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디텍티브, 神探, Mad Detective, 2007 Flims









다중인격은 아주 오랬동안 영화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다. 2003년 <아이덴티티>라는 영화가 있었고, 그보다 더 예전에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가 있었다. 이중인격하면 바로 떠오르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텍스트로 삼아, 존 말코비치와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메리 라일리>도 빼놓을 수 없다. 육체적인 병보다 정신적인 병, 소위 말하는 마음의 병의 심각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 소재거리는 앞으로도 많은 영화 제작자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살짝 비틀어 생각해보자. 당신의 인격은 과연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굳이 '해리성 장애'라고 명명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모두 때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자기 자신의 생각과 모습에 놀라거나 이질감을 느껴본적이 있지않은가. 정신병의 한 일종이라고까진 생각치않더라도, 당신이 어떤 갈등의 기로에 서거나 혹은 예기치않은 위기에 처했을때, 자기자신 안에 숨겨있던 또 다른 자아처럼 보이는 그 무언가가 등장하여 행동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느껴본적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심리상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은 누구나 여러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 가장 지대한 하나의 인격이 보통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고 대표하고있는것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끔 등장하는 다른 인격들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이미 검증된 두기봉과 위가휘 감독 콤비의 영화인 <매드 디텍티브>는 신탐(神探) 이라는 제목을 가지고있다. 영어제목의 'Mad'와 살짝 다른 뉘앙스의 이 '신탐'은 말 그대로 명탐정을 뜻한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를 보다보면 주인공 번형사(유청운)는 신神 보다는 mad에 더 가깝지않나 싶다. 그는 논리적인 수사보다는 타고난 '신'적인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해간다. 영화에서 그의 수사방법이나 논리전개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는 셜록 홈즈보다 아르센 뤼팡에 더 가깝다. 사실 예고편을 보고 천재적인 형사와 일곱명의 다중인격체와의 두뇌싸움을 기대했다간 실망하고 말것이다. 일곱명은 커녕 사실 주요한 인격체는 세네개뿐. 게다가 두뇌싸움이라기보단 이미 답을 가지고있는 번형사와 그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던 후배 호형사(안지걸), 그리고 그들이 쫒는 치와이(임가동), 3인의 내적 심적 변화를 카메라는 더 중하게 담는다.

영화의 초반을 보다보면 동료 경찰을 정말 죽인것이 치와이가 맞는지, 혹은 사라진 권총의 행방은 과연 어떻게 된것인지에 관심을 갖게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타인의 내면 인격을 볼수있는 번형사가 치와이를 미행하면서 보게되는 일곱명의 휘파람 씬이 인상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게 무엇인지 조금씩 윤곽이 드러난다. 미행해 따라들어간 중식당에서 호형사의 심문에 대답하는 두 인격체의 모습은 다중인격이라는 눈에 보이지않는 것을 실체화하여 시각화시킨 감독의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주게 만든다. 영화는 이렇게 자칫 헷갈리고 복잡해질 수 있는 추상적인 관념들을 비록 초현실적이지만 직접적으로 카메라에 출연시키면서 현실의 모습과 번형사의 시각을 계속 교차시킨다. 이런 장면들은 호형사 커플과 식사를 하면서 동행한 번형사와 그의 '허구의' 아내가 등장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이미 사건의 전말은 중반부에서 밝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영화에서 끝까지 눈을 뗄수없는 이유는, 사건은 드러났지만 번형사의 수사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호형사의 총을 끝까지 들고있음으로서 그를 대신해 위험에 빠지려 한다. 계속 이 사건을 맡을거냐고 묻는 자신 내면의, 허상의 부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소리치는 순간 차 문이 열리며 그녀는 사라진다. 영화 후반부에 번형사의 허구의 부인이 실재의 부인을 쫒아내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있다. 번형사가 과거에 사랑했던 그 실존하는 여자를 그는 허구의 여자로 계속 외면하려 든다. 당신은 미쳤다고 말하며 떠나는 그 아내에게 되려 욕을 하는 허구의 아내에게 번형사는 '그녀에겐 당신이 보이지않아' 라고 말한다. 이 대사로 판단하자면 번형사는 이미 과거에 호형사 커플과 식사를 하면서도 자신이 아내라고 생각하는 그 가상의 여자가 이미 자신이 만들어낸, 자신만 보이는 허구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있었다는 판단이 가능케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친줄로만 알았던 그는 사실 미치지않았던 것일까. 실재와 허구의 두 여자가 동시에 사라지고난 그 도로위에는 그저 떠나간 여자의 빈자리를 견디다못해 가상의 여자와 소꿉놀이를 했던 가련하고 불쌍한 한 평범한 남자가 서있을 뿐이다.

중간에 호형사가 겁먹고 소심한 인도 아이로 보이는 장면은 일종의 충격이다. 그로인해 끝까지 호형사를 반전의 범주에 멋대로 상상해버린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실제로 사건에 직접 관련된 인도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장면이 필요했던 걸까. 영화 마지막에 와서야 강직하고 한개의 자아뿐이라고 생각했던 호형사 역시 치와이와 다를바없는 아니, 우리 모두와 다를바없는 자아분열의 순간을 맞이한다. 총을 맞고 눈앞에서 모두가 죽었을때, 그 상황에서 겁먹은 인도 소년의 뒤로 냉철한 여자의 모습을 한 자아가 나타나 어서 알리바이를 만들라고 종용한다. 과거, 번형사는 자신이 인정한 유일하게 순수한 사람인 선배 국장의 은퇴자리에서 자신의 귀를 잘라 선물하고 미친형사로 손가락질 받으며 경찰직에서 쫒겨난 형사이다. 반 고흐의 메타포가 담겨 있는듯한 그 장면에서 귀의 의미는 그렇다치더라도, 그는 국장이 유일하게 겉과 속이 같았던 사람이라서 그리하였다고 말한다. 이어서 자신은 어떠냐고 묻는 호형사의 질문에 번형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보이는 호형사의 두 자아의 모습은 바로 그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는 장면이다. 번형사는 국장이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그런 갈림길에 서게 되었을때 고민이라는 미명하에 자아의 분열을 종종 겪는다. 그런 호형사의 두 인격을 바라보며 쓰러지기 직전의 번형사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고 생각한건 내 착각이었을까. 그래서 영화의 엔딩의 호형사는 어느새 겁먹은 소년의 모습은 사라진채로, 냉정하게 자신의 애인에게 전화를 걸고 뒤섞여버린 총들을 열심히 바꾸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번형사는 마지막 순간 방아쇠를 당기기전, 꽤 의미심장한 독백을 한다. 나는 이것이 비로소 진짜 이 영화의 반전이자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누가 들어도 눈치챌 수 있을 이 두마디는 번형사 내면의 한명이 아닌 두명이 주고받은 대화이다. 그래서 타인의 여러 인격을 볼수있는 번형사 자신 조차도 그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순간 두 명이 된다. 하지만 고민은 아주 잠시. 그는 쿨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나도 같은 사람인데. 왜 내가 다른 사람과 달라야하지? 라고 하면서. 이것은 번형사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미쳤다고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일갈이기도 하며, 동시에 영화 내내 번형사는 미쳤다고 생각해왔던 관객들에게 감독이 던지는 메세지이다. 위기나 딜레마의 순간 앞에서 우리는 모두 그들과 다를바 없는, 분열할 여지가 있는 자아들을 몇개씩이고 간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 모두 내면에 언제든 숨어버리거나 혹은 갈아끼울 수 있는 가면들을 몇개씩 품고 사는것이 아닐까. 



















덧글

  • 2012/04/02 23: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4/02 23:44 #

    변태들같으니 ㅠㅠ
  • 2012/04/02 23: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4/02 23:44 #

    헐 ㅋㅋㅋㅋ 천명 ㅋㅋㅋㅋㅋ 역시 연애밸리는 무서운곳이야 ㅠㅠ
  • 2012/04/02 23: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4/03 01:14 #

    ㅋㅋㅋㅋㅋㅋ 아 역시 제목 어그로는 굉장해 :p ㅋㅋ
  • 나래 2012/04/09 21:59 # 삭제 답글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봤던 영화, 아마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거야
  • 레비 2012/04/09 22:29 #

    우왕 혼자 본 첫 영화가 이거였구나 ! :) 난 좀 다소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ㅠㅠㅋ 근데 유청운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 :)
  • JHJ 2013/10/24 20:00 # 삭제 답글

    이 영화 끝까지 보고나서 약간 이해가 안되는 느낌(영화를 덜 본 것 같은..)에 검색하다가 이 글을 읽었어요.
    글을 읽고 나니 개운한 것 같아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유청운의 연기는 최근 소실적자탄?에서 먼저 감상했는데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앞으로 두기봉 감독 영화와 유청운 의 영화를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 레비 2013/10/28 02:25 #

    감사합니다 :) 오래전에 썻던 글인데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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