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Titanic, 1997 Flims







1912년 4월 10일 정오, 사우스햄튼을 출항한 그 268미터의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선은 타이탄의 이름 그대로 당시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처녀 항해의 출항 5일째 되던 밤, 빙산에 우현을 긁히고 두시간 반동안 침몰하여 가라앉자 이 배는 전설이 되어갔다. 북대서양 심해에 가라앉아 있던 이 배가 다시 떠오른것은 80여 년이나 지난 뒤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네셔널 지오그래피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영화 <타이타닉 Titanic>이 세상에 공개되었을때, 이 배는 한 편의 신화가 되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영화사상 최대액의 흥행성적인 18억4천5백 달러의 기록은 2010년 <아바타>에 의해 갱신 될 때까지 반지의 제왕이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들의 범접을 허용치 않아왔다. 월드와이드 흥행성적은 그렇다치더라도 <타이타닉>은 1998년 아카데미에서 14개 노미네이트 중 작품, 감독, 음악 부문을 포함한 11개를 수상하며 <벤허>의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같은 해 골든글로브 역시 이 영화에 4개의 상을 수여했다. 세시간짜리 대서사시와도 같은 이 영화를 수식하자면 끝이 없다.


93년 <길버트 그래이프>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바스켓볼 다이어리>, <로미오+줄리엣> 등으로 신인배우의 티를 조금씩 벗고있던 젊은 날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이 영화는 그를 한순간에 월드와이드 스타로 만들어버렸다. 96년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케이트 윈슬렛은 그 전까지 영국 고전 역사 시대물들에 주로 등장했었다. 어쩌면 타이타닉에 최적의 조합은 아닐지라도 나쁘지않은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카프리오는 이 당시 본인의 모습을 싫어한다고 말했긴하지만 말이다. 









타이타닉은 출항후 5일간의 항해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3등석 청년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귀족집안의 아들과 원치않는 결혼을 위해 미국으로 가게된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신분 차이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운좋게 포커판으로 타이타닉에 승선하게된 잭은 긍정적인 인생관과 주눅들지않는 자유분방함으로 억압되고 구속된 처지의 로즈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감시의 눈으로부터 아슬아슬한 사랑을 나누던 이 둘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급기야 로즈가 뉴욕에서 잭과의 도피를 결심했을때, 배는 빙산과 부딪혀 침몰하기 시작하고 재난이 시작된다.


내가 생각하는 타이타닉의 비극성은 그 참사 규모나 사실 여부가 아니다. 96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인디펜던스 데이>에선 외계인들이 백악관을 쪼개버리고, 98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과 미미 레더의 <딥 임팩트>에서는 지구를 향해 운석이 날아온다. 2004년 에머리히의 <투모로우>에선 맨해튼이 물에 잠기고, 97년 영화 <볼케이노>에선 LA가 용암에 뒤덮히지만 이 모든 재난 영화들과 <타이타닉>이 다른 이유는 그 재난의 지속성이다. <타이타닉> 영화의 후반 1시간 30분은 배의 침몰 과정이며 실제 타이타닉은 2시간 40분동안 가라앉았다고 한다. 배가 가라앉은 4월의 북대서양은 그 낮은 수온탓에 물에 빠진 승객들을 로즈 할머니의 대사대로 1500명 중 6명만이 실제로 구조되었다고 한다. <타이타닉>이 여타 재난 영화나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들을 보여주는데 더 유리하거나 혹은 더 감동적인 이유는, 그 가라앉는데까지 걸린 긴 시간에 있다. 대서양 한가운데라는 고립된 장소에서 제한된 구명보트와 스멀스멀 다가오는 시퍼런 물. 그것이 일순간 쾅 하고 닥친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충분히 심각성을 인식시키므로서 영화내에서도 볼 수 있는 인간적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해낼 수 있던게 아닌가 싶다. 이즈메이 같이 살기위해 추해지는 인간상도 있는가하면 설계자 토마스 앤드류나 스미스 선장 같이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배와 최후를 같이 한 사람들, 승객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연주를 하는 악단 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침몰하는 배 위에 존재한다. (이즈메이와 앤드류나 스미스 선장, 악단은 모두 실제 증언과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화했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실제로 영화와 같았다고 한다.) 내가 가장 눈물이 났던 부분은 물이 차오르는 3등석 어느 한 객실의 침대에서 아이둘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재우려는 엄마의 모습과 침대에서 꼭 서로를 안고 누워있는 노부부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이 영화는 영화의 절반을 침몰하는 과정에 사용함으로서 그 비극성과 휴머니티를 관객들에게 깊이 전달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다. 승객들을 탈출 시키려다가 오발사고를 내고 자살하는 항해사 머독이나 신사답게 브랜디를 마시며 죽고자하는 벤자민 구겐하임(이 자의 모습 역시 실화다.)등, 그런 긴 극한의 상황과 죽음앞에 노출되었을때 그들은 우리 모두의 모습들이 된다. 이 영화의 드라마틱함은 전반부의 로맨스보다 난 오히려 후반부의 이런 다양한 상황하에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타닉>은 한편의 재난영화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사랑 이야기라는것도 잊어선 안된다. 잭에게 오르지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토미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 배 위에서의 한눈에 빠진 사랑이라는 설정은 다소 진부하지만 사랑이라는 신비한 주제를 다루기에 진부함은 큰 문제가 되지않는다. 몰락해가는 가문과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미국길에 오르는 로즈에게 타이타닉은 노예선과도 같았다. 그녀에게 그 항해는 심연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이었기에 잭의 등장은 구원과도 같았다. 처음엔 자신의 위치에 서서 혼란스러워하던 로즈도 당신이 뛰면 자신도 뛰겠다는 잭의 헌신앞에 마음을 돌린다. 비록 잭을 잃었지만 그녀에겐 어쩌면 타이타닉의 침몰은 바라던 일일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뉴욕에 가면 잭과 함께 도망치겠다고 말하는 그 순간, 잭이 '환상'이라면 그녀에게 '현실'이기도 한 타이타닉은 빙산과 마주한다. 










요즘 극장 상영 중인 3D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지난 주말 강남 메가박스에서 보고온 <타이타닉 3D>는 사실 내겐 근 15 여년만의 조우나 재회같은 감격적인 느낌은 없었다. 워낙 많이 봤고 잊을만하면 다시 보던 영화였고 또 중학교 시절 영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타이타닉 대본을 구해다가 외우다시피 했으니 영화관에서 본다 한들 다음 장면이나 다음 대사가 자동적으로 연상되는것을 막을 길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아바타>로 3D영화가 뭔지 보여준 제임스 카메룬이 요즘 너무 대충 만들어놓곤 3D라고 이름 붙이는 모든 영화들에게, 내가 진짜를 보여주마 - 하는 오기와 자부심으로 만든 느낌이 든다. 그만큼 범람하는 요즘의 여타 3D영화들보다 훨신 괜찮았으며 세시간의 긴 플레잉타임 동안 하나도 허투로 만든 장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의 출항 장면이나 그 유명한 뱃머리에서의 키스씬이나, 침몰하는 웅장한 장면들. 막 <아바타>처럼 배경 자체가 아름답진 않아도 칼이 잭을 향해 총을 쏠때 총알에 튄 물방울이 코앞까지 튀어오르는 느낌이 났으니 절대 옛 명성에 기대어 흥행수익을 재수거하려는 제작은 아니지 싶었다. 정말 오랫만에,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다 보고 나왔다. My Heart Will Go On을 오랫만에 들어서인지, 집에 와서는 10년도 더 전에 구입했던 타이타닉 OST의 시디를 찾아들었다.








<터미네이터>의 감독답게도 제임스 카메론은 인간 테크놀로지의 맹신과 과욕에 대하여, 한시간반 동안 가라앉는 'unsinkable ship'에 준엄한 경고를 함께 담아 보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영화는 침몰하는 배 위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기도 하다. 배가 침몰하는 그 순간까지 함께 한 두 남녀의 마지막은 그래서 안타까운 엇갈림이나 관객만이 아는 오해 없이도 충분히 슬프고 애절하다. 죽음을 초월한 채 모든것을 다 바쳐 사랑하고 그 짧은 시간안에 서로의 진심을 수없이 확인하는 연인의 모습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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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루얼 2012/04/09 01:13 # 답글

    정말 많이 봐서, 내용도 뻔히 다 아는데 케이블 티비에서 방영해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그런 영화 중 하나가 타이타닉이네요.

    3D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 레비 2012/04/09 15:54 #

    그렇죠 ㅎㅎ 내용도 다 알지만 영화관에서 다시 보는데에, 세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어요. 명작이 갖는 그 나름의 힘인것 같기도하고요 ㅎㅎ
    새로 찍은것도 아니고 옛 필름을 가지고 3D로 다시 만든것은 쉽지않은 작업이라고 들었는데 확실히 요즘 넘쳐나는 3D영화들과는 수준이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볼만했어요 !
  • 2012/04/10 01: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4/10 21:46 #

    꼭 보시길 바래요 :) 저도 사실 몇번을 보고 또 본 영화이긴 했지만 말씀대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라 본 것도 있어요 ㅎㅎ 얼마전에 아멜리에 리마스터링 재개봉도 같은 이유로 영화관가서 봤지요 ㅎㅎ 확실히 집에서 보는것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것은 느낌이 다르죠. 화면뿐만 아니라 그냥 그날 영화관을 가는 내 마음가짐이나 준비나 영화관의 그 특유의 시트 냄새와 분위기나 끝나고 불이 켜질 때의 그 느낌. 그런것들은 다른데선 느낄수 없으니까요 :)
  • 2012/04/13 01: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4/13 20:58 #

    앗 타이타닉을 처음보셨군요 :) 엊그제 만난 친구가 자신의 지인이 이걸 볼지말지 고민한다고 하길래, 제가 "90년대 생으로서 타이타닉을 20세기에 보지못한 여성" 이라면 헝거게임보다 타이타닉3D를 당연히 추천한다고 말했었는데 비공개님도 제 추천대상에 포함되셨었군요 ㅎㅎ 저도 몇번째 다시 본 영화지만 세시간이 정말 후딱 지나가버렸죠 ㅎㅎ

    오히려 그런 뻔하고 평범해보이는 플롯 덕분에 이것이 월드와이드 명작이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ㅎㅎ 사실 그런면에서 아바타도 마찬가지지만요 :) 사실에 대한 고증도 영화의 재미에 쏠쏠하게 들어가있고 그 속에서 허구의 두 남녀의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사랑이야기에 스케일도 포기하지않은 한시간 반짜리의 재난씬이 잘 버무려져있는 영화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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