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온리, If Only, 2004 Flims









봄이왔나 싶더니 또 며칠째 아침저녁으로 차갑다. 꺼내놓은 봄 옷들이 무색하게도 아침일찍 학교가는 날이 많아진 이유로, 두껍게 입고가서 두껍게 입은채로 집에 오는 날이 다반사다. 최근 몇일간은 또 쉽게 감정에 휘둘리는 나 자신을 새로 만날 수 있었다. 매년 이러면 그러려니하겠는데, 또 아주 작은 일들에 일시적으로 오락가락하니 봄 탄다고 자가진단 내리기에는 정말 봄타는 분들에게 민망하다. 감정이 싸늘했다가 어느순간 예민해지는 이럴때는 영화도 잘 골라야한다. 한껏 웃어제끼고나면 기분이 좀 좋아질 코미디 영화도 나쁘진 않겠지만, 이럴땐 차라리 감수성을 잔뜩 자극해줄만한 멜로 영화를 보는편이 낫다. 감성과 이성이 서로 줄다리기를 한다 싶을때, 아예 소심하게 부끄럼타고 있던 감성과 정면으로 마주하는건 종종 나쁘지않은 선택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잊고있던 감성을 다시 확인하는데에는 슬픈 멜로 영화를 보는게 제격이다. 하지만 영화 <이프 온리, If Only>의 첫인상은 사실 그다지 좋지 못했다고 고백해야겠다. 폴 니콜스를 별로 좋지않게 봐서 그런지 며칠전 이 영화를 다시보게 되었을 때도 역시 내내 눈에 밟혔다. 하지만 제니퍼 러브 휴잇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있다,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 시절부터 좋아했던 여배우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영화 이후로 딱히 눈에 띄는 행보가 없어서 더욱 아쉽게 보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와 이안(폴 니콜스)은 서로 사랑하지만 바라보고있는 시선이 엇갈려있는 한 쌍이다. 사만다는 그녀의 연인을 미국의 부모에게 소개시키고 싶어하고 자신의 졸업연주회에 연인이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라는 로맨티스트이지만 이안은 사랑보다는 일, 자신의 성공에 시선을 더 고정시킨 남자다. 서로를 바라보는 이런 시각의 차이는 영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연인들에게서도 쉽게 찾을수 있는데, 두 사람이 사랑을 하면서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경중의 차이가 불러일으키는, 다시말해서 서로가 서로를 중요시하는 정도가 다름에서 오는 아쉬움과 섭섭함이다. 영화의 그날 하루는, 사만다에게는 졸업연주회가 이안에게는 중요한 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하지만 그들의 하루는 아침부터 꼬여버리고, 함께 저녁을 먹던 중 사소하게 시작한 이안의 감정폭발에 사만다도 쌓아두던 슬픔을 참지못하고 레스토랑을 뛰쳐나온다. 그녀는 혼자 택시를 잡아타지만 이안은 다신 그녀를 못 볼것이라는것을 알면서도 택시에 선뜻 같이 타질 못한다. 그 순간까지도 사랑보다는 현실을 택하려는 그에게 실망한 사만다는 문을 닫고 출발해버리고 다음 순간, 이안이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슬픔을 주체할수 없는 이안에게 영화는 하루가 더 주어지게 한다. 바로 전날로 돌아간듯해 보이지만 사실 전날의 상황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새로 주어진 하루안에서 그는 자신이 사만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하루를 바쳐 알게된다.












첫날 사만다의 실수로 설명회를 망쳐버린 이안이 그녀의 졸업연주회로 가는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그에게 계산하며 사랑하지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 그녀와 함께 있음에 감사하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택시기사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이안는 바로 그날 저녁식사에서 그 마음을 '버텨보겠다'는 말로 잘못 표현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남자는 머리로는 제대로 이해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것에 언제나 서툴고, 여자에게는 그 속뜻이 얼마나 진실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말 안하느니만 못한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영화의 후반을 이루는 판타지스러운 설정은 딱히 설명을 요구받지 않는다. 24시간 전으로 되돌아가 하루를 그대로 반복하는, 그리고 그 운명의 고리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이안의 모습은 안타깝지만 분명 전날 그의 모습과 다르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물들이 일반적으로 가져다주는 비현실성은, 보기만해도 흐믓해지는 아름다운 영상들과 인생 최고의 날을 연인에게 선물하려는 남자의 노력에 가려진다.

영화 <알피 Alfie>에 나오는 대사, "인생에서 중요한건 딱 두 가지야.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그리고 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것 처럼 살아." 라는 이 말은 영화 <이프 온리>의 이안으로부터 반복된다. 피할 수 없이 정말로 '인생의 마지막 날'이 닥쳐왔을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사랑하는 사람 대신 죽을 각오를 하는것은 가히 초인적인 정신이 아니고서야 힘들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니, 내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대신 죽어도 좋을 정도의 연인과 사랑을 해본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조금 쓸쓸해졌다. 아니 대신 죽어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분명 있었던것 같다. 사랑이 마구마구 넘치는 그런 순간을 말이다. 하지만 몇달, 몇년을 같이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계속 유지되는 연인이라면 그 사랑은 얼마나 충실하고 가득 찬 느낌이 들까. 죽기전에 한번 느껴보았으면 참 좋겠는데 너무 무리한 욕심일까. 











제니퍼 러브 휴잇은 미드, <고스트 위스퍼러>에 몇년째 꾸준히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기도 하며 동시에 간간히 영화에도 출연하지만, 96년에 1집을 내고 2002년까지 앨범을 냈던 가수이기도 하다. 그녀는 영화에서 두곡의 노래를 부르는데, 바로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과 'Take my heart back' 이다. 개인적으론 후자를 더 좋아한다. 100분의 짧지만 그래서 더 강렬히 남는 영화. 오히려 플레잉 시간이 더 길었다면 군더더기가 붙어 지루할뻔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국내에서 조금 과대평가된 감이 없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운명을 바꿀수 없음을 알고 대신 죽는건 충분히 감동적이고 눈물을 짜낼만 하지만, 연인의 죽음 전날의 하루가 반복된다는 기발한 설정의 덕을 많이 볼 수 밖에 없던 영화가 아닌가 싶다.













덧글

  • 2012/04/01 20: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4/01 21:52 #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하는 분들이 참 많은것같아요 ㅎㅎ
    그 영화는 전 아직 못봤네요 :) 우쿨렐레가 나온다니 흥미롭네요 ㅎㅎ 기회가 되면 봐야겠어요 :)
    저도 좋아하는 영화들은 DVD로 나중에 꼭 구입해둬요 ㅋㅋ 아직 DVD플레이어도 없는 주제에..ㅠㅠㅎㅎ
  • 루얼 2012/04/01 22:20 # 답글

    생각해보면, 저는 이 영화의 전반부가 참 좋았어요.
    현실 반영이 잘 되었고, 남주와 여주 두 사람의 심경을 동시에 알 수 있었거든요.
    (둘 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서 더 안타깝고... 그랬죠)

    후반부는 남주의 행동에 너무 초점을 맞춰서 그런지 여주의 심리가 많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어요.
    그래도 마지막에는 울었...ㅠㅠ ㅎㅎㅎ
  • 레비 2012/04/01 23:42 #

    저도 전반부까지가 오히려 좋았던것같아요 :) 역시 남녀의 두 입장차이도 훨신 현실적이고 흔하게 다가와서 그랬던것같아요 ㅎㅎ ㅠㅠ

    듣고보니 그렇네요.. 후반에 확실히 너무 남자입장에 집중한 느낌이 드는군요 ㅎ 여자는 '다시 살아돌아와서' 그런지 전날과 같은 심리였다고 치부해버린걸까요 ㅎㅎ

    저는 사실 이걸 보면서 남자가 아무리 애써도 여자가 결국 또 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 그 편이 더 슬프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take my heart back 같은 내용의 가사를 남주가 부른다면 그것도 나름 감동적이지않을까 했는데.. 너무 잔인한가요 -ㅠ-ㅋ
  • 2012/04/03 21: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4/04 09:57 #

    ㅎㅎ 저는 영화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인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세상에 볼만한 영화들이 저도 밀려 쌓여있네요 ㅠㅠㅋ 봐도봐도 끝이 없엉..; 근데 영화관을 못가는 알레르기라니 어떤것일까요 ;ㅁ;

    사실 제 리뷰들은 스포일링이 많고 읽는분이 이 영화를 이미 보셨다는 전제하에 쓰는거라 (그래서 요즘 개봉작들은 쓰지않고 최소 몇년 지난 영화들 뿐이죠 ㅎ) 영화를 아직 못본분들에겐 불친절한 포스팅인데 그래도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 :) 제 글을 읽고 영화를 보고픈 마음이 생기셨다니 기쁘네요 :D
  • 2012/05/08 21:2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5/09 00:09 #

    졸필에 과찬 감사합니다 :) 알피도 참 괜찮은 영화죠 ㅎㅎ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화라 주변에 많이 추천하고 다니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사실 주성치의 코믹영화부터 요즘 개봉한 헐리우드물까지 가리지않고 다 봅니다만, 블로그에 리뷰포스팅을 쓸만한 영화는 꽤 신중하게 고르는 편입니다. 다시말해 '추천'이 붙은 영화들이니 딱히 볼만한 영화가 떠오르지않으실때 제 블로그에서 골라보셔도 좋을것같네요 :) 네이버 블로그도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인디고 2012/05/09 16:23 # 삭제

    앞으로 자주 들릴게요^^ 감사합니다 레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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