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쉬백, Cashback, 2006 Flims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에서 일하던 한 3급 기술시험사가 1905년 독일 물리학 학술지에 발표한 다섯편의 논문 중 하나와, 이후 1917년에 다시 발표한 논문, 이 두개로 세상을 바꾸어버린 이후 우리는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껴지며 속도와 공간의 간섭을 받는다는 이론을 알게되었다. 다만 받아들이기 힘든 까닭은 이것이 우리가 살면서 쉽게 경험하기 힘들며, 직관적인 상식을 뛰어넘어야 받아들일수 있기 때문이다. 늘 진정 이해하기 어려운것들은 복잡한 수학공식이 아니라 우리의 '기준'에선 보거나 느끼거나 하기 힘든 '영역'에 있어왔다. 우리에게 1초는 1분을 60등분으로 나눈것이고 1분은 1시간을 또다시 '균일하게' 나눈것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있다. 지겹고 하품이 나오는 강의시간의 1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1시간과 전혀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는걸 말이다. 우리가 같은 60분이라고 알고있는 그 시간이, 다른 빠르기를 갖는다는 것을 매일 체험하고 있다.








그리핀도르의 퀴디치팀 주장, 올리버 우드였던 숀 비거스탭은 그 텅빈 시선과 무표정으로 실연당하고 불면증을 앓고있는 주인공으로 영화 <캐쉬백>에서 너무나 잘 어울리게 등장한다. 몇일, 몇주째 잠을 자지 못하게되고 그래서 인생의 1/3이 갑자기 더해진 그는 그 시간을 돈으로 환전하기 위해 야간 슈퍼마켓에서 일하게 된다. 그곳에는 개성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돈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세상이 자고있을 때 깨어있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은 괴롭지만은 않다. 오히려 낮의 그의 삶보다 더 밝고 강한 색체의 슈퍼마켓안은 오히려 그에게 진짜 '현실'이 된다. 그리고 그는 그 불면의 고통의 시간을 작게 나누고 쪼개어 시간을 멈추고 순간을 포착한다. 슈퍼마켓안의 여자들은 그의 누드 크로키 모델이 되고 그는 그런식으로 그 늘어난 시간을 보낸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화가를 만나고 싶었다는 그의 동료 샤론의 말은 그런 그의 행동을 잘 대변해준다. 









나는 살면서 시간을 빨리 돌리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은 왜 그만큼 자주 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다가올 미래에 두려움이나 기대 때문에 지금에 멈춰서서 정체되고 싶지않았다고 변명해본다. 눈물나게 행복한 순간들은 분명 있었고 또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의 후회스러운 행동은 수정하고 싶은 그런 시간도 분명 있다. 주인공 벤 처럼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실수를 보고 말았던 바로 그 순간을 이틀이나 정지시켜놓고 있는다해도 달라지는건 없겠지만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여지는 있지않았을까. 시간을 정지시키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것. 영화는 그런 매 순간들이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가 될수도 있을지를 말한다.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2004년 10분짜리 단편 <캐쉬백>을 보진 못했지만, 감독 숀 엘리스는 그 단편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12개의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패션 포토그래퍼로 '보그'지와 작업을 하던 감독의 경력 덕에 영화는 순간이 멈추는 장면들에서 정적인 영상들을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포착한다. 슈퍼마켓은 그 장소만의 색감 덕에, 밝은 실내등과 하얀 바닥위에 다양한 상품들의 색만으로도 원색적이고 화려한 분위기를 준다. 그곳은 불면증을 앓는 시간이지만 마치 생기넘치는 낮과 같다. 벤이 어렸을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들은 메탈릭한 회색들이 화면을 지배하고, 벤의 방은 늘 어둡고 우울한 군청색을 띈다. 그런 색감들의 대비로 감독은 자신의 특기를 살리면서도 화보사진같은 장면들을 많이 내보일 수 있었다. 잘 쓰여진 소설의 대사들처럼 하나하나 인상적인 명대사들도 곳곳에 숨어있고, 비거스탭의 나레이션으로 주로 진행되는 전개도 차분하고 감상적인 라디오를 듣는 기분을 선사해 급격한 전개나 반전 없이도 영화는 끝까지 루즈해지지 않는다. 시간 관리에 대한 메세지를 매일 자각하면서도, 하루하루 매 시간 시계를 보면서 정신없이 살아가고, 지나간 시간에 후회하고, 또 다가올 시간에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그런 영화다. 그의 마지막 나레이션처럼, 사랑은 막연히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있지도, 지나간 시간에 묻혀있지도 않고 바로 원하는 그 순간, 인생의 그 순간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으며, 그것을 놓치지않기 위해 우리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둘러볼줄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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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야기꾼 2012/01/24 18:34 # 답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레비 2012/01/24 20:37 #

    방문 감사합니다 :) 좋은 글이었다니 다행이네요 //
  • 동사서독 2012/01/24 22:52 # 답글

    킬리 하젤의 등장으로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기도 했죠.
  • 레비 2012/01/25 02:51 #

    엥.. 몰랐던 사실이네요 :) 방문 감사합니다 !!
  • 2013/12/16 03: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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