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부스, Phone Booth, 2002 Flims









사실 이 영화를 처음본건 아니다. 아마 한 다섯번 정도는 봤을듯. 새로 보고싶은 영화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영화를 어젯밤 찾게되었던건 그 이후 수년간 다른 영화에서 느껴보지못했던, 이 영화만이 주는 '다 알고봐도 재미있는' 80분의 긴장감을 다시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영화는 결말에 카타르시스가 모여있기도하고, 또 어떤영화는 배우의 연기 자체에, 그리고 어떤 영화는 중간중간의 명대사, 명장면에 희열이 담겨있기도 한다. 혹은 명작의 반열에 오를수록 영화가 주는 메세지나, 혹은 대단한 스케일, 혹은 수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공감시킨 스토리에 있기도하다. 그런데 영화 <폰 부스>는 보는 내내 주는 그 느낌과 긴장감이 영화를 봄으로서 그것을 소진하고 누리는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순위에 들지는 못해도,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 탑순위에 꼽힐만하다. 알고봐도 재미있을 영화가 가져야할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세지가 충격적이지 않더라도, 전개부터 결말까지 가는 과정 자체에 영화의 즐거움이 놓여있다.








벌써 이 영화도 10년이 되었다. 여전히 공중전화 박스는 축음기나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마냥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진않는다. 하지만 역시 요즘같은 1인1폰 시대에 공중전화를 주요소재로 삼은 이 영화는 그 특수성에 적잖게 의지하고있다. (과거에 이 영화를 처음보고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수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물론 영화에서 콜린파렐은 불특정 무작위로 선정된 피해자는 아니다. 하지만 보이지않는 저격수의 첫 시작은 그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가 아니라 공중전화로 받을수밖에 없게끔 계획된 전화다. 영화는 이렇게 세세한 설정등에서 약간의 무리수를 두긴하지만 오히려 덕분에 그 특수한 상황이 다소 비현실적이더라도 <폰 부스>만의 독특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끊을수없는 전화를 받게되어 졸지에 공중전화 부스에 갇힌 주인공과 자신을 숨긴채 총구를 겨두고있는 저격수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오히려 주인공의 반대에 서있는 자가 영화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않고 목소리로만 연기하기에 관객들은 주인공의 입장에 더욱 몰입될수있다. 양쪽의 시선을 번갈아 왔다갔다하지 않으면서도 '전화'라는 연결고리로 영화는 내내 두 남자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키퍼 서럴랜드는 수화기 너머의 차갑고 무거운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얼굴한번 비추지않고 주인공 반대편에서 존재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중반부에 등장하는 경찰, 레미반장 - 포레스트 휘태커는 윌스미스 만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흑인배우이기도하다 - 이 이 둘사이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두 남자의 심리전은 전환점을 갖고 영화는 한 계단 나아간다. 








영화는 내내 단 한개의 공중전화 부스와 그 사방 몇미터의 한 도로블럭을 두고 펼쳐지지만 배경의 전환이 없음에서 오는 지루함은 콜린파렐의 연기에 흡수되어 몰입한다면 쉽게 잊혀진다. 다만 초중반에 두 남자의 통화가 단순히 말장난 같게 들린다면 영화는 끝까지 지루해질수도 있겠다. 게다가 제한된 장소와 그에 따라 계속 반복되는 뻔한 카메라 각도들은 보는이들에게 조금 불친절하기도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업영화치고 매우 적은 편인 1300만달러 정도로 제작되어 미국 개봉 첫주에만 1500만 달러를 회수한 영화로 투자대비흥행으로 화제를 모았다는 것을 상기시키자면 그정도는 넘어가줄만도 하다. 톰 크루즈의 부인, 케이티 홈즈의 10년전 모습도 볼수있고,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콜린파렐을 한순간에 차세대 배우로 주목시킨 그의 연기력에선 거의 일인극에 가까운 이 영화가 주연 배우에게 주었을 부담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영화 대부분 파렐의 얼굴만 보고있어야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연기력이 중요한 요소였고 그는 아내 앞에서, 그리고 모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울며 고백하는 장면이나 고백 이후의 절망감과 분노를 표정에 나타내는 장면등에서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리고 마지막 take me!! 를 뿜어내는 순간에서 거기까지 그를 따라간 관객들의 긴장감을 카메라 슬로우와 함께 최고로 끌어올린다. 영화 초반 거만하고 거짓에 찬 사기꾼의 모습에서 솔직한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과정과 그에 수반되는 감정변화를 모두 보여줄수있는 연기력은 인정하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지은죄가 많아서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애초에 받질 않는다. 덕분에 아직도 등록안하고 있던 어머니 오피스텔 전화까지 무시하는 때가 자주있어서 당신 핸드폰으로 다시 걸어온 전화에 된통 혼나기도 여러번. 공중전화를 마지막으로 쓴게 얼마전일까 기억도 나질않는다. 군제대 이후 아마 한번도 없었던것같다. 영화는 10년이 지났고, 우리 손엔 서로 얼굴까지 마주보고 통화할수 있는 기술체들이 들려있지만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오래 남는다. 단순히 나쁜짓 하지말고 착하게 살아라, 그렇지않으면 벌받는다 - 이런 권선징악이 전부가 아니라 영화 초반에 나왔던 장면들처럼 서로 얼굴을 맞대지않고 손안의 전화기로 길을 걸으면서 일을 처리하는 데서 올수있는 도덕불감증이나, 하루에도 수십개씩 입에서 튀어나온다는 우리네들의 거짓말에 대한 무감각함, 그리고 그리고 주인공 스튜가 부스에 갇히게된 가장 큰 이유였던 타인에 대한 본능적 불친절과 업신여김 등 영화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많은 말을 하고있다. 처음봤을때는 내게 많은 아이디어들을 주었고, 후엔 무료한 일상에서 그 긴장감을 다시 맛보고 싶은 마음에 계속 찾게되는 영화, <폰 부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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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인상깊었던 대사는 이것

" No one ever remembers the names of the victims. It's the killers that get the cover of Tim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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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 on September 28, 2014 by JoInSeong 영화 &lt;로크&gt;는 일종의 밀실 스릴러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설명하기 수월한 방법은 &lt;폰부스&gt;, &lt;베리드&gt;, 그리고 &lt;127시간&gt;등의 유사한 영화들을 데려오는 길이다. 그런데 &lt;로크&gt;가 상술한 영화들에 비해, 상황은 ... more

덧글

  • あさぎり 2012/01/26 22:18 # 답글

    마지막 장면이 甲
  • 레비 2012/01/26 22:51 #

    음.. 솔직히 마지막 반전은 별로 임팩트 없었음 ㅠ 좀 뻔하기도 했고..

    클라이막스가 너무 강렬해서였는지도 ㅎ
  • SPADE 06 2012/01/28 12:51 # 답글

    반전이 머리를 때리는듯한 영화였습니다 잘보고가요 :)
  • 레비 2012/01/28 13:49 #

    방문 감사합니다 :) 반전도 반전이었지만 콜린 퍼렐의 연기력과 영화 내내 흐르는 밀고당기기가 정말 인상적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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