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게 피어싱, Snakes And Earrings, 2008 Flims









인간관계에서 오는 허무함은 인류의 오래된 레퍼토리다. 데이비드 리스먼의 저서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미 군중속의 고독을 경험하며 살고있다. 다양한 형태의 애정과 관계를 원하고, 인간적인 정에 대한 끊없는 갈증은 비단 요즘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문학이나 음악, 예술에서 다루고 또 다루어져 왔다. 우리는 사실 지독히도 외롭다는 것 말이다. 

<스네이크 앤 이어링>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했던 가네하라 히토미의 동명소설 원작의 이 영화는 국내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고, 대단히 성적이며 자극적인 영상이 많이 담겨있다. 특히 문신이나 피어싱 혐오자에게는 보기 힘들수도 있는 영화다. 영화는 동성애나 SM, 가학적/피가학적 성적코드를 포함함을 미리 밝힌다. 일본의 펑크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













영화가 시작되면, 몇분간 무성無聲의 영상이 흐른다. 카메라는 여주인공 루이의 시각을 따라가는데, 이 몇분의 소리없는 오프닝은 마지막 엔딩과 맞물려 의미를 가진다. 클럽에서 만난 루이와 아마는 그렇게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을 나누고 동거를 시작한다. 아마의 뱀처럼 갈라진 혀 - 스프릿턴에 호기심을 가진 루이를 위해 아마는 그녀를 문신과 피어싱 시술자인 시바에게 데리고간다. 새디스트인 시바는 루이와 미묘한 공기를 형성하고 그렇게 영화는 천천히 삼각관계로 나아간다. 하지만 아마가 루이와 루이의 친구앞에서 불량배들과 싸우다 한명을 죽이고마는 사고를 겪는다. 희생자의 부러진 이를 사랑의 증표라고 건네는 철없는 아마와 그런 자신의 남자친구를 걱정하는 루이는 그를 숨기기위해 염색도 시키는 등 노력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등에 문신을 새기며 시바와 점점 가까워지는 루이. 시바에게 시술을 받을때마다 그 만남에는 점점 더 농밀한 쾌락이 함께한다. 두 남자가 각각 가진 용과 기린의 문신을 한꺼번에 등에 새기는 그녀는 날아가버릴까봐 눈동자를 그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아마와의 관계가 불안하고 멀어질때마다 그녀는 더욱 시바에게 빠져들고, 마지막 스프릿턴을 준비한다. 아마가 실종되던 그 마지막 모습 뒤에서 시바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고있는 루이는, 결국 시체로 돌아온 아마 앞에서 후회하고 오열한다. 경찰로부터 범인의 단서를 전해들은 그녀는 결국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시바가 아마를 죽였음을 짐작하지만 영화는 그 순간부터, 나름의 반전을 갖고 단순한 삼각관계 치정영화가 아니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사실 기대 이상이고, 자극적인 영상과 더불어 메세지 또한 흐릿하지않다.











두 남자사이에서 방황하지만 사실은 어느쪽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은 루이. 문신의 기린과 용에 눈을 새기지 못함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전 연인을 살해한 남자가 지금 곁에있는 남자임을 알고도, 아무말없이 아마가 준 사랑의 증표인 부러진 이를 갈아서 마셔버리고, 다음날 기린과 용에 눈을 새겨버리는건 그녀 나름의 항변이 었을지도 모른다. 시바의 향을 바꾸고 아무것도 묻지않는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로부터의 도피라기보단 그녀만의 받아들임으로 보인다. 루이는 아마를 괴롭히고 죽인게 시바라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담담하게 독백한다. 하지만 마지막 스프릿턴을 완성하던 날, 시바에게 자백이나 다름없는 말을 들은 그녀는 다시 거리로 나간다. 영화의 오프닝이 다시 재현되는 듯한 장면과 함께 그녀는 또 다시 고독속으로 내던져진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가끔 고독을 느끼곤한다. 관계가 허무해지고, 흩뿌애지는 경험을 할때가 있다. 그것은 분명 실체가 있고 믿음이 있다고 믿었던 관계에서 실망이나 상실을 느낄때 경험하게되는 일이다. 모든것을 주었다고 생각했을때, 사실 그것이 아니었음을 마음속 구석에서 조금이라도 인정하게된다면 그 틈새는 끝없이 갈라지게되고 급기야 기존의 관계를 삼켜버린다. 그렇게 다시 하나의 관계가 재가 되어버린다.











영화는 이렇게 불안하고 흔들리는 젊은 남녀들을 내세워, 격정적으로 움직이지만 고독으로 되돌아가버리는 상황을 강조한다. 아마의 실종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간 루이는 이름이 뭐냐는 경찰이 질문에 말없이 되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첫눈에 사랑을 나누고, 동거를 하지만 그 남자가 사실은 연하남이었다는 사실 조차 시체를 조사한 경찰에 의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라진 연인이 아마데우스가 아니라 아마다 카즈노리라는 이름을 갖고있다는 것 조차 말이다. 사랑 그 자체의 욕망과 충동에만 집중한 그녀는 이렇게 자신이 누구와 사랑을 나누었는가조차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이 영화의 첫장면과 끝장면은 같다. 결국 한바퀴를 돌아 제자리. 이런 고독함으로 영화는, 루이가 시바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에 어느정도 답을 제시하는것 같다. 우리는 모두, 사실 지독히도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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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3/04 14: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3/04 18:13 #

    네 소설이 있었더라구요 :) 저는 모르고 영화만 봤지요 ㅎㅎ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은 꼭 소설과 같이 보면 좋은데 이번엔 그러지 못해서 영화 리뷰가 빈약하네요 ㅠ ㅎㅎ 전 사실 일문학은 잘 안읽어요 :) 몇몇 좋아하는 작가 - 기시 유스케나 무라카미 류나 신작나오면 보고 그러는 정도입니다 ㅎ
  • 2012/03/06 10: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3/07 18:52 #

    저도 사실.. 여주인공이 예..예뻐서.. *-_-*;; 살짝 보아 닮은것같기도하구요.ㅎ
    원작은 읽지못했네요 ㅎ 그러니까 요지는 개인적으로 영화가 좋았지만 소설을 추천하신다는거군요 !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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