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워스, The Hours, 2002 Flims






난 영화관에서 보든 집에서 DVD를 보든 영화는 왠만하면 혼자보는 것을 지향하는 편인 사람인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주어진 시간을 온건히 혼자 영화를 생각하는데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누군가와 영화를 같이 보고 나오거나 혹은 같이 영화관을 가거나 할때는 예의상 혼자 입다물고 생각하고 앉아있을 순 없지않는가. 같이 간 상대방도 신경써야하고 대화도 이어나가야하며 특히나 다 보고났을때의 감상을 서로 주고 받는것이 나는 약간의 낭비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연인과 영화관을 가는것은 '데이트'로서의 영화이고 혼자 영화관을 가는것과는 엄연히 다른 행동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혼자 영화를 다 보았을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 그런 때에 혼자 있다는것이 조금 아쉬운 순간이 가끔씩 찾아온다. 그것은 방금 본 영화에 대해 할말이 많은데 그것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것과, 내가 영화에서 애매모호해 했던 부분이 궁금하여 타인의 생각을 들어보고싶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는 점이 반반씩 섞여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웃 블로거 한분의 추천으로 영화 <디 아워스 The Hours>를 다 보고 난 뒤의 나는 그런 가끔씩 찾아오는 아쉬움에 맞닥뜨렸다.



<The Hours>는 이 영화의 제목이자, 니콜키드먼의 마지막 대사이기도 하며, 99년 퓰리처 상을 받은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월>의 원제이기도 하지만, 실제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 Mrs.Dalloway>의 출간전 사용했던 가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 종합 예술은 실존했던 인물의 연대기와 문학작품과 영화가 모두 한데 엮여져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이루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를 보기 앞서 눈이 가는 호화 캐스팅 앞에 배우들 이야기를 하지않고 넘어갈 수가 없겠다. 니콜 키드먼은 이 영화로 자신의 세번째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게다가 골든글로브와 선정 시각이 다르다는 아카데미마저 같은 해, 그녀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기면서, 코를 붙인 니콜의 버지니아 울프는 명실공히 완벽한 그녀의 재현이었음을 입증한다. 줄리안 무어, 메릴 스트립이라는 캐스팅조차 영화를 보기도전에 설레이게 만드는데, 2008년작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군중속의 고독을 연기하는 모습으로 먼저 만나본 줄리안 무어는 이 영화에서도 평화로워보이는 가정안에서의 고독을 연기하는 여성으로 열연한다. 나는 니콜 키드먼도 훌륭했지만 줄리안 무어가 아카데미를 받았다해도 크게 놀라지 않았을것만 같았다. 최근 개봉했던 <철의 여인>에서도 연기력으로 호평받은 메릴 스트립 역시 연기력이라면 앞선 두 배우에 절대 뒤지지 않을 여자. 이들 셋은 2003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이런 세 여배우들을 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가 가는 영화지만 좋은 주연들에 기대를 하고 보는 것 못지않게 예상치못한 반가운 조연과의 조우는 또 그 나름대로 흥분되는 일이다. 에드 해리스의 이름을 초반에 보게된 내겐 이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더 록>의 험멜 장군, <에너미 엣 더 게이트>의 코닉 소령. 이 단 두 배역만으로 내 뇌리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조연배우가 되어버린 에드 해리스의 매력을 <디 아워스>의 스티븐 달드리가 저 화려한 여배우들 속에서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를 걱정했던것도 잠시, 자신의 어두운 집에서 클래리사에게 자조섞인 대사들을 던지는 그의 얼굴로 창 틈의 햇빛 줄기가 그의 트루 블루 눈동자를 비추는 장면을 보고 감독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음에 안도했다. 그래, 역시 에드 해리스는 단어 그대로 true-blue 캐릭터이지 하면서.














1923년의 영국 리치몬드의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 194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로라(줄리안 무어), 2001년 미국 뉴욕의 클래리사(메릴 스트립). 영화에는 이렇게 세 여인이 서로가 서로의 시간위에 겹치며 등장하지만 사실 보이지않는 네번째 여인은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속의 댈러웨이 부인이다. 버지니아는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고 로라는 그것을 읽으며 클래리사는 그 소설속의 삶을 반복한다. 세 여성의 삶이 이렇게 서로에게 덧칠해지는 것을 필립 글래스의 극적인 피아노 선율이 그들을 한 컷 안에 넣지도 않으면서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듯 긴장을 고조시킨다. 버지니아 울프의 비극적 죽음을 영화 타이틀 이전에 이미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의도적으로 세 여인의 하루 앞에 숨죽이게 만든다.


버지니아 울프는 정신병과 우울로 인해 타의에 의해 요양을 와있는, 그러면서도 남편 레너드는 물론 하녀들에게조차 누구에게도 마음을 털어내지 못하고 고독함 속에서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한다. 런던으로의 탈출을 감행하지만 그녀의 현실앞에는 그조차 쉽지않다. 로라는 세살된 아들 리처드와 남편의 생일을 준비하는 지극히 평범한 주부의 모습으로 언뜻 비춰지지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채워지지않는 공허함과 삶에 대한 염증이 있다. 어린 아들를 맡겨놓고 호텔방으로 가 약을 침대위에 늘어놓고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하지만 과거의 버지니아는 댈러웨이 부인 대신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죽게되는건 로라가 아니라 소설 속의 셉티머스와 2001년 클래리사의 리처드, 그리고 자기 자신인 버지니아 울프다. 그녀는 왜 댈러웨이 부인을 죽이지 않았을까. 영화 내내 전혀 접점이 없을것만 같던 여인 둘, 로라와 클래리사가 영화 마지막에 만나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시간을 넘어 현대의 댈러웨이 부인, 클래리사에게 전해진다. 


로라는 뱃속의 아이, 둘째를 낳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버지니아와 마찬가지인 편지를 두고서. 결국 그의 아들을 비롯한 그녀는 가족 모두를 잃었지만 그녀는 살아남아서 클래리사 앞에 나타난다. 버지니아 울프가 런던으로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떠나지 못하고 강물에 몸을 던진것과 달리, 로라는 <댈러웨이 부인>으로 버지니아가 남긴 메세지인 "삶과의 대면 없이는 평화란 없다"는 말을 대신 실천한 것이다. 그녀는 가족을 모두 잃고 그녀 자신이 아들 리처드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 이라는걸 알지만 그것이 선택이 아닌 숙명이었다는 말로 변명을 대신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로라 대신 리처드를 죽임으로서 클래리사와 같이 살아남은 자들이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끔 만들었다. 클래리사의 연인이었던 리처드는, 현실을 잊기위해 파티에 더욱 몰입하는 (댈러웨이 부인과 흡사한) 클래리사에게 이제 그만 자기 자신을 위해 살라고 하며 몸을 던진다. 타인의 죽음으로 우리는 우리 삶이 얼마나 더 소중한지 알 수 있게된다. 비록 버지니아 자신은 죽었지만 그녀는 그녀가 살린 댈러웨이 부인을 통해 미래의 하루를 살고있는 두 여인에게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 그 길위로 가라고 말한다. 비록 그녀는 하지 못한 그 일을 말이다. 이 영화는 자유롭지 못하고 불행하며 억압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비록 과거(버지니아 울프와 로라의 경우)에 있었던 시도들과 불행한 결과들을 현대(클래리사)에까지 가져와주면서 아직 세상은 당신을 위하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당당히 마주하고 살아가볼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이미 그 원작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과 극적 요소들 덕분에 시나리오나 구성면에서 크게 실망을 할 우려가 많이 감소한다. 더군다나 이 <디 아워스>는 고전작품이 현대의 문학으로 재구성되어 다시 그 작품이 좋은 연출과 음악과 뛰어난 배우들을 만나 잘 조각된 하나의 멋진 예술품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다. 단 한가지 아쉬운것이 있다면 내가 여자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아주 조금의 공감을 더 하지 못한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적 요소가 아예 없다곤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남자라는 점이 사실 더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시야를 자칫 축소시켰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 영화는 그조차 아까울 정도로 깊이 빠져들고 싶은 영화다. 
























덧글

  • 2012/04/13 01: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4/13 21:02 #

    실제로 이 영화가 좋다고 평한 대부분 중에는 여성분들이 확실히 많더군요 :)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페미니즘의 대표작이자 교과서라고도 할 정도니까요 ㅎㅎ 그래도 어차피 원작이 그러한거, 이런 쟁쟁한 여배우들로 채워놓은 영화도 참 좋더라구요 ㅎ 이번에 다시 보셔도 반드시 좋아하실거예요 :D
  • 엘비 2012/05/20 15:38 # 삭제 답글

    아주 오래전에 보고 최근에 다시 본 영환데요, 검색하다가 이 블로그까지 들어오게 되었네요.
    처음 봤을 때는 졸면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ㅋㅋ 여러번 보면서 감명깊게 와 닿는 영화가 아닐 수 없네요. 평하신대로 쟁쟁한 배우들에 연기력하며 여러 시간을 교차하며 보여주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영화의 편집력까지. 무엇보다 영화의 내용도 너무 좋았어요.
    블로그 쥔장의 글, 잘 읽었습니다. 남자분이 감명깊게 봤다는 것도 인상적이네요 ^-^ 매우 섬세한 영화라 이해하기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ㅎㅎㅎ
    아,,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제로 페미니즘 이라는 단어를 매우 싫어했다고 해요~
  • 레비 2012/09/17 01:05 #

    몇개월전의 댓글을 왜 이제서야 봤을까요 ㅠ 흑흑.
    잘 짜여진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내용도 탄탄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글을 영상으로 잘 옮겨놓은 감독의 연출도 뛰어났어요 :) 버지니아 울프가 페미니즘의 아이콘처럼 되어버린건 후대사람들의 그녀 작품들에 대한 평가때문에 그렇게 된것 같습니다 ^_ㅠ 또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가 될수도 없구요 ㅎㅎ 남자인 제가 봐도 충분히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
  • pearl 2012/09/15 00:27 # 삭제 답글

    very interesting title..sorry dont have hangul on my laptop.
    checked what you had watched. thought you may like the movie "Brothers"
    Personally i like romantic comedies but I dont know it was very impressive. Maybe i've been in military??


  • 레비 2012/09/17 01:02 #

    덧글 감사합니다 :) 영화 <브라더스> 추천해주셔서 잠깐 찾아봤는데, (아니 제가 나탈리 포트만을 좋아하는걸 어찌아시고.. ㅎㅎ) 굉장히 흥미롭네요. 꼭 근시일내에 찾아봐야될 영화로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제가 보고난 뒤에 리뷰도 쓸 수 있게되면 좋겠네요 :)
  • pearl 2012/09/23 02:37 # 삭제 답글

    thank you for your reply. Tobey Maguire performed faultless and impressive in this film. couldn't have been better. you want to focus on him. enjoy it
    May I ask why you chose this blog title?

    Pearl from Georgia

  • 레비 2012/09/25 03:57 #

    토비 맥과이어라.. 제가 스파이더맨을 하나도 안봐서 어쩌면 그의 영화를 보는건 이게 처음일수도 있겠네요 :) 관심있게 보겠습니다 ㅎ 아, 블로그 제목은 전에 읽었던 한 소설에 등장하는 마지막 대사에요 ㅎㅎ 소설 자체는 크게 인상깊지않았는데 유독 독특한 캐릭터가 독특한 의미를 담아서 던지는 마지막 대사라서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ㅎ 책에서는 "될테로 되라지"와 비슷한 뉘앙스로 쓰였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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