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 걸, Factory Girl, 2006 Flims












슈퍼스타의 몰락과 추락,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안타까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더구나 그들의 화려했던 나날에 함께 열광했고 동경했으며 그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가장 최근의 경우만 생각해봐도, 지난달 사망한 휘트니 휴스턴 역시 그런 예라고 할수있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팝의 디바가 한때 마약중독으로 망가져가는 모습은 그녀의 수많은 전세계 팬들을 슬프게 했었다. 약물 앞의 마를린 먼로가 그랬고, 엘비스 프레슬리도 그랬으며, 리버 피닉스도 그랬다. 세간의 관심을 너무 어려서부터 받거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일찍부터 받고 자란 셀레브리티들은 훗날 개인의 성장과 맞물려 자주 이런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게다가 그런 슬픈 사연을 가진 스타들의 요절은 슬픔을 넘어 그 짧은 삶을 하나의 신화로 만들기도 한다. 다이애나 스펜서, 커트 코베인, 지미 핸드릭스, 알리야, 그리고 바로 그 제임스 딘까지. 서론이 길었다. 나는 그저 오늘, 이들의 행렬에 한명을 추가하고 싶었을 뿐인데.










에디 세즈윅은 1943년 미국에서 태어나 1971년 스물여덟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여성이다. 모델이자 영화배우라고 해두자. 하지만 그녀의 그 짧은 생에 직업의 타이틀은 그닥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에디는 앤디 워홀의 뮤즈로 더 잘 알려져있다. 동시에 밥 딜런의 한때의 연인으로도. 그야말로 파란만장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그녀의 삶을, 시에나 밀러는 자신의 첫 주연영화에서 기대 이상으로 연기한다. 다만 앤디 워홀을 연기한 가이 피어스가 워낙 뛰어난 바람에, 비교되어 빛바랜 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시에나 밀러의 연기력에 나쁜 평을 달고 싶진않다. 영화를 보고 에디 세즈윅의 실제 사진을 찾아보고 나면 일견 혼동될 정도니까. 영화 <팩토리 걸>은 뉴욕으로 건너간 그녀가 앤디워홀을 만나고, 그의 '팩토리'에서 작업을 함께하면서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뮤지션 빌리 퀸(밥 딜런을 의미)과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며 약물과 절망속에서 무너져가는 모습들을 일대기처럼 보여준다. 그녀의 짧았지만 화려했던 인생, 그리고 짧음 속에서 최고와 최악을 모두 맛본 그 드라마틱함이 영화를 다 보고나면 그녀가 얼마나 슬픈 영혼이었는지를 느끼게해준다.












지난달 예술의 전당에서 보고온 데이비드 라샤펠 한국특별전에서 보았던 앤디워홀의 커다란 사진이 문득 떠올랐다. 사실 그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너무 빈약했다. 팝 아트의 선구자. 현대미술의 아이콘. '천재'의 수식어가 어울리는 남자. 뭐 이정도. 작품은 몇개 본 적은 있지만 그의 영화는 사실 본 적이 없었다. 영화를 보기전엔 그런 앤디워홀의 뮤즈라는 여자의 이야기라, 뭔가 앤디와의 러브스토리나 혹은 대단한 작품의 탄생비화 같은 소재로 가득차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는 철저히 앤디가 아닌 에디를 중심에 세운다. 둘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 피어나나 싶더니 좀 더 현실적인 빌리가 나타나면서 앤디와 에디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에디 못지않게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의 앤디 역시 동정심이 가는 캐릭터이긴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다소 앤디워홀이 비정하고 매정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에디에게 연민을 느꼈다면 앤디워홀이 정말 그녀를 이용해먹고 내버린 것이라고 흥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연 앤디워홀은 나쁜놈일까.

영화는 비극으로 끝난다. 그녀의 불운한 삶의 마지막까지 카메라는 필름에 담는다. 그녀의 사망직후 앤디워홀의 인터뷰 영상이 삽입되어있다. 감정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너무 약한 애도이지않나, 싶은 생각이 들고 나면 엔딩 크레딧과 함께 실제 에디세즈윅을 알던 지인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그녀가 실제로 어떤 여자였는지를 담담하게 말한다. 가련하고 요정같은, 그래서 툭치면 깨어져버릴것 같아 보호해줘야만 할것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여자. 영화는 확실히 에디의 비극에 촛점을 맞추고있다. 앤디 워홀이 마냥 멋져 보이지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앤디는 밴드, 벨벳언더그라운드와 함께하면서 에디로부터 멀어지지만 마지막 레스토랑 씬에서 볼 수 있듯이 울며 찾아온 그녀를 외면했다. 하지만 그 외면하는 그의 행동은 분명 무겁다. 앤디는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 또한 마지막까지 그랬을것이다. 나는 남자라서 그런지, 에디 뿐만 아니라 앤디가 가진 슬픔에도 공감이 제법 갔다. 자기 자신이 불완전한데, 사랑하는 여자조차 불완전하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랑으로 잠시의 일탈을 하고 온 그녀를 다시 받아들이는게 너무 힘들었지 않았을까. 후반부의 영화는 그녀의 불행에만 집중하는것이 아니라, 그 둘의 불행으로 포커스를 확장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앤디의 곁에 있던 에디는 결코 불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엇갈린 둘의 이야기가 슬플뿐이지, 그녀가 팩토리 안에서 그와 함께 작업을 하고 지내던 그 순간들은 분명 그녀의 짧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행복한 나날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누군가의 뮤즈가 된다는것은 실로 어떤 기분일까. 존 레논의 곁에 오노요코가 있었듯이, 내가 누군가의 뮤즈가 된다는건 그 상대방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는걸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말에 나는 내 이상형에 대해 포스팅을 한적이 있었는데, 존경할 수 있는 여자를 이상형으로 두고싶다-고 썼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나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사랑보다도, 내 삶을 바꾸어줄 수 있는, 한 마디의 말과 하나의 행동마다 내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나만의 에디세즈윅을 기다리고 있는것 같다면 너무 허황된 꿈일까.














덧글

  • zyo 2012/03/20 09:20 # 답글

    오, 이거 봐야지 하면서 결국 잊어버렸던 영화네욤.. 덕분에 다시 생각났어요;
  • 레비 2012/03/20 11:54 #

    저도 추천은 아주 예전에 받았는데 영화인데 어제 학교에서 시간이 남아서 dvd 빌려서 봤어요 :) 볼만해요. 특히 남자보단 여성분들에게 더 추천합니다 :)
  • 2012/03/20 12: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3/04/28 14:33 #

    역시 이 영화에선 가이피어스가 마치 앤디워홀이 빙의한듯한 연기를 보여주는 바람에 시에나 밀러가 좀 묻히는 감이 있었죠..ㅠ 하지만 그녀의 경력이나 전작들을 알고있다면 이 정도 연기에 전 높게 쳐주고싶어요 :) ㅎㅎ

    재미있는점은, 여자분들이 쓴 리뷰에는 대부분 - 에디가 불쌍하다. 앤디는 나쁜놈. 이런식이고 남자가 쓴 리뷰는 - 앤디와 에디의 결말과 이별이 슬프다 - 는 시각이 많더군요. ㅎㅎ 저도 아무래도 후자쪽의 느낌을 더 받았어요 :) 앤디의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도하고.. 동정심이 일기도하고..

    천재 아티스트를 다룬 영화는 참 많죠. 게다가 그 인물이 비극적인 사연을 품고있다면 영화소재로 정말 훌륭하지않나 싶어요. 영화리뷰에 덧글 달아주신건 처음이신것같은데요?! :) 아직 보지않은 영화는 리뷰도 안읽으신다고 하신건 기억하고 있지만요 ㅎ
  • 2012/03/20 19: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3/20 21:33 #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는 아니지만 다큐영화 <디스이즈잇>이 이미 있었죠 ㅎㅎ 전 핀트가 어긋난 댓글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걱정마세요 :)
  • 설링 2012/03/23 03:59 # 답글

    혹시 바스키아 라는 영화도 보셨나요?
    워홀과 바스키아의 이야기인데 팩토리걸에 나오는 워홀과는 또 다른 느낌의 워홀이 보이더라구요 ㅎㅎ
    바쁜 학기 중에 보고픈 영화리스트는 늘어가서 큰일이에요. ㅠㅠ
  • 레비 2012/03/23 08:09 #

    오 처음 들어요 :) 앤디에게 에디말고도 몇명의 뮤즈가 더 있었다곤 들었는데 그 중 한명일까요 ㅎ 저도 개강했는데 영화는 놓을수가 없어서 큰일이네요 ^^;;
  • 설링 2012/03/23 21:25 #

    앤디의 뮤즈보다는 앤디가 바스키아의 뮤즈에 가까웠죠!
    그나저나 헐리우드의 세상은 참 신기하네요.
    실제인물이랑 배우가 너무 똑같이 닮게 나오니 말이에요.
  • 레비 2012/03/24 00:47 #

    바스키아는 처음듣네요 :) 에디를 연기한 시에나 밀러도 그렇지만 앤디를 연기한 가이피어스가 너무 소름끼칠정도로 연기를 잘했어요 ㅎㅎ
  • 유랑펭귄 2012/05/04 07:36 # 답글

    글..정말 잘쓰시네요. 방금 막 영화보고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조용히 공감하고 갑니다.:-)
  • 레비 2012/05/04 08:24 #

    글 잘쓴다는 건 블로거에겐 제일 듣기좋은 칭찬이죠 :)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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