속 이상주의의 비현실적인것을 주장하기 때문이겠죠...
    누구는 기도하고 나오면서 사고사 당하는 동료를 보며, 신이 어딨냐 그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기도를 하니 그 사고에서 죽음을 면했고, 이건 신이 보살핀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만큼 종교라는것, 특히 개신교의 신앙일체는 귀에걸면 귀고리 ,코에걸면 코걸이가 되는
    뫼비우스의 띠와같은 순환을 가집니다..
    오늘본 그 콘택트라는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개신교적 관점에서 비현실적으로 과학을 억지로 붙여놓은듯한 착각을 줍니다..
    사실, 개신교도들이 주장하는게 세상 95프로가 신을 믿는다 이지만, 사실은 거짓말이죠..
    새빨간 거짓말이죠..신을 믿는 사람들은 45프로 정도 됩니다..
    이 감독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새빨간 거짓자료를 들고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개신교 특유의 배타적인 무자비함을 이 영화에서도 보여줍니다..
    그 45프로 중에도 실제적인 신앙인들은 거의 20프로 정도이고, 이것도 무슬림과 기독교인으로 나눠있죠..
    불교나 힌두교등 다른 외타적 종교인들은 신을 믿는건 아니죠..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무신론자들이 세계인구분포도를 보면 대부분이죠..
    미국에서조차 신앙인보다 무신론자들이 훨신 많습니다..
    개신교 국가인 미국에서조차 그럴진데, 95프로라는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죠..
    이 거짓 정보를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어가죠...
    그러면서 개신교도가 아니면,
    당신은 절대 주류세계로 들어오지 못한다라는 협박성 멘트도 날립니다..
    아주 불쾌한 영화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엔 아버지형상을 보이는 외계인을 내세우지만,
    이것도 그 개신교도애인이 말한 그 아버지 사랑에 대한 오버랩을 줍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해답없는 결론으로 자막이 올라갑니다..
    사실, 그 외계인 분에선 정말 외계인다운 모습을 보였으면 했습니다...
    마치 전능한 존재물로서 외계인을 형상화함으로
    이 영화가 무슨 비과학적인 종교신앙체를 보여주는듯한 느낌도 들엇습니다..
    간략하게 결론 내겟습니다..
    하나님 나도 절대적이진 않더라도 믿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하나님을 권력적인 구속물로서
    과학이라는 장르에까지 관여해서 모든것을 판단하는것에는 정말 구역질나도록 혐오스러웠습니다..
  • 어양이 2012/06/02 20:43 # 삭제

    님 말에 저도 어느정도 공감했습니다.
    어제 밤 이 영화를 봤는데 진짜 좋고 감명깊은 영화였어요
    저는 바울님처럼 종교와 과학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고 보긴했지만
    신을 믿지 않아서 너를 뽑을수가 없다라는 장면은 정말 공감이 안됐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진짜 감동적이었고 좋은 영화였어요
    특히 그 맨날 실적 가로채는 아저씨가 뽑혀가지고 앨로웨이한테 이런게 세상이라고 할 때
    앨로웨이가 세상은 사람들이 만들어나간다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그런 나쁜 사람들이 잘못되고 나쁜 행동들을 세상의 이치로 포장한것뿐이라고 생각해서...
    갑자기 딴 얘기로 샜지만
    어쨋든 저도 신을 믿는게 지구의 대표로서 갖춰야할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 2012/06/02 12:2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코라 2012/10/01 18:20 # 삭제 답글

    영화 말미의 For Carl이란 문구를 보고 검색을 통해 들어왔다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asitara 2014/11/15 22:36 # 삭제 답글

    너무 좋은 내용입니다. 잘봤습니다. 링크합니다~
  • 레비 2014/11/16 00:23 #

    오래전에 쓴 글인데 칭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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