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 2006 Flims









수많은 블록버스터들이 예고된 2012년 연초부터 한국극장가를 뜨겁게 만든건 다름아닌 영화 <부러진 화살>이었다. 06년도에 우리학교에 입학한 나로서 05년도에 있었던 그 사건을 당연히 모르고 있진 않았지만 사법부를 고발하는 의미로 몇년이나 지난 뒤 그 사건을 소재삼아 영화화되어 나오다니 조금 새로웠다. 남들 다하는건 안하고, 남들 다보는건 안보는 이놈의 뒤틀린 심사때문에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이글루스 영화 밸리에 몇주간 <부러진 화살>관련글로 도배되는것만 보고도 나는 마치 그 영화를 다 본듯 했다. 현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고발과도 같은 영화. 사실 사건자체를 떠나 재판이 아닌 개판이라는 점을 강조해 스크린에 담아 나름 노이즈마케팅의 덕도 봤지 싶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국내 흥행돌풍이 예상보다 오래가고있는 요즘, 문득 생각나는 일본 영화가 하나 있다. 이 영화도 사건자체의 경중보단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에 촛점을 맞추고 그것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오죽하면 보다가 '비록 우리나라의 경우가 아니라지만 일본이란 나라가 과연 저정도 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건 좀 심하지않나? 하는 생각. 뭐 내가 <부러진 화살>을 보고나면 일본 걱정이나하고있을 일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11년만에 내놓아 화제를 모았던 영화이자 국내엔 08년에 개봉했다고 한다. 실없이 웃는 표정이나 멍한 표정이 일품인 카세 료가 주연을 맡았다. 그는 정말이지 '법 앞에 억울한 피고인 역'에 최적이라고 생각되었기에 보면서도 내내 그 표정연기에 웃음이 나왔다. 어쩜 저렇게 억울한 연기에 어울릴까 - 하면서 말이다. 신참 여변호사인 스도역을 맡은 세토 아사카도 낯익은 얼굴이긴했지만 기억해내진 못했다. 


(* 법정 영화의 특성상 결말을 알고 보면 재미가 많이 반감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하 내용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링이 있음을 밝힌다.)









주인공 가네코 텟페이(카세 료)는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러가는 길에 만원전철을 탔다가 문틈에 끼인 옷을 빼기위한 행동 등으로 인해 정말 성추행을 당한 앞에 서있던 여중생에게 치한으로 오해받고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역무원과 주위사람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구치소를 거쳐 검찰조사를 받는 동안, 그는 부당한 대우를 받을 뿐만 아니라 공정한 조사도 받지못하며 억울함과 초조함을 겪는다. 급한대로 부른 당번 변호사는 그의 결백함보다는 '이 정도 일'은 재판까지 가기전에 그냥 합의금을 지불하고 끝내라고 종용할뿐만 아니라 담당 형사나 검찰은 증거가 오직 피해자의 진술뿐인 이런 치한사건에서 그의 결백을 들어주기보단 피해자의 용기있는 고발에 시선을 고정한채 그를 심문한다. 영화는 사실 처음부터 사건의 정답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영화 중반부까지 텟페이가 겪는 부당함을 보고있노라면 답답함을 넘어서 화가 치민다. 한편으로는 - 아 내가 저 상황이라면 그냥 몇만엔 합의금을 내고 나오겠다 - 는 생각마저 들고 시원하게 화 한번 못내는 텟페이가 한심해보이기까지 한다. 영화는 전반부내내 관객이 답답함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 다음, 검찰에 기소당하고 재판을 시작하게된 텟페이를 변호하기 위해 나선 두명의 변호사, 아라카와와 스도가 등장하면서부터 전환점을 맞는다. 이 둘은 텟페이의 어머니와 룸메이트 등, 그의 주변인들과 함께 영화 후반내내 지루하고 긴 싸움을 함께한다. 중요한 증인신청이 거부되고, 제작한 실험 증거자료가 효력을 발휘되지 못하며, 검찰측은 요구한 조서들을 제공하지 않는 등, 제12회 공판까지 가는 긴 재판과정이 이후 펼쳐지지만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과 재판부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처사는 계속되고 영화는 내내 관객들에게서 분노를 이끌어낸다.








영화에선 이것이 일본 사법제도의 현 문제점이라느니, 실적을 위해 유죄 선고를 남발하는 재판관들, 검찰의 자존심을 위해 무죄확률을 낮춘다는 등, 현행 사법제도를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사실 영화 <부러진 화살>과 이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가 일견 비슷해보여도 분명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영화의 시작이 된 사건 자체이다. 물론 두 영화 모두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에선 동일한 선상에 있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에서의 사건은 전례가 없던 특이한 케이스인데다, 판사가 피해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상대하는 대상이 말그대로 사법부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경우지만,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일어난다고 영화에서도 인정하는 소위 '평범한' 형사사건으로 시작한다. 게다가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무죄임을 밝히고 시작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사건 자체의 잘잘못에 시선을 낭비할 필요없이 주인공의 억울함에 바로 이입된 채 따라갈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오해로 인해 잘못된 고발을 했던 여중생에게 부정적인 시선이 가는 것 또한, 애초에 '그럴수도 있는' 오해라는걸 충분히 납득하게 설정하므로서 관객들이 분노의 화살을 오롯이 사법부로 돌릴 수 있게끔 한다. 이러한 점은 애초에 오해로 시작된 재판이라는 소재의 헛점을 잘 커버하면서 이 영화가 말하고싶은 것이 실은, 무고하게 고발당한 남자의 억울함이 아니라 불합리한 법 앞의 억울함임을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게 만든다. 사실 일본의 경우는 커녕 우리나라의 재판절차나 과정에 대해서도 무지한 내가 제일 처음 느꼈던것은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가. 어디까지가 영화를 위한 허구고 어디까지가 가능한 일일까." 하는 것이었는데 몇십년도 더 된 영화도 아니고 이것이 <부러진 화살>처럼 고발의 뜻을 담고있는 영화임을 감안했을때 허무맹랑한 픽션으로만 채웠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을때 느껴졌던 분노와 답답함은 영화가 끝났을땐 이내 두려움으로까지 번진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런일이 나에게도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지않은가. 감독은 이 점을 노리고, 그래서 석궁으로 판사를 쏘는 특이한 경우보단 오히려 만원 출근 전철안에서 당신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경우를 소재로 잡은것이 아닐까. 









영화는 '열명의 죄인을 놓친다할지라도, 죄없는 한사람을 벌하지 말지어다' 는 자막으로 시작하고,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 주시기를' 이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앞뒤에 놓인 두개의 의미심장한 문장은 이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를 더욱 명확하게 만든다. 카세 료의 마지막 대사는 "항소하겠습니다." 이다. 관객들의 기대와 바램과는 달리 영화는 끝까지 메세지를 배신하지 않고 그에게 유죄판결을 내린다. 너무나 불합리하게 흘러가는 재판과정을 보고, 영화를 보던 내가 급기야는 이거 진짜로 텟페이가 치한짓을 한 범인이 맞다는 반전이 있는 영화 아닐까 -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 정도였다. 영화엔 그런 오해를 하게 만들 정도로 정의가 상실되어 있다. 판결문을 듣는 중에 나오는 텟페이의 마지막 나레이션 독백은 그래서 더 크게 울린다. 법정은 진실을 가리기 위한 곳이 아닌, 그저 임의로 피의자의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곳일뿐이라는 사실. 그래서 진실을 알고있는건 이곳에서 자신뿐이라는 결백함을 그는 소리없이 외친다. 우리는 옳고 바르게 살아갈것을 사회로부터 요구받지만 가끔은 그것을 요구하는 이 사회가 정작 그것을 방해할 때가 있다. 이 모든 부정들도 결국 사람이 사람을 심판해야 하는데서 오는 불가피한 오류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뒷맛이 너무나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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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ㄻㄹㄷㄹ 2012/02/11 10:16 # 삭제 답글

    일본 사법이야 병맛 스럽기로 유명하죠, 일본 검찰은 한국보다 약하고 경찰은 비교해서 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잘한 사건들은 경찰손에서 처리되고 나머지 큰 사건들을 검사가 맡는 형식이죠,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변질되서 검찰이 맡은 사건은 100% 유죄라는 기묘한 결과가 되어버렸죠, 검찰은 확고한 증거가 되기있기전에는 기소하지 않고 일단 기소한 후에는 유죄라는... 이걸 견제하는 법원은 오히려 관행에 익숙해져 버려 어지간하면 유죄 2심 3심도 전 재판의 증거를 모두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유죄를 때리죠.아시카가 사건이 대표적 결과물입니다
  • 레비 2012/02/11 14:28 #

    덕분에 아시카가 사건도 찾아봤습니다. 일본의 100%에 가까운 유죄율이 참 희안하다고 느꼈는데 그게 실제로 그런 이유때문이었군요.. 헌데 우리나라 법정도 일본의 법정을 많은 부분 따왔다는말을 어디서 들은적있는데 참 걱정스럽네요. 영화를 보고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ㅇㅍㄴㅇㅍ 2012/02/11 15:07 # 삭제

    한국도 검사의 재판 유죄율이 중요한 인사고과의 하나이지만 일본만큼 막장은 아닙니다. 법원이 검사의 의견을 따라가기보다 독자적인 양형기준을 더 신봉하는 편이고 무엇보다 정관예우가 쩔어주죠. 일반인이라도 돈주고 변호사 선임하면 법적인 조치에서 불리하지 않습니다. 돈이 문제죠. 또 헌법재판소 재정신청등 법원이 검사 견제 장치가 많은 편이라서요 한국은...한국은 일제시대의 대륙법계통 + 해방이후 영미법 짬뽕인데 일본은 대륙법이 강한편이죠, 그래서 상당히 경직적인 구조입니다
  • arete 2012/02/11 10:18 # 답글

    저번 학기 법 관련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께서는 형법 강의 맨 첫시간에 이 영화를 보여주신다고 하세요. 그만큼 죄를 지은 사람이 억울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판결을 내리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 arete 2012/02/11 10:19 # 답글

    아 맞다. 저건 다양한 실화를 묶어서 영화로 재편집 한 것이라고 하네요. 실제 영화의 사례자는 항소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글을 읽은 적 있습니다.
  • 레비 2012/02/11 14:31 #

    헛. 그런가요 :D 형법강의 시간에 이 영화를 보여주시는 교수님도 그만큼 이 영화의 메세지가 학생들에게 와닿기를 바라시는것같네요. 중간에 재판을 진행하다 교체된 판사의 마인드야 말로 법조인들에게 필요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에선 이 영화가 실화인지 허구인지 분분하던데 그렇군요. 그래도 실제 사례자는 무죄판결 받았다니 다행입니다 :) 방문감사합니다 :)
  • 엘센 2012/02/11 12:16 # 답글

    추적60분에서 검찰수사 피해자에 대해서 방영하는걸 보다보니 이영화가 다시 생각 나더군요.
  • 레비 2012/02/11 14:31 #

    저도 앞으로 불합리한 법의 피해 사례를 보면 제일먼저 이 영화가 떠오를것같아요 :) 방문감사합니다 :)
  • 2012/03/26 01: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3/26 08:26 #

    카세료 좋아하시는군요! :) 저도 기타노다케시와함께 좋아하는 몇안되는 일본배우중 하나예요. 정감가는 저 표정과 날리는 말투등등.. 매력있는 배우죠. :) 저도 영화는 절대 시놉시스도 읽어보지않고 봐요. 그래서 저 역시 이 영화의 전개나 엔딩이 좀 놀랍기도했네요. 오히려 무죄로 끝나는것보다 차라리 더 메세지 전달에 나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
  • 2012/06/19 12: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6/19 19:11 #

    ㅎㅎ 저도 뒷이야기는 영화에서 찾을수 없어서 궁금했는데 그렇다고하네요 :)
    방문 감사합니다 :D ㅎㅎㅎ 몰래 보고가실 필요 없어요 ㅠ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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