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2010 Flims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그 과정을 스크린에 담는 것은 그 드라마틱함과 캐릭터로의 쉬운 몰입, 그리고 결말의 감동으로 인해 오랫동안 영화제작자들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다. 게다가 그 이야기가 실화와 더욱 닮아있거나 혹은 실제 이야기에 극적인 효과들을 양념으로 하여 완성된 영화일수록 관객들은 그 문제해결의 과정에 연민과 동정을 느끼고 더 빠르게 빠져들 수 있다. 그것은 우리들 모두 각자 적어도 하나쯤은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극복의 감동스토리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우리는 <뷰티플 마인드 Beautiful Mind>의 존 내쉬(러셀크로)를 보았고, <말아톤>의 초원이(조승우)의 이야기에 감동을 느끼고, <아이 엠 샘  I Am Sam>에서의 샘(숀 펜)의 투쟁에 응원을 보냈다.









여기 영화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에 또 다른 극복의 드라마가 있다. 다만 장애를 가지고 있는자가 무려 영국의 왕자이다. 현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의 아버지이자 20세기 중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왕위에 있었던 조지6세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화 속 조지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에겐 왕자로서의 위엄은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그는 연설 마이크앞에 서면 말을 더듬는 장애를 가진 왕의 차남 알버트, 애칭 '버티'일 뿐이다. 스캔들로 인해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졸지에 차기 왕에 오른 그에게 연설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콤플렉스였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연설을 '잘하는' 히틀러가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그런 장애가 있는 그가 오직 라디오뿐인 그 시대에 전 영국에 전쟁선포 연설을 하기까지의 영화다. 물론 이런 극복의 드라마엔 조력자가 등장한다. 라이널 로그라는 호주 이민자이자 평범한 소시민인 그가 왕자의 장애 극복을 돕기 시작한다. 치료를 위해 모든 격식을 허물고 직설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 그와 다혈질인 왕자의 관계는 티격태격하지만 서서히 서로를 믿고 따르기 시작하면서 로그의 치료법이 버티에게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는 신분차이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 싹트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2차 대전 라디오 연설'에서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2010년 개봉작인 이 영화를 말하면서, 2011년 2월에 열렸던 아카데미 시상식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내겐 다소 의외스럽게 제83회 미국 아카데미에서 <블랙스완>, <인셉션>, 그리고 그 해의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소셜 네트워크> 를 제치고 아카데미 최고 상인 '작품상'을 수상한다. 사실 이미 '작품상'이 발표되기 이전,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가 가장 유력했던 <소셜 네트워크>의 데이빗 핀쳐를 제치고 '감독상'을 받으며 이변을 예고하긴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각본상'과 '남우주연상'까지 합쳐 총 4관왕이 된다. 콜린 퍼스는 그 해 영국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포함한 거의 모든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독식한다. 영화를 보면 그의 말더듬이 왕의 연기는 확실히 인정받을만 하다. 같은 해 영국 아카데미는 영국 왕실이 배경이 된 이 영화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콜린 퍼스에게 '남우주연상'을, 제프리 러쉬에겐 '남우조연상'을, 그리고 왕비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에겐 '여우조연상'을 각자 안겼고 '작품상'과 '각본상'은 당연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콜린 퍼스의 연기도 좋았지만 제프리 러쉬의 연기도 미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노려볼만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후보에 올라가는 것으로만 만족해야했다.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에서 바르바롯사로 조니 뎁 못지않은 인상적인 연기를 하던 그는, 자글자글한 주름과 처진 눈꼬리로 조용히 왕을 응시하며 그를 당당히 애칭으로 부르는 조력자를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팀 버튼 감독의 영화들(팀 버튼은 헬레나 본햄 카터의 남편이다. 그녀는 팀 버튼-조니뎁-헬레나 본햄 카터, 삼인콤비의 한 축이다.)에 꾸준히 출연해 온 헬레나 본햄 카터는 늘 괴짜같고 말괄량이 같은 이미지였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조신하고 위트있으며 진심으로 남편을 응원하는 귀여운 왕비로 등장한다.











영화는 크게 로그가 버티를 치료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안에서 그 둘의 관계와 갈등이 한 축을 이루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버티가 왕실에서 겪는 딜레마나 고뇌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평범한 일반 시민인 로그를 만나 그의 가정에 찾아가고 서로의 이름을 격식없이 부르는 우정을 쌓는 동안 버티는 다시 왕실에서 형 에드워드8세 (가이 피어스)의 기행과 스캔들에 왕위를 받아야할지도 모른다는 고민과 부담감에 휩싸인다. 물론 그 중심에는 연설을 하지못하고 마이크 앞에서 공포를 느끼는 그의 그 말더듬이 버릇이 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웸블리에서 열린 런던 박람회 연설 자리에 선 요크 공작, 바로 버티로부터 시작한다. 마이크를 향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모습부터 그의 긴장된 표정이 카메라에 비춰진다. 그리고 마이크 자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많은 관중들과 시민들. 그는 안쓰러울 정도로 연설의 첫마디를 떼지도 못한다. 이어지는 어떠한 언어치료법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그가 아내 엘리자베스의 수소문덕에 로그를 만나고 그가 주장하는 '그만의' 방법에 따르기 위해 공작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구실로 직접 향한다. 첫 만남에서부터 버티는 쉽게 흥분하고 로그의 치료법에 대해 충돌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직접 질문을 던지고 파고드는 로그를 앞에 둔 버티는 끝까지 그의 치료법에 의문을 품고 거부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행했던 낭독을 녹음해준 로그덕에 자신이 치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된다. 그렇게 그 둘의 파트너쉽은 시작된다.











영화 중반부에 보여지는 로그의 언어치료법은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거의 운동에 가까운 방법까지 써가며 버티를 훈련시키는 로그지만, 차차 버티는 연설 등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중 아버지, 조지5세가 서거하고 형 에드워드가 즉위한다. 에드워드의 스캔들로 오히려 버티는 로그에게 진심어린 내면을 보이고 처음으로 '친구'임을 스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자신보다 늘 말을 잘해온 형과 말다툼이 벌어지고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듯 그는 다시 말을 더듬으며 깊은 실망과 함께 무너지고만다. 버티는 로그와의 관계 역시 사소한 분노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그에게 왕위를 공식적으로 넘겨주고 떠나버리자 그는 다시 혼자가 되고 자신에게 필요한 언어치료사가 누군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왕이 된 이후 다시 재회한 둘은 대관식을 준비하며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둘 사이에는 굳건한 믿음이 흐른다. 대관식 영상 이후 영화에선 히틀러의 실제 기록영상이 비춰지며 시대적 분위기를 환기한다. 2차대전이 눈앞에 놓인 당시 유럽사회를 말이다. 웅변만으로 독일을 휘어잡은 히틀러와 크게 비교되는 버티이지만 곧 그에게 그의 재임기간 가장 중대한 연설이 준비된다. 바로 독일에 대항하여 영국도 참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전 영국에 바치는 대국민 연설을 해야 했다. 국가의 사기와 직결되는 왕의 연설을 준비하며 영화는 서서히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 제2악장은 영화의 이런 클라이막스와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콜라보레이션이다. 그야말로 영화 제목 그대로 "King's Speech" 장면에 잔잔했다가 서서히 고조되는 이 명곡은, 그 도입부부터 첫 마디를 떼기위한 버티의 안간힘을 쓰는 표정, 그리고 밖에서 초조하게 마음 졸이고있는 왕비 엘리자베스. 함께 그의 곁에서 차분하게 첫 문장을 기다리고있는 로그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와중에 시작된다.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이 곡은 천천히 그 반복되는 메인테마를 버티의 연설과 함께 그의 말에 귀기울이는 전 영국 시민들의 모습과 겹쳐져 차차 증폭시킨다. 그래서 영화의 이 5분여간 흐르는 명장면은 거대한 스펙타클이나 카타르시스 없이도 충분히 영화의 멋진 클라이막스가 된다. 다소 지루할 수 도 있는 판에 박히고 진부한 연설을, 하나의 영화의 하일라이트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말 최적의 선곡이 아니었나 싶다. 알렉스 프로야스의 영화 <노잉 Knowing>에서도 삽입되었던 음악이지만 이 <킹스 스피치>에서 듣게된 이 곡은 그래서 그때와 사뭇 달랐다. 실제 영화 속 바로 그 연설을 찾아 들어보면 콜린 퍼스가 얼마나 잘 연기해냈는지 더욱 느낄 수 있다. 끝나고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상기되고 지친 표정의 버티가 로그를 바라보며 "Thank you, Logue." 라고 했다가, 정중하게 한발 물러서는 그를 보며 다시 일어서 다가가 "Well done, My Friend." 하며 어깨에 손을 올려주는 장면은 이 영화가 단순히 왕의 언어치료 극복기가 아니라 두 남자의 우정이 저변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대관식에 로그를 참석시키기 거부하는 대주교등을 상대로 그가 로그의 과거 불분명한 경력까지 감싸주며 변호하는 장면도 역시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겠다.












제프리 러쉬가 연기한 로그, 즉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정점인 대화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개의 단어를 말하며 살아간다. 음성은 그 어떤 수단보다 빠르고 직결적인 의사전달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잘하는 것은 곧 이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하거나 혹은 설득할 수 있는 능력으로 대신되기도 한다. 서점에도 한쪽 코너에는 말을 잘하는 방법이나 때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대화 비법들을 주제로 하는 서적들이 언제나 잔뜩 있다. 그만큼 현대사회는 조지6세가 살았던 시대보다 더 말을 잘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능력이자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어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신체적 능력이 아닌 언제든지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습득하고 계발할 수 있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말을 청산유수로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역시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선 그의 머릿속, 그리고 마음속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도 그것을 100% 활용해서 전달해내질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말에 담긴 수많은 속담들과 우화들이 현대의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듯이, 좋은 말과 훌륭한 언어능력은 사소한 삶의 순간순간에서 빛을 발할 뿐 아니라 큰 인생의 흐름을 바꾸기까지 한다. 

물론 영화 <킹스 스피치>에 등장한 버티는 왕이라는 특수한 신분과 전시연설이라는 상황이 맞물려 그 드라마틱함이 좋은 영화적 소재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충분히 진하다. 우리는 꼭 대중들 앞에서 말을 자주 해야하는 사람들에게만 좋은 언어습관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로그와 같은 언어치료사를 만날수 있었던것은 버티의 행운이었지만 우리 모두 그런 훈련과 연습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훌륭한 말하기가 조금 부족한 생각이나 의사도 그 이상 수식하여 기대이상의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종종 보거나 경험한다. 전쟁 중에 버티와 로그의 연설이라든가 2차대전 당시 조지6세의 연설이 미친 효과같은 것들은 영화에서 다루지 않고있으며 또한 언급할 필요도 없어보인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버티와 로그가 함께 콤플렉스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왕의 성공적인 첫연설이 영화의 마지막 연설로 자리하기에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말이 주는 이 강한 힘을 이 영화는 왕위에 올라버린 말더듬이 왕자의 실화를 가져와 지금의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 우왕.














덧글

  • arete 2012/05/09 00:36 # 답글

    오오 장애를 극복하는 내용이라..
    사실 저도 오늘 과제를 위해서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남편이 장애를 앓고 있는데, 헬레나 같은 착한 아내가 도움을 많이 주지요.
    뷰티풀 마인드를 보고 난 이후에는 사이빌과 펠리니의 영화 몇편을 더 봐야 해요 ^_ㅠ.. 시각 효과에 약한 저로서는.. 으흘튜ㅠㅠ..
  • 레비 2012/05/09 18:04 #

    저도 <뷰티풀마인드> 봤지요 :) 러셀크로의 연기도 좋았구요 ㅎ 사이빌은 잘 모르겠는데 펠리니는 혹시 페데리코 펠리니인가요? 본적은 없지만 대충 어떤 영화를 만들어왔는지는 들어본적있는데 자극적인 영상이 많나보군요 ㅠ.. 저도 그런 영화들은 힘들어합니다 ㅎ ㅠ
  • 2012/05/09 01:15 # 삭제 답글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 리뷰를 많이 찾아서 읽고 다니는데 제가 읽어본 것 중에 제일 와닿는 리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덧글 남기고 갑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레비 2012/05/09 18:04 #

    우왕 ! 과찬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리뷰 정성껏 쓰겠습니다 :D ㅎㅎㅎ
  • 시무언 2012/05/10 12:13 # 삭제 답글

    작중 말더듬 치료 방법은 실제 치료사들에게서 잘 표현했다고 호평받았다는군요

    물론 영화니 각색은 좀 있는데, 재밌는게 실제로는 치료 효과가 영화와는 달리 금방 나타났다는군요.
  • 레비 2012/05/10 20:56 #

    오 몰랐던 사실이네요 :) 그래도 두 남자의 평생우정은 비록 각색으로 더 돋보이게 했지만 감동적인것같아요.
  • 2012/05/10 13: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5/10 20:57 #

    ㅎㅎ 그런 비화가 !! 저도 곧 그런 자리에 서게될텐데 ㅠㅠ... 제게도 그런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
    덕분에 첫장면을 다시 찾아 봤습니다 ㅎㅎ
  • 이석범 2012/05/10 17:49 # 답글

    콜린 퍼스를 제 64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게 만든 작품이네요. 콜린 퍼스의 연기가 정말 정말 좋았었던 생각이 나네요
  • 레비 2012/05/10 20:59 #

    네 :) 미국아카데미는 83회였지만 영국아카데미는 64회였죠. 그리고 영국아카데미는 배우 세명에게 모두 상을 주었죠 ㅎ 콜린 퍼스는 이 영화에서 확실히 뛰어난 연기를 보인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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